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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 과징금 대체에 성분명처방 주장 '흔들'
글리벡 과징금 대체에 성분명처방 주장 '흔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5.1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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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계, 제네릭 동등성 불인정 공식 사례 우려
성분명처방 의무화 한계 드러낸 처분 평가

▲ 대한의사협회 인터넷 방송 (KMA TV)의 기획 영상 '성분명 처방 의무화' 중 일부 (사진=영상 캡쳐)
보건복지부가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에 대해 과징금 처분을 예고하자 약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글리벡 '제네릭'이 출시됐는데도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이 제네릭이 오리지널약과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사례로 남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성분명처방 의무화를 요구하는 측은 글리벡 과징금 대체결정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약계 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글리벡 등에 대한 과징금 처분 이후 처분 적절성에 대한 감사청구를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글리벡의 제네릭이 출시된 만큼 복지부가 글리벡 급여정지를 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2에 따르면 불법 리베이트 대상 약은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하되 '동일제제'가 없는 경우 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측은 식약처가 오리지널약과 동등하다고 제네릭을 승인했는데, 복지부는 식약처가 승인한 동등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복지부는 건보법 시행령 제70조의2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급여정지를 내리는 대신 과징금 처분을 했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다.

복지부는 "글리벡은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로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과정에서 부작용 등의 우려가 있으며 자칫 악화되면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며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치료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은 복지부의 결정에 안도하고 있다.

A대학병원에서 혈액암을 치료하는 B교수는 "제네릭은 글리벡과 동등하다고 볼 만한 일정범위에 있다는 말이지 같은 약은 아니다"라며 "글리벡이 급여정지됐다면 치료현장에서 큰 혼란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 대부분도 글리벡을 제네릭으로 교체하길 원치않았으며 나 역시 내키지 않는 처방"이라고도 덧붙였다.

백혈병 환자단체도 복지부의 과징금 결정에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에 따르면 글리벡의 제네릭 처방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제네릭은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에서 오리지널약 대비 혈중 농도의 80∼125% 범위에 들면 제네릭으로 허가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80∼125% 범위에만 들면 허가받는 제네릭의 속성 탓에 제네릭과 오리지널약은 완전히 같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성분명처방 의무화를 반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제네릭의 이런 한계 탓에 성분명 처방률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대한약사회가 2014년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재정절감을 위해 성분명처방 활성화에 애를 쓰지만 여러 유럽 국가의 성분명처방률은 10% 미만으로 낮다. 심지어 오스트리아는 상품명처방을 의무화할 정도로 제네릭의 동등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불거진 글리벡의 과징금 처분이 예기치 않게 성분명처방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성분명처방을 주장하는 약계에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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