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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흐림" 수가협상, 통계 속 '허수'를 노린다

"전망 흐림" 수가협상, 통계 속 '허수'를 노린다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5.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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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추락하는 의원, 진료비 점유율 처음으로 19%대
복지부 "추가재정분 예년처럼? 혹은 조금 더?" 고심 중

▲ 2018 의협 수가협상단. 변태섭 단장과 김형수 실장이 뉴페이스로, 임익강 보험이사와 신창록 보험부회장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내려갈 일만 남았다." 지난해 평균 진료비 증가율 11.4%. 올 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출한 통계를 받아본 공급자단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로 병의원 이용이 줄었고 이것이 정상화되며 의료이용이 늘어날 것은 짐작했던 바. 그러나 메르스 사태 이전인 2014년 평균 증가율(6.8%)의 약 두 배가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년도 수가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 뻔해지며 5월 수가협상 전부터 암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2015년 전국을 혼란케 했던 메르스는 어찌보면 기회였다. 환자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자 공급자들은 이를 이유로 역대 최대의 평균 인상률 2.37%를 얻어냈다. 그간 상상도 못했던 추가재정분 8134억원이란 잭팟도 터트렸다.

올해는 다르다. 최고점을 찍었던 추가재정분이 줄어들 일만 남았다는 걸 모르는 공급자는 없다. 작아진 파이를 여럿이 쪼개먹어야 하는 부담, 11.4%란 진료비 증가율에 몸을 사리던 중 조기대선이 시작되며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의료계 표심 공략을 위해 유력 주자들이 너도나도 '적정수가 보전과 일차의료활성화'를 들고나온 것이다.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에 공급자단체들은 "약속했던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 공약을 이행해주길 바란다"라고 일제히 목소리를 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새 정부 이후 첫 번째 수가협상이며 이는 향후 새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정책기조와 의지를 평가하는 의미 있는 자리다. 보험자와 공급자가 상호만족하는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 촉구했다.

평균 증가율 11.4%에 가려진 의원급 '빈사상태'
지난해 급증한 진료비 증가율에는 그러나 빈 틈이 있다. 평균치를 올린 이유 대부분을 병원급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년간 의원은 전체 종별 진료비 증감률 평균에도 못미치는 증가율만을 보여왔다.

실제로 지난해 진료비 증가율 보면 상종은 20.1%, 종합병원은 14.4%를 기록한 반면 반면 의원은 6.9%에 머물렀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상종이 7.7%, 종병이 7.3% 증가했고 의원은 4.3%에 그쳤던 것을 감안할 때 의원급의 진료비 정상화 비율은 병원급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메르스가 발생하기 이전과 비교해봐도 이같은 차이는 분명하다. 2014년 상종은 4.1%, 종병은 6.9% 증가했으나 의원은 6% 증가를 기록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종별 변화율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전체 증감률이 7.8%인 데 반해 병원은 9.7%, 의원 4.8%로 차이가 두드러진다.

병원의 진료비 증가 독식은 고스란히 의원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2011년 21.7%였던 점유율은 2014년 20.7%, 그리고 지난해는 19.5%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9%대로 추락했다.

17일 추무진 의협회장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원들이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인건비 지급과 같은 기본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붕괴마저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공약도 언급하며 기필코 적정수가로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회장은 "20조원이라는 건보공단 누적흑자를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가인상을 통한 적정수가가 보전돼야 한다"며 "의료기관 수가인상은 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적절한 인건비 보상과 채용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의미를 높일 초석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줄어들 일만 남은 추가재정분...정부 눈치에 복지부 '고심'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일단 추가재정분이다. 오는 24일 열리는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에서 대략적인 폭이 결정된다. 지금까지 추가재정분은 2011년 3611억원에서 2012년 5458억원, 그리고 2013년부터 3년간 6300∼6500억원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메르스 사태로 인한 병의원 손실보전과 건보재정 누적흑자 등을 이유로 지난해 8134억원으로 훌쩍 뛰어오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추가재정분을 얼마나 더 늘릴지 고심 중이다. 본래 예년 수준인 6000억원대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새 정부의 공약으로 인해 그 폭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을 조율 중이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돈 주머니를 풀긴 어렵다.

일단 건보공단이 현 상황에 아주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부과체계 개편과 보장성강화 정책 등 돈 나갈 곳이 줄줄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수가인상에까지 인심을 쓰면 적자전환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적정수가 보전'을 약속했던 만큼 "2023년이면 흑자 20조원이 고갈된다"던 기존 논리를 그대로 들이밀며 공급자를 무시하기도 어렵다.

 
공급자들은 "의사들의 희생으로 쌓인 20조원을 그대로 두고만 있을 것이냐"고 불만이나 건보공단도 할 말은 있다. 과거 재정파탄의 악몽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이미 2000년 건강보험 통합 및 의약분업으로 적자사태를 겪어본 건보공단으로서는 굳이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시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국고지원 확대, 보험료 인상 등이 재현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대안으로 건보공단은 성상철 이사장 취임 때부터 외쳐온 '적정부담과 적정급여, 적정수가'를 위해 재정소위에서 가입자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건보 보장성을 높이고, 급여만으로도 의료인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윈윈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전국민의 80%가 가입한 민간보험으로의 과도한 지출을 막겠다는 일석이조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나 가입자들의 거센 요구로 지난해 건보료 동결이 이뤄졌던 만큼 쉬운 길은 아닐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이 불러온, 예상치 못했던 '적정수가 훈풍'에 의료계가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아니었다면 대폭 깎일 일만 남았던 올해 수가협상이기에 희뿌연 전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2018 수가협상이 마무리되는 오는 31일 자정, 과연 지난해처럼 '전 유형 체결'이 가능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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