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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시마피아 많은 보건복지부, 감염병 대처 한계

행시마피아 많은 보건복지부, 감염병 대처 한계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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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전문가 아닌 보건의료 전문가 중심의 '보건부' 독립 절실
박은철 교수, "방역후진국 오명 벗으려면 보건분야 강화해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24일 오후 1시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메르스 2년,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체계 변화:진단과 처방'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2년간 달라진 국가감염병 관리체계를 알아보고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우리나라가 의료선진국이기는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방역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는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를 '보건부'와 '사회복지부'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 내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보건 분야보다 복지 분야에만 관심을 갖다보니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즉, 보건의료와 관련한 전문능력을 갖춘 공무원들이 보건복지부 주요 부서에 없다보니 감염병에 대한 이해가 적었고,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따라서 보건부를 새롭게 만들어 보건의료와 관련된 행정업무를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감염병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의 상위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은철 연세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24일 오후 1시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메르스 2년, 우리나라 감암병 관리체계 변화:진단과 처방' 주제의 토론회에서 보건부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2003년 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발생했고, 현재도 신종감염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6년 단위로 신종감염병이 발생했는데, 앞으로 2021년에는 어떤 신종감염병이 우리를 위협할지 걱정이 앞선다"며 "감염병대책을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2003년 사스때에는 3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한 사람이 없어 방역을 잘 하는 나라로 인정받았는데, 2009년 신종플루 때에는 10만 7939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260명이 사망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박은철 교수는 '감염병 관리 체계-중앙조직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보건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다가 "2015년 메르스 때에는 세계에서 1만 1952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693명이 사망했는데, 우리나라에서만 186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38명이 사망하는 등 사스 때를 제외하고 신종정염병에 대해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 예로 2013년 보건복지백서를 보면 정부는 메르스에 대한 언급을 이미 했다"며 "그럼에도 백서가 나온 뒤 2년뒤에 메르스에 국가가 속수무책으로 뚫렸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선진국이기는 하지만 메르스를 통해 방역후진국인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하면서 원인을 거버넌스의 문제로 봤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2년 보건복지부 공무원 중 40.7%를 차지했던 보건의료인력은 2013년 23.1%로 떨어졌다. 반면, 사회복지분야 공무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더라도 사회복지(14.5%)에 비해 보건의료분야(4.3%)가 훨씬 적었다.

박 교수는 "신종감염병 등은 공무원 사회에서 보건의료 전문가가 어느정도 있느냐에 따라 대응도 달라질 수 있다"며 "보건의료 전문 공무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이 결국 방역후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됐다"고 말했다.

따라서 "OECD 국가 중 60% 이상의 나라에서 중앙부처 조직에서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에 맞게 보건부를 독립시키고 예산과 인력을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행정마피아, 다시 말해 행시마피아가 보건복지부 내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기키려고 하는 한 보건부 독립은 힘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보건복지부 내에 의료인 출신 공무원과 행시출신 공무원들이 여러 부서에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부더 보건복지부 주요 자리에서 의료인 출신 공무원들이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의 기능이 약화되고 사회복지의 기능이 강화되기 시작했다"며 "이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앙부처로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박은철 교수가 제안한 '보건부'(안) 의 체계도

또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위상을 높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질병관리본부 내에 실장급의 직책이 없으므로 조직정비를 하루빨리 서울러야 하고, 국립보건원의 기능과 역할이 중요한 만큼 새 정부에서는 국립보건원을 독립시키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이희영 교수(분당서울대병원)는 "정부가 아무리 개선책을 발표해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정부부처(거버넌스)의 일관된 업무 진행을 보기 힘들다"며 "새로운 정부에서는 거버넌스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획일적인 소통의 구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계현 연구원(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도 "대한의사협회도 새정부에 보건부 분리를 제안했다"며 "보건의료정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위해서는 보건과 복지를 분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위상과 기능이 많이 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체계에만 치우친 것 같다"며 "평상시 대응체계에 대한 부분도 고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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