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

안과 수술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수술 과정에서 발견한 병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수술을 한 데 대해서는 자기결정권 침해를 들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A씨가 B학교법인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2억 5709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6가합567762)에서 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소송비용의 1/20는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부담토록 했다.

1988년 5월경 시행받은 백내장 수술(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은 적이 있는 A씨는 2011년 5월 가만이 있어도 오른쪽 눈에 물건이 위 아래로 움직이는 증상이 나타나자 5월 24일 B대학병원에 내원, 오른쪽 눈 인공수정체가 탈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5월 30일 유리체 절제술·탈구된 인공수정체 제거술·새로운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안구의 적도와 후극부 사이에 열공이 동반된 망막박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망막박리 치료를 위해 의료진은 즉시 안내 레이저광응고술 및 냉동응고술, 물-공기 치환술, 실리콘기름 주입술 등을 시행했다(1차 수술).

6월 1일 퇴원한 A씨는 박리된 망막의 재유착과 다른 합병증 등을 확인하기 위해 외래진료를 받았는데 황반 부위 망막은 유착이 제대로 이뤄졌으나 하부 망막은 망막하액이 일부 존재하는 등 유착이 덜 이뤄진 상태로 확인됐다.

6월 30일 2차 수술에서 유리체 절제술·냉동응고술·아래쪽 공막돌륭술·실리콘 기름 제거 및 재주입술을 진행했으며, 7월 2일 퇴원했다.

9월 23일 오른쪽 눈 교정시력은 0.2로 관찰됐다. 의료진은 망막 유착이 잘 이뤄진 것으로 보임에 따라 10월 24일 실리콘 기름 제거술·가스 주입술을 시행한 후 곧바로 퇴원시켰다(3차 수술).

11월 4일 추적관찰에서 망막박리가 재발한 것을 발견한 의료진은 레이저를 이용한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 후 11월 7일 퇴원시켰다.

하지만 망막박리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12월 1일 유리체 절제술·안내 레이저 광응고술·공막돌륭술 제거술·공막띠두르기·실리콘 기름 주입술 등을 시행하고 12월 3일 퇴원시켰다(4차 수술).

A씨는 오른쪽 눈 각막 부종이 발생하고 궤양 및 혼탁 증상과 신생혈관이 생겨 재발성 망막박리·기질성 각막 혼탁·증식성 유리체-망막병증·수포성 각막 등으로 시력 상실률 100%, 두 눈의 시효율은 75% 상태를 보이고 있다.

A씨는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차 수술 전 검사, 1차 수술 또는 레이저 치료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위반해 망막박리 또는 각막 손상을 일으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오른쪽 눈에 발생한 망막열공 및 망막박리는 탈구된 인공수정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1988년 5월경 시행받은 백내장 수술(인공수정체 삽입술)에 따른 불가피한 합병증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차 수술 당시 설명의무를 위반, A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차 수술 이전 또는 수술 당시 안내레이저 광응고술 및 냉동응고술·물-공기 치환술·실리콘 기름 주입술 등의 필요성·내용·위험성 등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면서 "병원 의료진 사용자로서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의료적 침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어서 원고에게 발생한 후유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상당인과관계를 전제로 하는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