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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2억 원 배상 판결, 대법원서 뒤집혀

산부인과 2억 원 배상 판결, 대법원서 뒤집혀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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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산소성 뇌손상 원인 '경련'아닌 분만 전 '뇌실내출혈' 때문
대법원 "악결과 피할 수 없어"..."원심 인과관계 법리 오해"

▲ 대법원
출생 후 신생아에 대해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에게 2억 원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한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저산소성 뇌손상의 원인이 의료진이 조기에 발견해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경련'이 아니라 특별한 응급조치 방법이 없는 '뇌실내출혈'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대법관 김신)는 신생아 A와 부모(B·C)가 D산부인과의사와 E병원장을 상대로 낸 1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6다279152)에서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힌 뒤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건은 B씨가 2010년 8월 15일 유도분만을 위해 E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D의사는 16일 오전 7시부터 옥시토신을 투여하며 유도분만을 시도했으나 분만이 진행되지 않자 17일 오후 3시 19분 제왕절제를 통해 A를 분만했다.

의료진은 8월 18일 오후 3시 25분경 병실을 순회하던 중 A신생아에게 청색증 소견을 발견, 인큐베이터로 옮겼으며, 산소포화도 97%, 심박동수 110회/분, 호흡수 50회/분으로 파악됐다.

당수치는 92로 정상이었으나 활동성이 처지고, 수유 진행이 느려지자 오후 4시 20분 F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F종합병원 의료진은 항경련제와 칼슘을 투여하고, 산소와 수액을 공급했으며, 8월 19일 A를 G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8월 20일 뇌MRI 검사 결과, 양측 대뇌에 아급성 단계의 다발성 뇌실질출혈 및 우측 뇌실내 출혈이 관찰됐다.

A신생아는 9월 9일 G대학병원 퇴원 당시 두개내출혈·뇌실내출혈로 인한 경련성 질환과 신생아 경련(의증) 진단을 받았다. A신생아는 현재 인지·언어·대근육·소근육 등 발달이 지연된 상태로 향후 기립·보행·식사 등 일상생활 동작 수행 장애와 언어장애·인지장애·운동장애 등이 예상되는 상태다.

A의 부모는 D의사가 무리하게 유도분만을 시도, 태아곤란증으로 저산소증 상태로 출생했거나 뇌실내출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 대법원이 최근 신생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해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며 2억 원대 손해배상을 하라는 고법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의협신문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89400)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이 발생했다거나 뇌실내출혈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영상의학 검사에서 광범위한 백화현상이 나타나 있는 경우는 오래 전에 발생한 뇌손상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경련 발생을 즉각적으로 인지해 조치하지 아니한 데에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청색증 소견 발견 이후 조치 내지 전원 과정에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2015나2011388) 역시 분만과정에서 제왕절개술을 시행할 상황이 발생했다거나 저산소증에 빠졌다거나 뇌실내출혈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분만 중 감시 및 처치를 소홀히 했다는 원고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출생 이후 경과관찰과 경련에 대한 조치를 소홀히 해 악결과를 초래했다며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들어 2억 127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은 의료진이 경련 발생을 즉각적으로 인지해 항경련제를 투약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악화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아 의료상의 과실과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원고의 악결과는 뇌실내출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설령 피고 병원 의료진이 경련을 조기에 발견해 항경련제를 투약했다고 하더라도 악결과를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신생아 경련을 치료하지 않아 경련이 지속되는 경우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저혈당증·저칼슘혈증 등과 같은 2차 병인이 유발될 수 있지만 원고의 경련 발생이 최초 확인되는 시점 이후인 2010년 8월 18일 오후 3시 29분경 실시한 당 검사 결과는 당수치가 92로 정상이었고, 8월 18일 오후 4시 30분경 F종합병원에서 실시한 칼슘 수치는 7.8로 정상이었으므로, 경련이 2차 병인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게 지속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심의 신체감정촉탁결과와 원심의 사실조회결과를 살핀 대법원 재판부는 "저산소성 뇌손상은 뇌실내출혈로 합병된 뇌경색으로 인해 발생했고, 이미 발생한 뇌실내출혈 자체에 관한 응급조치 방법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발생한 저산소성 뇌손상은 결국 뇌실내출혈 자체의 합병증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고 판단했다.

또 F종합병원과 G대학병원에서 항경련제를 투여했음에도 경련이 조절되지 않은 점을 들어 "원고에게 경련이 지속된 것은 항경련제를 투여하지 않았거나 뒤늦게 투여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근본적인 원인인 뇌실내출혈에 대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경과관찰상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원고는 악결과 발생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출생 이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원고의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며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2017나2023767)가 진행키로 했다. 첫 공판은 6월 29일 오전 10시 50분 서관 405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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