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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주 80시간 근무 준수…휴가도 스케줄대로
인턴 주 80시간 근무 준수…휴가도 스케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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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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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식의 미국 수련의사 일기 ②
양현식(하버드대학 브리검우먼스호스피털 신경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의협신문> 독자 여러분. 이번에 미국 의사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하게 된 양현식입니다.

저는 2009년에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 공중보건의사 근무를 마친 후 2012년 도미해 신경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고 작년 7월부터는 행동신경학 펠로우(인지신경의학/신경정신의학)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의사 생활 경험은 공중보건의사 생활밖에 없었고, 또 미국에서도 3차 병원 수련의 생활이 전부인지라 저는 이 연재를 통해 두 나라의 현실을 비교하기보다는 제가 경험해 왔던 수련의 생활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수련과정에는 한국같이 여러 과를 도는 별도의 인턴과정은 없고 각 과의 1년차를 인턴이라 부른다. 신경과는 총 4년 수련과정인데 첫 1년은 내과 1년차가 되어 내과 레지던트들과 같이 내과를 배우고, 2∼4년차 동안에는 신경과를 배운다. 내과와 신경과 수련이 꼭 같은 병원일 필요는 없다.

▲ 양현식(하버드대학 브리검우먼스호스피털 신경과 전문의)

필자가 내과 인턴을 한 병원은 400병상 규모의 지역 종합병원이었고, 수련의들은 주로 나 같은 외국의대 졸업생들이었다. 바베큐 파티로 시작한 훈훈한 분위기의 오리엔테이션 기간동안 나는 의무기록 작성법·심폐소생술 등을 배우고 동기들과 서로 친해질 수 있었다.

2012년 7월 나의 첫 로테이션은 자유선택 턴이었다. 첫 달, 감염내과를 선택해 입원환자를 협진했고, 몇 달 간격으로 두 번 더 있던 자유선택 턴들에는 내분비내과와 류마티스내과를 선택했다. 협진 턴은 대개 협진 초진을 하고 어텐딩(스태프)에게 보고를 한 뒤 같이 환자를 보고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여담이지만 나의 첫 학생임상실습이 감염내과 분과실습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레지던트 첫 로테이션이 감염내과였던 것도 재미있는 우연이다. 자유선택 턴은 보통 오후 6시 전에 끝나지만, 주말 병동을 커버해야 하는 주가 있기도 했다. 자유선택 턴은 다른 병원에서 할 수도 있었는데, 류마티스 내과의 경우 신경과 레지던트를 하게 될 시내 대학병원에서 하면서 병원 분위기도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병동 턴. 인턴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7시 사이에 회의실에 모여 야간당직 레지던트에게 인계를 받고, 병동에 올라가 예비 회진을 하며 시작한다.

7∼7시 30분까지는 환자와 간단히 대화/검진 후 혈압 등을 빠르게 확인하고 간호사들과도 소통한 뒤 SOAP 경과노트를 작성하는 시간이다. 담당 환자는 보통 6∼10명 사이. 그리고 7시 30분에 다시 회의실에 모여 morning report를 듣는다. 환자들을 모두 둘러보고 여기에 늦지 않게 가려면 아침은 꽤 바쁘다. 

Morning report에서는 치프 레지던트가 증례를 정해 토의를 주도하고 미니 강의를 곁들여서 가르쳐 준다. 8시 30분부터는 본 회진이다. 어텐딩 한 명과 2∼3년차 레지던트 한 명, 그리고 1년차 두 명으로 구성된 병동 팀이 모여 전날 오후부터 밤까지 입원한 환자들에 대해 토의한다.

담당 인턴이 현병력·과거병력·검진·검사·진단과 계획에 대해 보고한다. 내가 진단-치료와 그 근거를 회진 시간에 보고할 수 있어야 해서 틈틈이 이것 저것 찾아보는 것을 통해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진단이 불분명한 환자의 경우는 다 같이 고민하다 보면 좋은 생각이 나기도 했다. 그 뒤 기존 환자들에 대한 업데이트 후 다 같이 회진을 나가 보통 12∼20명 정도의 환자들을 함께 만난다.

오더는 회진 도중에 틈틈이 입력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경과기록도 마무리한다. 협진이 필요한 복잡한 환자들의 경우는 전문의(분과 협진의:순환기·신장·감염·내분비·혈액종양 등)들에게 협진을 요청한다.

병원마다 시스템이 조금씩은 다르긴 한데, 우리 병원에서는 내과 어텐딩은 보통 외래 환자를 보지 않는 full-time 호스피탈리스트였다. 환자가 외래에서 어떤 주치의를 보든 입원하면 우리 팀에 들어오고, 우리 팀 어텐딩이 병원 내 주치의가 된다.

그래서 내과 병동은 분과별로 구성돼 있지 않고 혈액종양내과·순환기내과를 제외하면 크게 EKG monitoring이 필요한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로 나눠져 있었다. 한 병동에 온갖 분과 증상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었다.

▲ 일러스트 =윤세호 기자

어텐딩은 외래를 보지 않고 입원환자들만 계속 보다 보니 관련된 전문성을 더 갖출 수 있고, 레지던트들도 하루에 한 번만 회진하면 돼서 효율적이었다.

우리 병동엔 보통 40명 정도 입원하는데 그럼 나머지 20명 정도의 환자는? 다른 호스피탈리스트들이 레지던트 없이 본다. 야간 턴만 하는 호스피탈리스트들도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는 항상 적어도 한 두명의 호스피탈리스트가 있어 야간에도 레지던트들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할 수 있다.

호스피탈리스트들과 이야기해보니 병원 업무는 힘들어도 외래 환자를 보지 않으니 일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휴가도 확실한 게 장점이라고 한다. 반면, 전문의들은 외래진료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해서 보통 12시 경이면 회진이 대개 마무리되고, noon conference시간이다. Noon conference는 보통 호스피탈리스트들과 전문의들이 돌아가며 강의를 준비하고, 다른 레지던트들은 점심을 먹으며 듣는다. 이 시간을 이용해 레지던트 프로그램 회의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혹시 미비했던 경과기록(환자 한 명 당 보통 한 페이지)이 있다면 마무리하고, 다른 환자 관련 업무 및 입원/퇴원기록을 작성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싼 미국의 의료비는 의사들이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의료지원 인력에 투자된다(사실 실질 물가를 고려하면 내과계 의사의 월급은 비슷하다).

간호사가 환자 3∼4명당 한 명이 배치돼 간병인은 따로 없고, 대부분의 일차적 필요(간병·IV·foley etc)는 간호사 선에서 해결되며, 검사 받으러 가는 환자는 환자 수송팀이 따로 있다. 결국 의사로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서류작업이다.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맡은 환자수가 적고 술기가 적은 대신, 환자 한 명당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많고, 더 자세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환자 한 명을 의사 여럿이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예: 주간팀-야간팀-협진팀) 자세한 기록이 중요하고, 또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근거가 될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특히 퇴원요약은 외래 주치의가 퇴원 환자를 이어 받게 될 때 참고하는 중요한 자료이다.

주당 근무시간 제한은 잘 알려져 있듯이 80시간, 조금 덜 하기도 몰래 조금 넘기기도 하지만 대체로 잘 지켜졌다(하루 12∼14 시간×평균 주당 6일 근무). 특히 필자 근무 당시엔 인턴이 16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못하게 돼 있어 매일 퇴근은 해야 했고 야간팀이 따로 있었다.

병동팀은 오후 7시가 되면 야간팀 로테이션중인 동기들에게 환자들을 인계하고 퇴근한다. 물론 서류작업이 남았으면 공식 근무시간에 집계되지 않는 나머지 근무는 해야한다. 야간팀은 한 명이 병동 두 개를 커버하는데, 오후 7시부터 아침 7시까지의 병동 응급상황 관리, 혹은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이들의 입원 초진을 담당한다.

주말은 대강 절반 정도 출근하고(토/일/토일/쉼), 쉬는 주말은 선택로테이션 중인 레지던트가 커버해주게 돼 있다. 이것을 포함한 1년치 모든 스케쥴은 이미 정해져 있고, 내가 쉬어서 다른 사람이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당연한 스케쥴과 의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휴가도 마찬가지로, '따로 내는'것이 아니라 미리 정해져 있다. 규정상 당연히 가야 한다. 휴가턴이 이미 정해져 있기에 휴가를 간다고 미안할 필요도, 카운터가 힘들어질 이유도 없다.

인턴 생활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할 곳이 내과 중환자실이다. 기본적으로 병동과 비슷하지만 호스피탈리스트가 아닌 중환자 전문의가 어텐딩이고, 이들은 12시간씩 교대근무하며 항상 상주하는 전문의가 있다는 점이 달랐다.

전부 1인실이고 간호사 한 명당 환자는 1∼2명만 주어진다. 이런저런 술기도 배울 수 있는데다 복잡한 케이스들이 많아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턴들이었다.

이렇게, 내과 1년이 지나고 인턴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기다리던 신경과 수련을 시작하게 됐다.
하버드대학 브리검우먼스호스피털 신경과 전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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