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헌 원장(서울 강서·연세이비인후과의원)

면접을 앞둔 아들이
넥타이를 매달라고 한다
내 목에 걸고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돌려
매듭과 고리를 만들어 건네주었다
목에 걸고 조이기만하면 된다
이제 세상이 넥타이를 잡고
아들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
가고 싶지 않은 쪽으로 끌려갈 수도 있겠다
아들은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세상의 문을 공손히 열고
구름을 밟듯 조심스레 걷겠지만
어느 날 문득
너무 숨이 막힌다고
이게 아니었다고
넥타이를 끌러버릴지도 모르지만
이쪽으로 한 번 저쪽으로 한 번 돌려
만들어진 매듭과 고리의
조여지고 풀어지는 간격 사이에서
단정하고도 편안하게 매는법을
스스로 알게 되겠지

넥타이 매는법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몇 번을 가르쳐주어도 아들은 넥타이를 혼자 매지 못하고 나에게 매달라고 한다. 번번이 부탁하는 것이 죄송스러워서인지 한 번 매주면 넥타이를 풀지 않고 벗어서 다음에 다시 사용하려고 그대로 벽에 걸어놓곤 하는데, 걸려있는 넥타이 모양이 꼭 올가미처럼 느껴진다.

아들에게 여러 번 넥타이를 매어 건네주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삼 년 전 큰아이가 정장을 입고 최종 면접 보러간다고 나설 때였다. 정장을 입은 아들이 의젓해 보이기도 하고, 드디어 출근하게 되는구나 설레기도 하고, 잘 적응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마치 안하던 넥타이를 매면 목이 조이듯이 조직 내에서 얼마나 옥죄는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미리 걱정되는 여러 가지 상념들이 떠오른 때문이었다.

넥타이를 매는 기본적인 방법이 몇 가지 있는데 나는 그 중 윈저 노트법을 이용한다. 넥타이를 목에 걸고 교차해 뒤쪽에서 앞쪽으로 오른쪽 목끈에 돌려 감고, 똑같이 왼쪽 목끈에 돌려 감아 대칭이 되게 매듭의 심을 만든 다음, 앞쪽으로 돌려 고리를 만든 후 고리와 목끈 매듭 사이로 위에서 아래로 넥타이 끝을 끼워 넣어 조이는 방법이다.

사랑을 위해 왕위까지 버렸다는 영국 왕 에드워드 8세 윈저공이 고안해서 즐겨 매던 스타일이라고 알려져 윈저 노트라고 불리우고 있다. 넥타이를 단단하고 두껍게 착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으로서 좌우 대칭을 이뤄 반듯하고 정중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조금씩 응용해서 멋을 주는 몇 가지 방법이 더 있지만 넥타이 매는 방법이야 아무러면 어떠랴. 중요한 것은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사회생활을 공손히 시작하는 아들이 하루 빨리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넥타이를 매면 목이 조여와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든다. 조직의 윗사람 중에 부하 직원을 혹독하게 다루는 사람이 있다면 마치 목에 걸린 넥타이를 고삐처럼 거머쥐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셈이 된다.

소나 말을 다루듯이 질주하라고 고삐로 채찍질을 하기도 하고, 너무 나대지 말라고 고삐를 당기며 제동을 걸기도 할 것이다. 조직의 올무 같아서 버둥거리면 더욱 조여오고 그냥 걸고 다니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안되겠지만 견디다 못해 넥타이를 풀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넥타이는 층층시하 조직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라고 느껴진다.

세상 모든 부모의 눈에 아무 문제없고 믿음직하게 보이는 아들은 없을 것이다. 반대로 세상 모든 아들 눈에 자신을 충분히 믿어주고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고 보호해 주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부모는 드물 것이다.

그저 운명처럼 목에 걸게 된 넥타이를 스스로 조이고 풀며, 단정하게 보이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아내어 잘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물려준 능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기대와 부담감만 안겨주어 아들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군사훈련을 마치고 근무지 배치 받은 아들은 아직 자라지 않은 머리로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출근을 하여 윗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공손히 근무하고 있다. 가끔 집에 오는 아들의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