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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는 립스틱 바를 것' 병원 권고 논란
'여의사는 립스틱 바를 것' 병원 권고 논란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5.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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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의사 용모·복장 매뉴얼 배포
대전협 "성차별적, 인권침해 소지" 강력 반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의사 용모 매뉴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여의사에겐 립스틱과 블러셔, 마스카라 사용 지시와 함께 올림머리로 잔머리를 없앨 것까지 주문한 것은 물론, 남의사에겐 로션사용과 코털정리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의사에게 남의사와 달리 추가적인 외모관리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구태의연한 성차별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병원 서비스 품질을 높이자는 차원이었을 뿐 남녀차별 의도는 없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이 발행 및 배포한 의사 용모 복장 매뉴얼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철회를 권고했다.
 
23일 대전협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전체 의사직을 대상으로 공지됐다. 그 내용은 약 50페이지로 △여성의 용모복장 △여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남성의 용모복장 △남성의 용모복장 Good & Bad △용모복장체크리스트 등으로 구성됐다.
 
대전협은 "일견 평범해 보이나 그 내용을 확인한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하며 강하게 반발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매뉴얼은 구체적으로 ▲출퇴근 복장 제한(남녀공통) ▲'화장기 없는 얼굴은 건강하지 않게 보이므로 생기 있는 메이크업' ▲눈썹 정리와 아이브로우 사용, 아이라인 혹은 마스카라의 사용과 블러셔, 립스틱에 대한 구체적인 색상 지시 및 수정화장 ▲은은한 향수 사용 권장(남녀공통) ▲뒤 옷깃에 닿는 머리부터는 올림머리로 연출, 헤어 제품을 사용해 잔머리를 완전히 없앨 것(여성) ▲코털 정리 지시(남성) ▲로션 사용(남성) ▲마스크 착용 시에도 메이크업 및 틴트 사용으로 입술 색깔을 '화사하게' 할 것▲체크리스트에서 성별을 분리해 메이크업과 스타킹 등(여성) 등으로 구성됐다.
 
대전협은 "해당 내용들은 헌법 제10조, 12조, 37조 2항에 위배돼 인권침해적인 소지가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및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헌법 제 11조 위반으로 성차별적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으로서의 감염관리 등과 관련된 합리적인 복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해당 매뉴얼의 대부분은 여성 의료인을 화사하게 단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라 비판했다.
 
안치현 대전협 여성수련교육이사는 "의료인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성별에 따라 그 역할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전공의들에게만 추가적인 외모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성차별로 여성 전공의를 한사람의 의료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뉴얼을 접한 다른 전공의들 역시 "그저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의료인으로서의 복장 지침이 왜 남녀를 구분해서 만들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의료인더러 향수를 사용하라는 매뉴얼은 처음 본다", "여성 전공의에게 화장하고 올림머리를 하라는 것이 환자를 위한 규정인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전협은 23일 오전 해당 매뉴얼에 대한 철회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하였으며 선진적인 병원 문화 확산을 위한 협조를 재차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매뉴얼이 단순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병원 전문성 및 서비스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환자중심적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임상과장과 의료인들에게 지난주 금요일인 19일 회람으로 공유됐다"라며 "매뉴얼은 가이드라인일 뿐 규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남녀차별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의도는 없었다. 단지 남녀에 따른 구분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병원 감염관리가 중요한 문제다. 문제될 수 있는 복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면서, 환자에게 보다 큰 신뢰감을 주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이같은 내용들이 포함됐다"라며 "미비한 점은 수정해서 재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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