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열린 대한환자안전학회 춘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환자안전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의협신문 송성철
환자안전 사고를 줄임으로써 안전한 의료문화를 구축하고 의료의 질을 높인다는 '환자안전법' 제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투자와 관리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환자안전학회는 18일 서울의대 강당에서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환자안전법 시행 10개월을 점검하고, 환자안전법이 자리잡을 수 있는 실효적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해 7월 29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환자안전법에 따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고 현황에 따르면 4월 30일 현재 1482건(월 165건)이 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안전사고로는 낙상(43%)과 투약사고(33%)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검사(4%)·처치(2%) 등이 뒤를 이어졌다.

종합병원과 200병상 이상 병원(치과·한방·요양 포함)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환자안전 전담인력은 952곳 중 577곳(61%)으로 파악됐다.

상급종합병원 43곳은 100%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있었고, 종합병원은 301곳 가운데 82%(248곳)에서 전담인력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371곳 중 204곳(55%), 병원은 237곳 중 82곳(35%)에 불과, 전담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안전위원회 역시 설문조사에 응한 951곳 가운데 59%(559곳)가 설치했다고 응답, 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은영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건강보험수가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전담인력 배치율을 높이고, 배치 의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환자안전위원회와 기능이 중복되는 감염관리위원회와 의료사고예방위원회 등을 효율화하고, 위원회 설치 여부를 건강보험수가 평가요인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담인력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정토론 참석자들은 환자안전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소윤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과)는 "환자안전비용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자안전 수가와 관련해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환자안전 활동으로 얼마나 환자를 더 살리고, 의료의 질을 올릴 수 있는지 구체적인 데이터와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안전을 위한 R&D를 제안했다.

김현아 학회 무임소이사(삼성서울병원)는 "전담인력은 환자안전사고 수집과 보고는 물론 직원 교육 등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더러 무작정 인력을 늘리라고 할 수 없는만큼 환자안전관리료와 같은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건강보험료를 얼마 나 더 내서 환자안전 수준을 어디까지 끌어 올릴 것인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의학전문기자는 "침상 간격을 넓힌다거나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접근은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 포기라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이래서는 결코 환자안전을 높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과 병원의 행정업무를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은 "병원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제도가 시행되면서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료인이 행정업무가 가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만이 인증항목을 700여개까지 늘렸다가 최근에 200여개로 줄인 것은 의료인의 행정부담을 늘리는 것이 환자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성 끝에 나온 변화"라고 설명했다.

구 본부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환자안전사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학습을 통해 예방 효과를 측정함으로써 환자안전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안전 종합계획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를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참석한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병원의 경우 대부분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력 5년 이상이라는 제한 규정을 낮추고, 병상당 환자안전관리료를 지원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중소병원계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전했다.

▲ 대한환자안전학회는 18일 서울의대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실효성 있는 환자안전법 시행 방안을 모색했다.ⓒ의협신문 송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