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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업무 투명해야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업무 투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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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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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5]
▲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의료 과실 여부에 대한 다툼이 생겨 법적 분쟁이 진행되는 경우, 법원이나 수사기관은 거의 모든 경우 의사의 진료행위 적절성에 대해 감정을 진행하게 된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재판부 등이 직접 진료행위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의 손해배상 책임이나 형사처벌 여부는 동료 의료인의 감정 결과가 어떤가에 따라 좌우되며, 이로 인해 의료 관련 사건은 곧 감정재판이라 불리기도 한다.

법원에서는 크게 대한의사협회·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 및 특정 대학병원에, 수사기관은 의협과 중재원에 감정을 촉탁함이 대부분이다. 대학병원에 감정을 촉탁하는 경우 법원은 담당 교수를 지정하며, 마찬가지로 감정을 촉탁 받은 대한의사협회는 세부 학회의 특정 회원에게 감정 진행을 요청한다.

결국 의협이나 대학병원은 원칙적으로 해당 기관의 책임 아래 감정서를 작성하나 실제 감정의가 누구인지, 근무 기관이나 세부적인 전문 분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혀지므로 객관성 확보가 가능하다.

문제는 중재원에 촉탁되는 감정이다. 중재원에서 진행하는 감정은 관련 법령에 따라 의료인 2인 외에도 검사 1명을 포함한 법조인 2명, 소비자권익 관련분야 종사자 1인이 포함된 감정부에서 진행하게 된다. 

법률전문가를 포함시킨 것은 의료행위의 학문적인 타당성 여부에 기초해 법적 책임의 근거를 판단하라는 취지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조사, 과실 및 인과관계 규명, 후유장애 여부 등 확인을 주요 업무로 하는 감정단에 소비자권익 관련분야 종사자가 포함돼 있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또 검사 1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것 역시 필연적으로 수사기관 친화적인 감정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보다 큰 문제는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을 시행하는 의료인이 누구인지, 세부 전공이 무엇인지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아 학문적인 객관성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중재원에서 시행한 감정 중 교과서의 문구를 인용해 과실여부를 판단했으나 실제 감정대상 의료행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어 학문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례,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과실의 의미를 간과한 채 단순히 어떤 진료행위가 아쉽다는 정도의 결론을 내린 사례 등이 다수 존재한다.

외상에 의한 장기 출혈을 원인으로 중재적 시술을 통해 색전술을 시행한 사건에서 1990년대 자료를 근거로 '색전술이 아니라 장기적출술을 시행했어야 한다'거나, 간단한 수술 후 퇴원한 환자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퇴원 결정 당시 호흡곤란 발생 예측 가능성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퇴원을 늦췄더라면 호흡곤란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퇴원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등 필자가 경험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사례는 감정단의 불합리한 구성과 익명성으로 인한 비전문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감정업무 수행을 의심케 하며, 심지어 중재원이 수행하는 업무 전체에 대한 불신을 불러온다.

중재원 설립 후 5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아직도 감정결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결국 운영의 문제를 넘어 제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데도 일부 국회의원은 환자나 시민단체·소비자단체의 신청에 따라 감정위원 1인이 시행하는 간이감정 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응해 의료인은 적극적으로 중재원 감정절차 개선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 감정단의 구성을 분리해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과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 주체를 분리하고, 가능한 경우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은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

또 감정단의 구성이 공개돼야 하고 검사나 소비자권익 관련분야 종사자를 감정단에 포함시킬 이유가 전혀 없으며, 감정 결과에 대해 환자와 의료인의 이의신청권이 보장돼야 한다. 중재원 감정을 되도록 회피하는 것이 중재원의 설립 목적인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에 기여하는 모순은 어떤 형태로든 해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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