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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오세요" 무시한 환자 암 발병

"한 달 후 오세요" 무시한 환자 암 발병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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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암 수술 후유증으로 영구 장애...1억 원 손해배상 소송 제기
2심 "암 진단과정 모두 거쳐" 검사 미실시 과실 판단한 1심 취소

▲ 서울고등법원
한 달 후 내원해 추적검사를 받으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듣지 않은 환자에서 뒤늦게 암이 발병, 수술로 인해 영구적 요루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이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A씨와 가족이 B의료재단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1억 1652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5나2021002) 항소심에서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4426만 원을 배상하라는 A씨의 항소도 기각했으며, 소송 비용은 원고측이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09년 4월 30일 3개월 전부터 혈뇨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호소하며 B대학병원에 내원했다.

소변검사(검체 U<R>) 결과, 적혈구 3-5/HPF(참고치 0∼1)·백혈구 1∼3/HPF(참고치 0∼1)가, 다른 소변검사(검체 U<V>)에서는 백혈구 없음이, 소변세균 배양검사에서 그램 양성균(오염 가능성으로 추적검사 권함)이, 방광항원검사 결과 음성이, 전립선특이항원검사에서 1.26ng/㎖(참고지 1∼3)가 나왔다. 방광암 검사 시험 결과 전립선 비대증이 관찰됐으나 방광암을 의심할 만한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5월 4일부터 7월 9일까지 첫 번째 진료기간 동안 6차례 검사를 실시했으며, 두 달 후 경과 관찰키로 했다.

2010년 3월 18일 다시 B대학병원에 내원한 A씨는 6월 3일까지 두 번째 진료기간 동안 11차례 진료를 받았으며, 혈뇨의 호전과 소변을 잘 보게 돼 전립선약 처방과 2개월 후 경과 관찰키로 했다.

A씨는 7개월이 지난 2011년 1월 18일 내원, 3월 31일까지 세 번째 진료기간 동안 6차례 외래진료를 받았다. B대학병원 의료진은 3월 31일 3일째 혈뇨가 나오지 않자 전립선약과 항생제를 처방하고, 한 달 후 경과 관찰을 하기로 했다.

A씨는 한 달 후 경과 관찰을 받기로 한 B대학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후 간헐적으로 혈뇨 증상이 다시 나타나자 C내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C내과의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방광암 의심 증상이 발견되자 2012년 3월 27일 D대학병원에 내원, 진료를 받은 결과, 방광암 3-4기 판정을 받았다.

D대학병원 의료진은 2012년 4월 18일 경뇨도적 방광절제술을, 5월 2일 근치방광절제술을 시행했다.

A씨는 2012년 7월 13일 E구청장으로부터 장애종별 및 등급으로 장루·요루 4급 판정을 받았으며, 영구적 요루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A씨와 가족은 전립선 비대증을 적절히 치료하지 못한 경우 방광암 발병가능성이 증가함에도 B대학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방광암 발병 가능성이 커졌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또 2009년 4월∼2011년 3월까지 진료를 받는 동안 2009년 방광경 검사 및 경정맥요로조영술을, 2010년 복부 CT검사·방광 및 신장 초음파 검사, 2011년 요세포검사 이외에 검사를 시행한 바 없어 방광암 검사를 다했다고 할 수 없고, 방광암 발병 가능성을 의심하고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진료기간 동안  의료진은 소변세균배양검사·요세포검사·복부 및 골반 CT검사·방광검 검사·경정맥요로조영술·방광 및 신장 초음파 검사·요로결핵검사 등을 모두 시행했고, 결과 결과에서 방광암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면서 "방광암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거나 그로 인해 방광암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진료기간 동안 방광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요로감염에 대한 검사 및 치료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진료기간 동안 각종 검사에서 방광암 소견이 보이지 않은 점, 혈뇨의 다른 원인질환을 찾아보는 검사를 진행하는 한편 요로상피세포암 발견을 위한 표지자검사인 요세포검사·방광암 항원검사·전립선 특이항원 검사를 수시로 시행한 점 등을 들어 제대로 된 진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마지막 진료일인 2011년 3월 25일 의료진이 한 달 뒤 내원하도록 권유했으나 혈뇨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B대학병원을 찾지 않았다"면서 추적 관찰에 협조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전립선 비대증을 전제로만 검사 및 치료를 해 내원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B대학병원 의료진은 전립선 비대증 외에 혈뇨의 원인을 찾고자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고, 혈뇨의 원인 중 악성 종양에 의한 가능성도 고려했으므로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0년 5월 17일 시행한 복부 CT 검사 결과, 방광암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두 번째 진료기간에 방광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세 번째 진료기간 이후 방광암이 발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종양의 크기가 아주 작거나 상피내암인 경우 발견이 어려우므로 방광암의 발병 자체가 불확실하고, 발병했다 하더라도 초기로 볼 수 있는 세 번째 진료기간 동안 복부 CT 검사 내지 방광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하여 방광암의 진단이 지연됐다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A씨에게 발생한 방광암이라는 중대한 결과는 의료진이 시행한 침습적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방광암 발병 가능성 및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는 점, 2009년 4월 30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진료하는 과정에서 혈뇨 증상의 경과를 관찰하기로 한 의료진의 판단이 통상의 의료수준에 기초한 의사로서의 치료방법 선택에 관한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방광암 발병 가능성을 고려해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는 점, 2011년 3월 31일 한 달 뒤 내원하도록 권유했지만 내원하지 않아 추적 검사를 시행할 수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치료 기회를 상실시키거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1심(인천지방법원 2012가합31921) 재판부는 "2011년 1월 18일∼3월 31일까지 방광암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광경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며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침윤성 방광암은 빠르게 진행하는 암으로 2011년 3월 25일까지  방광암 진단을 했더라도 노동능력상실을 발생시키지 않는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조기발견만으로는 완치를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종합, 노동능력을 상실시키지 않는 치료를 선택할 수 없게 됐다거나 과도한 치료비를 추가로 지출했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외과적 수술을 포함한 적절한 항암치료를 조기에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한 데 대해 금전으로 나마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A씨에게 1500만 원, 가족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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