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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약 부작용 '실명' 의료법인 3억 원 배상 판결
감기약 부작용 '실명' 의료법인 3억 원 배상 판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5.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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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병원 의료진 문진의무 소홀한 탓
서울고등법원, 의료법인 손해배상 책임 인정...제약사·약국 제외
▲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등법원(재판장 이원형 고등부장판사·주심 김민기 고법판사)은 A씨와 가족이 B의료재단·C약품 주식회사·D약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2013나2010343)에서 B의료재단은 A씨에게 2억 9071만 원, 남편에게 700만 원, 자녀 2명에게 각 300만 원 등 3억 371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C약품 주식회사와 D약국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A씨는 2010년 1월 28일 감기·몸살 가운이 있다며 남편에게 약을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 D약국 약사는 A씨의 남편에게 증세를 듣고 일반의약품인 스파맥 정(주성분 아세트아미노펜 500mg, 푸르설티아민 20mg) 1통(10정)과 쌍화탕 1포를 판매했다.
 
A씨는 1월 28일 저녁 스파맥 2정과 쌍화탕 1포를 복용하고, 1월 29일과 1월 30일 아침과 저녁 식사 후 스파맥 각 2정을 복용했다.
 
A씨는 1월 31일 오전 10시 1분경 B의료재단 병원 응급실에 내원, 이틀 전부터 근육통과 얼굴 주위 붓는 경향, 인후통 및 무릎 안쪽으로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 증상 등을 호소했다. 당시 A씨의 체온은 38.1℃, 혈압 120/80mmHg, 호흡 분당 20회, 맥박 분당 88회였다.
 
A씨는 응급실 당직의로 근무 중인 E인턴에게 며칠간 감기약을 복용했다고 얘기했으며, 당뇨·고혈압·간염·결핵·약물알러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대답했다.

E인턴은 A씨의 증세를 급성 상기도 감염으로 보고 디클로페낙 베카디메칠아미노에탄올 90mg(제품명 클로낙 주)·말레인산 클로르페나라민 4mg(페나라민 주)을 정맥주사했으며, 말레인산 클로르페나라민 2mg(페나라민정)·아세트아미노펜 650mg(타세놀 이알 서방정)·프레드니솔론 5mg(소론도정)·시메티딘 200mg(타가메트 정)·디하이드로코데인 타르트라트 500mcg(코데날 액)을 귀가 후 경구복용하도록 처방했다.
 
A씨는 집으로 돌아와 1월 31일 점심·저녁 식사 후 응급실에서 처방한 약을 복용(프레드니솔론 제외)했다.
1월 31일 23시경 다시 B의료재단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A씨는 의료진에게 "열·인후통·전신 가려움증 증세로 응급실 치료 후 증세가 더 심해 내원했다. 1월 30일 저녁부터 다리 쪽 발진과 가려움증이 시작돼 금일 저녁부터 상체 쪽으로 심해진다"고 증세와 내원 경위를 설명했다.
 
병원 의료진은 디클로페낙 베카디메칠아미노에탄올(디크놀 주)·말레인산 클로르페나라민 4mg(페나라민 주)·라니티딘 56mg(라니티딘)을 정맥주사했으며, 귀가 후 경구 복용약으로 아목시실린수화물 250mg(아모크라 정)·케토롤락트로메타민 10mg(케토라신 정)·애엽 95% 에탄올연조엑스 60mg(스티렌 정)을 처방한 후 2월 1일 02시 20분경 귀가시켰다.
 
A씨는 2월 1일 오전 10시 21분 증세가 더 악화됐다며 다시 D의료재단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이학적 검사 결과 1차 내원 때와는 달리 편도 위를 염증에 의한 삼출물로 추정되는 하얀 판이 덮고 있고, 턱 앞쪽과 아래쪽 밑에 압통을 동반한 붓기 등이 관찰되고, 혈액검사·소변검사 등에서 염증 소견이 관찰되자 내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 의료진 협진을 거쳐 A씨의 증세를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으로 의심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2월 1일 F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F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의 증세를 독성 표피 괴사 용해증(TEN)으로 진단하고 내과·피부과·이비인후과·안과 등 의료진 협진을 거쳐 피부 병변 진행을 막기 위해 의심스러운 모든 약제의 투약을 중단한 뒤 고용량 면역글로블린 주사·드레싱·안약 투여·인공 렌즈 교체 등의 치료를 계속했다. 하지만 2월 22일 A씨의 우안 각막이 천공, 2월 23일 우안의 영구적 양막 이식술을 시행했다.
 
A씨는 내과적 증세가 회복돼 3월 16일 F대학병원에서 퇴원했으나 안과적 증세는 호전되지 않아 5월 4일 각막편 이식 및 양양막이식술(우안), 6월 1일 전층 각막 이식술 및 윤부 이식술(우안), 일시적 양막 이식술(좌안)을 받았다.
 
A씨는 2012년 2월 신체감정에서 우안의 경우 광각인지를, 좌안의 경우 안전수지로 저하돼 실명 상태이며, 우안과 좌안 각막 모두 혼탁 소견을 보였다. 우안은 전체가 결막으로 덮어지고 안구가 위축돼 있으며, 좌안은 신생혈관이 자라 들어오는 양상을 보이고, 각막 중심부 일부가 얇아지는 등의 영구적 장애가 남은 상태다.
 
재판부는 C약품 주식회사의 경우 제품안내서에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의 위험성을 적절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기재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내용 표시상 결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이유없다고 밝혔다.
 
D약국 약사가 아세트아미노펜의 위험성·부작용 등에 관한 설명하지 않았고, 충분한 복약지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복약지도란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때 진단적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구매자가 필요한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며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며 매우 예외적인 부작용까지 자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의료법인에 대해서는 응급실 내원 당시 A씨에 대한 문진의무를 소홀히 해 스파맥과 주성분(아세트아미노펜)이 동일한 약제를 경구 복용토록 처방함으로써 조기에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장애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응급실 의료진이 내원 전 감기약을 복용한 사실을 들은 이상 약물에 의한 부작용으로 얼굴 주위의 붓는 경향 및 무릎 안쪽으로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적어도 배제진단을 위해서라도 복용한 약의 종류·복용량·복용 시기·복용 간격·함께 복용한 약의 존부 등을 자세히 문진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사항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의 발병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원인 약물도 100가지 이상으로 다양한 만큼 이 사건 장해와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B의료법인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의 대부분은 약물에 의해 발현된다고 보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 점,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드물게나마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내원 당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의 초기 임상 증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나타나 있었던 점 등도 짚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문진의무를 다해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스파맥을 복용한 사실을 확인했더라라면 A씨의 증세만으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내지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을 진단하기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아세트아미노펜의 부작용일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해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제를 경구 처방하는 조치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양안 실명이라는 장해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B의료법인은 병원 응급실 의료진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와 가족이 입게 된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평 타당한 손해배상의 이념에 따라 손해책임을 30%로 제한했다.

고법 판결에 불복한 원고와 피고측 모두 대법원(2017다223835)에 상고,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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