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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는 동네의원 메스 못잡게 해서야"
"수술하는 동네의원 메스 못잡게 해서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2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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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수술 대형병원 몰리면 수술 대기 장기화...중증·고난도 환자 피해
김승진 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 "외과계 일차의료기관 연합회 세 확대"

▲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
"원가의 7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수가에도 메스를 놓지 못하고 있는 동네의원이 수술실을 닫게 되면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 심각해 질 것입니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은 2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의학전문지 기자단과 만나 '외과계 일차의료기관 연합회'를 출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는 지난 4월 대한외과의사회·대한비뇨기과의사회와 함께 '외과계 일차의료기관 연합회'를 발족, 일차의료기관 수술전문의원 활성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형병원도 하루에 커버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나 수술장비가 한정돼 있습니다. 동네의원에서 수술을 받던 환자마저 대형병원으로 몰리면 중증질환이나 고난도 수술 환자가 제 때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몇 개월씩 대기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김 회장은 "지역사회에서 간단한 수술을 분담하고 있는 외과계열 의원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은 낮은 비용으로 동네의원에서 받는 것이 수술 접근성을 높여 환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과계 일차의료기관 연합회'는 최근 신경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안과 의사회 등이 가세, 정부에 '일차의료기관 수술전문의원 활성화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요구에 힘을 실었다.

"일차의료기관 수술전문의원 활성화를 위해 전문병원제도와 유사한 수술전문의원 제도를 도입하고, 원가에 못미치는 외과계열 수술 수가를 정상화 해야 합니다."

전문가의 합리적 의견에 귀를 닫고 있는 보험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회장은 "최근 복잡심기형 소아심장 환아에게 사용하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것도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수가 수준을 낮추려는 무리수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당장 9월부터 소아심장 환아가 치료재료가 없어 고통받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태윤 대한흉부외과학회 차기 이사장(성균관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은 "고어텍스사가 개발한 복잡심기형 소아 인조혈관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도 대체품목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 회사의 철수로 인해 복잡심기형 아이가 심장병 수술을 받을 때까지 청색증을 개선하면서 버틸 수 있는 희망의 끈을 놓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 차원에서 대체품목이 없는 소아심장 수술용 인조혈관만은 계속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오 차기이사장은 "인공혈관 제품은 계속해서 공급하겠다는 의사는 확인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차기 이사장은 "국내 의료기기 회사가 대체품목을 개발하는 데 나서면 좋겠지만 원가 이하의 수가로 인해 아예 연구개발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한국 의학계와 의료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의료기기·의약품 산업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낮은 수가와 규제로 인해 발판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회 관계자는 "이 제품은 미국FDA 기준을 통과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들은 한국형 우수 의료기기인정기준(KGMP)을 제시하며 3년 마다 미국 공장을 직접 방문해 일주일 동안 현지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실사 준비에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데다 중국 공급가의 절반 이하의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온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해 한국 철수라는 사단이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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