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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히포크라테스 조선왕자를 만나다

[신간] 히포크라테스 조선왕자를 만나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7.05.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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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생 지음/메디안북 펴냄/1만 7000원

 
조선시대 왕의 아들이 적장자로 태어나면 원자가 되고, 7∼9세쯤 세자로 책봉되는 과정을 거쳐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승계 원칙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런 조건을 갖추고도 왕이 되지 못한 왕자들이 많았다. 오히려 장남이 아닌 차자나 서자가 왕위에 오른 경우가 더 많았다.

왕자의 신분으로 태어나도 왕이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왕이 되지 못한 왕자, 특히 똑똑한 왕자일수록 그들의 삶은 험난했다. 정쟁이나 음모에 휩쓸려 유배가는 것은 예사였고, 대부분은 한창 나이에 생을 마치거나 일부러 바보행세를 하면서 생을 마쳐야 했다.

최일생 연세대 명예교수가 <히포크라테스 조선 왕자를 만나다>를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의 시각으로 조선시대 왕자들의 삶과 죽음을 톺아본다.

조선시대 왕자들의 사인을 살펴보면 왕이나 왕비들에 비해 특이한 점이 있다. 2세 이전에 사망하는 영아기 사망이 많았고, 정쟁에 휘말려 어린 나이에 희생되는 경우도 많았다.

조선시대 왕의 평균 수명이 47세(17∼83세)이고, 왕비 42명의 평균 수명이 49.5세(16∼82세)인 데 반해 왕자들의 수명 중간값은 28세이고, 영아 사망자와 생몰년이 미상인 경우를 제외한 124명의 평균 수명은 약 39세(3∼91세)다. 결국 시대를 잘못 만나 정쟁이나 궁중 암투 속에서 희생된 왕자가 많았던 것이다.

정란이나 음모 등에 연루돼 죽은 왕자들의 대표적인 처형방식을 보면 사약 9명, 살해 7명, 자결 3명, 교살 2명이고, 이 밖에도 방에 가두고 불을 지펴 타죽게 하는 증살, 뒤주 속에 갇혀 탈진에 의한 죽음, 독살에다 유배 중 감염병에 걸려 죽기도 했다.

이런 참사를 예측한 일부 왕자들은 거짓으로 못난 체하거나 한량처럼 속내를 감추고 살며 위험을 모면했다.

결국 역사는 비극을 증명했고, 이런 참사를 겪지 않으려는 왕비와 후궁들은 목숨을 걸고 자기 자식을 왕으로 등극시키기 위한 피의 암투가 되풀이 됐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조선시대 왕위 승계 ▲비운의 조선왕자들 ▲조선왕자들의 사인분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부록에는 △왕자의 호칭과 작호 △조선시대 왕자들의 주요 수난사건 요약 △조선시대 왕자들의 생애 요약 등이 실려 있다.

저자는 대한신경과학회 회장과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강남세브란스병원 부원장·연세의대 신경과교실 주임교수를 지냈다. 의사의 입장에서 조선시대 왕실의 삶과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 저자는 그동안 <히포크라테스 조선왕을 만나다> <히포크라테스 조선왕비를 만나다> 등을 펴냈다(☎ 02-732-4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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