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을 선임 3개월만인 최근 만났다.

이날 곽 과장은 제약계가 주목하는 '약제비 총액관리제'와 면역항암제 급여화를 포함해 보험약 급여화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밝혔다.

리베이트 수수혐의에 따라 최근 내린 노바티스 약에 대한 행정처분 관련 얘기도 꺼내놨다.

그때그때 일관성없이 도입되다 보니 복잡하단 평가를 받고 있는 급여제도 전반을 단순하고 일관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보험약제과 박지혜 사무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일문일답>

국내 약제비의 총액을 제한하는 '약제비 총액관리제'에 대해 제약계의 우려가 있다. 현재 한 해 19조원 정도인 약제비가 제도가 시행되면 더 줄어들 수도 있나?

건강보험공단이 하고 있는 말그대로 연구용역이다. 연구 시작하면서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제약업계의 우려가 커 보였다. 어떤 제약업계 분은 그런 제도는 하지 말라고도 하던데 외국의 관련 제도를 파악하고 연구해보는 단계다. 연구조차하지 말라는 것은 너무 과하다. 외국 현황을 파악하고 연구하다보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을 살펴보는 단계다.

아직 검토단계라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제약계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약제비 총액관리제가 시행되면 정부가 목표관리 수치를 정해 예산을 묶어둬 제약산업 성장을 더디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약제비 총량은 가격 곱하기 사용량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가격통제는 했지만 사용량 통제는 하지 않았다. 특별한 사용량 관리 기제가 없다. 건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효율적인 재정운용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약제비 총액관리제 역시 그런 관점에서 제도 운용의 시사점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당장은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나온 게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가격이 아니라 사용량을 제한하는 구체적인 제도를 고민하고 있나?

외국사례를 보면, 사용량을 관리하는 여러 시스템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격통제만으로 보험약값 정책을 밀고 나갈 수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한국이 사용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구 다국적제약산업협회)는 OECD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보험약값 책정방식이 가혹하다고 한다. 정부 역시 동의하나?

OECD 약가제도를 보면 다양한 이중가격제를 채택한 곳이 많아 실제 약값을 파악하기 어렵다. 정부 간에도 서로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는다. 그런 한계가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한국 정부의 가격책정 방식이 특별히 가혹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KRPIA의 자료에 대해 몇차례 보도해명 자료를 냈지만 여전히 몇년이 지난 자료를 재탕하니 정부 정책의 신뢰를 깎아 먹을까 우려스럽다. 통계 처리과정에서 한계가 있는 자료를 발표해야 한다면 그 한계가 무엇인지 같이 밝혀야 오해가 없다. 데이터에 대한 한계를 밝히지도 않고 공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박지혜 보험약제과 사무관
인터뷰에 동석한 박지혜 보험약제과 사무관도 추가적인 설명에 나섰다.

박 사무관: 신약이 비싸지는 추세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부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신약가격을 적정하게 책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유럽 상황을 보면 이른바 작지만 잘사는 나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은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국경을 넘어 공동입찰을 추진하기도 한다.

다국적 제약사의 가격전략에 대한 국가간 공동대응 필요성을 느껴서 일 것이다.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보험약값 책정에 가혹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본다.

암이나 희소질환 치료제가 비싸지면서 환자가 고통받고 있다. 영국처럼 암이나 희소질환 치료제 관련 펀드를 운용해 환자의 고통을 줄일 대책이 있나?

출시 이후 보험급여까지 기간이 환자에게는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난적 의료비지원사업을 했다. 4대 중증질환으로 제한해서 적용하고 있는데 이런 모델을 확대하면 대책이 될 것 같다. 현재 기준보다 지원대상 범위를 확대하거나 지원금 자체를 늘릴 필요가 있다.

약이 들어온다고 바로 급여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해 재난적 의료비지원사업 확대를 검토 중이다. 보험약제과보다는 질병정책과나 상위부서가 논의해야 하고 검토 중인 사안인 만큼 내가 뭐라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

재난적 의료비지원 사업 재원은 건강보험 재원인가?

국고 재원도 있고, 사회복지공동기금에서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면역항암제가 조만간 급여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표적항암제와는 달리 화학치료제만큼 적응증이 다양해 재정이 많이 지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면역항암제가 표적항암제와 다른 특성이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현재도 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중 급여에 바짝 다가간 키트루다와 옵디보 중 결국 키트루다측의 입장인 바이오마커를 인정하는 쪽으로 급여될 전망이다.

박 사무관: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면역항암제는 기전이 새롭다. 표적항암제보다 반응률이 높지 않다. 그래서 허가사항과 학회 의견 등을 토대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다.

반응 여부에 급여여부를 결정하는 성과기반형 급여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었나? 옵디보측이 제안한 것으로 안다.

현재 두 약이 급여협상 중이다. 나중에 급여되면 급여와 관련한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어렵다. 복지부도 성과기반형 제안을 검토하긴 했었다.

최근 리베이트를 제공한 노바티스 일부 약에 대해 급여정지 혹은 과징금 행정처분을 내렸다. 일부에서는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한 결정에 대해 찬반여론이 일기도 했다.

급여정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실제 급여정지 혹은 과징금 처분이 내렸졌다. 처음이었던 만큼 부담이 컸다. 국민건강보험 고유목적인 환자 건강보호와 리베이트 근절 입법취지가 상당부분 충돌해 가장 힘들었다. 일부에서는 리베이트 근절취지에 맞게 대체약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은 회사 잘못인데 왜 환자가 약을 변경하면서 벌어질 부작용의 위험을 감수하도록 해야 하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법이 허용한 재량범위 안에서 복지부는 이 두가지 가치를 균형있게 판단해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야 했지만 일부 질환은 자칫 비의학적인 판단으로 약을 변경했다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더 고려했다. 국민건강권 보호에 가장 큰 무게를 둔 결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 과정에서 복지부도 현 급여정지 제도에 대해 아쉬움을 느꼈던 것 같다. 국회에 급여정지보다 약가인하 기전을 도입하도록 하는 법안 의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4년 7월 급여정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전에 있던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약가인하 제도가 삭제됐다. 하지만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과징금보다 약가인하와 같은 항구적인 경제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있다. 환자에게는 피해를 주지않으면서 리베이트 제공유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수단이 약가인하라고 생각한다.

6개월 급여정지가 약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퇴출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처방 유도와 같이 제약사가 시장에서 나름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보다 리베이트 근절 효과가 있는 법개정을 국회에 제안해뒀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잘처리될 것으로 보나?

법개정과 관련해 국회 관계자와 충분한 협의과정을 거쳤다.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대체약이 있지만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 정부가 제네릭의 동등성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제네릭을 신뢰할 것인지는 이번 결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핵심은 약의 대체 과정이었다. 전문가들이 일부 약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줘서 환자의 건강권을 가장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제네릭과 오리지널의 동등성은 이번 결정에서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한번 말씀드린다.

보험약제과장 재직 중 이것만은 해놓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많은 분이 약가제도가 너무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제도를 가능하면 단순하게 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약값의 재원은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인 만큼 정부는 국민의 보험료가 제대로 잘쓰였는지 꼼꼼히 검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검증시스템을 약화하지 않으면서 절차를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하려고 한다. 국민이 값싸고 좋은 약을 빨리 투여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