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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시행 5년 "갈 길 멀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5년 "갈 길 멀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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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중재원, 창립 5년 맞아 미래 발전방안 모색
전문가들 "환자뿐 아니라 의료계 신뢰 얻어야"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25일 창립 5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의료분쟁조정, 감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간이조정, 감정 등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특히 전문성을 제고해야 의료분쟁조정제도가 환자는 물론 의료계의 신뢰를 받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앞으로 환자와 의료기관, 의료인 등 이해당사자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도입된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 5년이 지났음에도 제도 시행 주체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조정·중재에 대한 공정성, 객관성, 전문성 확보 미흡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의료중재원이 25일 개최한 '의료중재원 창립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의료분쟁조정·감정 발전을 위한 각계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졌다.

특히 의료중재원의 조정·중재에 주요 근거가 되는 감정과 지난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시행된 사망·중상해·장애 1급 사례에 대한 조정·중재 자동개시와 간이조정제도를 전반에 대한 발전 방안은 공정성과 객관성, 무엇보다도 전문성 확보로 수렴됐다.

이해당사자가 의료중재원의 조정·중재 결과를 불만 없이 수용하려면, 신청인인 환자 측이나 피신청인이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이 의학적·객관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조정·중재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개시..."피해자만 구제?...의사 이의제기 의미 없어"
지난해 말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자동개시와 간이조정제도 시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향후 의료중재원의 상담·조정 신청 건수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분쟁조정법 자동개시 조항에 따라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 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지체 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

이와 관련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은 자동개시에 대한 의료인의 이의신청이 법률적으로 보장되지만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의료중재원의 의료분쟁 해결은 '대체적 해결'의 개념이다. 이에 대한 전제는 합의와 자발적 참여다. 그런 의미에서 자동개시 허용은 의사의 자발적 참여가 아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자동개시 조정·중재 결과에 대해 보수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분쟁조정에는 상대방이 있다. 그래서 공정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을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법'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에 따른 조정·중재가 과연 공정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보라매 사건으로 의사가 살인 혐의를 받으면서 의사들이 스스로 의도하지 않은 방어진료를 한 사례가 많았다. 의료계의 현실과 입장을 좀 더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자동개시 관련 의료인의 이의제기 권리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결과를 돌릴 수 없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사들의 열악한 의료환경에 지쳐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진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자동개시가 시행되면서 의사의 과실이 없음에도 과다하고 불필요한 조정 신청이 남발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고의적이고 근거가 없는 조정 신청에 대한 견제할 방법이 아예 없기 때문에 이로 인해 의료진은 진료 외 업무가 과중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젊은 의사들이 중환자 진료를 기피하거나 소극적인 진료 태도로 일관하게 될 가능성 또한 높다고 보고 있다"고 공감했다.

반면 "자동개시가 자율적인 분쟁 해결 절차로서 형사 처벌 특례에 따라 의료진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료계가 잘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율' 대표변호사는 자동개시와 관련 의료계의 우려와 불신을 전하면서, 의료중재원의 전문성 있는 감정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정·중재를 통해 의료사고 원인과 진료과실 유무를 명확히 밝히면, 의사-환자 간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자동개시가 환자와 의료기관 간 불신만 더욱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은 공정하고 전문적인 감정과 조정·중재로 사고 원인과 진료과실 유무를 밝히면 오히려 환자와 의료기관 간 진정한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 5년이 지났다. 이제부터는 전문성, 공정성, 객관성 확보를 위한 중재절차 시스템 개선과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특히 자동개시 부분에 대한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을 고려해, 제도를 잘 운영해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간이조정..."요건 구체화, 세부적·실무적 규정 필요"
의료사고의 사실관계 및 쟁점이 간단한 경우에는 의료사고의 감정을 생략하거나 1명의 감정위원이 감정하는 등의 간이조정 절차에 따라 간이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대해서는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법 개정 이후 지금까지 총 12건이 간이조정에 회부됐고, 그중 감정을 생략한 경우가 11건, 1인 감정을 한 경우가 1건이었다. 12건 중 6건은 합의조정으로 종료됐으며, 6건은 현재 간이조정이 진행 중이다.

서상수 법무법인 서로 대표변호사는 먼저 "간이조정 대상 사건에 대해 간이조정으로 회복하는 비율을 대폭 늘려 조정절차를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조정 성립률을 크게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간이조정 요건에 대해 법 규정의 한도 내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하고, 간이조정 결정을 하는 절차에 대해 보다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규정과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감정..."의협과 견줄 수 있어야...가혹하고 냉철한 평가 필요"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는 자체감정과 수탁감정 등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의료중재원 감정부는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소비자단체 1명으로 구성돼 있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분쟁 해결을 위한 전문지식을 제공한다는 감정의 고유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수탁감정은 의료사고에 대해 전문가의 입장에서 수사기관 내지 법관의 판단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사가 감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체감정이라고 하더라도 공공기관인 의료중재원 명의로 감정서가 작성된 이상 공문서로서 그 내용에 비교적 높은 신뢰성을 담보하는 문서이고 차후 조정이 불성립돼 법원에서 소송으로 다툴 때 증거자료로 제출될 수 있으므로 의학적 판단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중재원의 설립목적과 의료분쟁조정법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객관적이고 의학적으로 정확해 해당 의사 및 해당 의사와 같은 수준의 다른 의사들이 보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감정서가 의료분쟁에서 이상적인 의학감정서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오삼세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감정의 공정성, 전문성, 정확성을 중심으로 조정을 위한 의료감정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서 당시 표준 의학 교과서에 나타난 의학의 수준을 근거로 일반적으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과 있는 진료 수준에 미치지 못했나, 진료환경과 당사자 간 계약 내용은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진료 재량권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대표변호사는 "의료중재원 감정부가 시행착오 겪을 단계도 아니고 시행착오를 양해할 단계도 아니다. 가혹하고 냉철한 평가만이 중재원 감정부가 살아남는 길"이라며 "감정부가 작성한 감정서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작성한 감정서보다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어야 한다. 중재원 감정부는 의협은 물론 대학병원, 고등법원 상임전문심리위원과도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최근 산부인과 의사 구금 판결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 등을 고려해 필요한 개선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 특히 감정의 전문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상임·비상임위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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