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짬뽕된 법 혼란스럽다"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짬뽕된 법 혼란스럽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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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연명의료결정법이 무의미한 연명의료 조장 우려" 지적
적용대상자 및 연명의료 중단과 유보도 애매...개선점 수두룩

 

▲ 대한암학회와 한국임상암학회는 지난 3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한 심포지엄을 26일 열었다.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가 하나의 법에서 다뤄지다보니 혼란스럽다는 의견과, 연명의료 중단 결정 및 유보 결정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각종 서식이 너무 많고, 오히려 법대로 하다보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조항들이 많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의협신문 김선경

말기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돕기 위해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오히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 법이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을 합쳐놓다보니 적용대상자(말기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혼선이 생기고, 호스피스·완화의료만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도 불필요하게 연명의료결정과 관련된 업무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환자·가족·의료진이 상의해 연명의료를 결정해 오던 진료관행을 어렵게 하는 비윤리적인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연명의료를 유보하고 호스피스-와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조차 어렵게 하고 있는 행정절차는 개선돼야 하며, 준비되지 않은 법집행으로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사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처벌조항은 유예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명확한 행정지침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대한암학회와 한국임상암학회는 4월 26일 오후 2시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강당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고 지난 3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이 법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제1부 호스피스, 완화의료' 세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패널들.ⓒ의협신문 김선경

이날 심포지엄은 제1부, '호스피스·완화의료', 제2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장윤정 교수(국립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연명의료결정법과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해 소개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는 2017년 8월 4일부터 시행되고, 연명의료결정은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장 교수는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며 "호스피스·완화의료에 연명의료결정까지 법에 엮이다보니 복잡해진 부분이 있어 양쪽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현정 과장(서울의료원 혈액종양내과/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은 호스피스·완화의료와 관련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전 과장은 "법에서는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각각 말기진단 의사소견서를 작성하고, 전공의는 담당의사가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전공의의 담당의사 자격 제한은 진료의 흐름을 왜곡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공의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적기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판단과 결정을 내지 못하게 될 수 있고, 이는 연명의료 유보 혹은 중단에 관한 환자의 결정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중석에서 한 호스피스 관계자가 질의를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또 "모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에서 돌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뒤 "암질환 말기와 같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이 극심한 경우에 적합한 구조로 디자인된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을 모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돌보는 일에 투입하는 것은 의료자원의 과잉 투입과 돌봄의 질저하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 과장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신청한다는 것은 연명의료 유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연명의료결정 대상자에 포함시킨 것을 제외시켜주고, 연명의료결정에 필요한 각종 서식도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의에서 최윤선 교수(고려의대/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사장)는 "호스피스와 연명의료중단결정을 잘 하자고 만든 법인데, 두 가지 내용이 하나의 법에 짬뽕되다보니 혼란스럽다"며 "법 시행전에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정혜 교수(한림의대/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이사)는 "질환별로 담당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돼야 하는데, 또 다른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도록 법에서 명시하고 있어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열린 2부에서는 백수진 연구원(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을 설명하면서 법의 목적, 임종과정의 정의, 대상환자 판단, 연명의료결정 이후 이행 과정등에 대해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최혜진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장) ⓒ의협신문 김선경

이에 대해 최혜진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장)는 연명의료결정과 관련된 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법과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서는 임상적으로 특수한 상황에 대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특수상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며 "이 때문에 법의 취지와 다르게 모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가족과 대리인의 역할을 배제하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만 강조하고 있어, 의료진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녹음기를 갖다 대고 진술을 받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에 대리인을 환자가 원하면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연명의료계획서를 본인이 작성하게 되어 있는 현재 법률은 심폐소생술금지(DNR) 등이 불법화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시범사업을 통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법정서식과 처벌규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과도한 법정서식과 처벌규정(14건의 벌칙조항, 호스피르·완화의료 및 연명의료결정 과정에 작성하는 서식지 10여장 이상)은 의료진의 질적인 환자 돌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입법 취지와 반대로 의료인들의 임종기 판단을 지연시키고 연명의료가 조장되거나 지속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임종과정은 예측이 어렵고 긴급하게 발생하는데, 전문의 2인이 임종과정을 판단하기 전에 임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연명의료결정 이행 이후 임종과정 판단에 대한 소송이 발생할 수도 있어 연명의료중단결정에 있어 소극적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한 대상자를 판정할 때에는 전문의 1인이면 충분하고, 연명의료중단결정을 할 때 임종과정에 대한 판단은 환자곁에 주로 있는 전공의를 포함해 전문의 1인이 포함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또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어려운 병원과 의원급에 대해서는 유예가 필요하며, 자문형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나 임상윤리팀제도를 하위법령에 포함하거나 지침서 등에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부와 2부 주제발표에서 지적된 문제점에 대해 황의수 과장(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은 "연명의료결정법은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국회에서 어렵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이 엉터리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불경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계에서 여러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 법은 의료진들을 최대한 보호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고, 현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올 하반기에는 법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닌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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