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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혈관 공급업체, "가격 낮다" 한국시장 철수
인조혈관 공급업체, "가격 낮다" 한국시장 철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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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보다 소아심장환자들 인조혈관 없어 수술 못받는 상황 발생
흉부외과학회 등, 치료재료 안정적 공급 위해 정부 대책 마련 촉구

김웅한 교수(서울대병원 흉부외과)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고어코리아가 한국시장을 철수하면 소아심장환자들이 치료재료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아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업체가 한국에서 보험급여가 너무 낮게 책정돼 있다며 한국시장을 철수키로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어른보다 소아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은 대체품목조차 없는 것들이 많아 응급을 요하는 소아심장환자들의 경우 치료재료가 없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오는 9월 한국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현재 국내 대형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조혈관 재고가 1년치밖에 남아 있지 않아 모두 소진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는 인조혈관이 한국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줄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흉부외과학회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2012년부터 인조혈관 보험상한가를 인하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왔으며, 2016년 12월에는 인조혈관 제품들에 대한 수입원가 조사결과 보험상한가를 20% 가량 삭감했다.

이처럼 인조혈관 보험수가가 지속적으로 인하되자 국내에 인조혈관을 공급하고 있는 고어코리아는 2017년 2월 27일 한국시장에 제품공급을 종료키로 결정하고, 2017년 9월 30일자로 한국 대리점 계약을 종료해 완전철수한다고 밝혔다. 고어코리아 직원들도 모두 내보냈다.

그 이유는 인조혈관이 미국시장에서 80만원대, 중국시장에서는 140만원대에 공급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40만원대로 형성돼 도저히 매출 이익이 남지 않기 때문. 게다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허가 및 GMP 승인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도 한몫했다.

고어코리아가 자사의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시장 철수를 선언하자 문제는 의료현장으로 까지 튀고 있다.
인조혈관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흉부외과에서 인조혈관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수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흉부외과학회와 중재혈관외과학회는 어떠한 이유로든 치료재료의 공급중단으로 인해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국민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심성보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흉부외과에서 사용하는 인조혈관 등 치료재료는 매우 소량으로 생산되는데, 보험급여를 너무 낮게 책정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행한다"며 "공급을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야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 및 공급할텐데 오죽하면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겠냐"고 말했다.

또 "어른들에게 사용하는 인조혈관은 다른 업체에서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철수하더라도 대체가 가능하지만 소아에게 사용하는 인조혈관은 고어코리아에서 유일하게 공급을 해왔기 때문에 시장 철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심 이사장은 "학회가 나서서 치료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업체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생명을 다루는 분야와 관련된 치료재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부 관계자들이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이처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 그동안 보험수가 인하만 했다"며 "소아심장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해결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신재승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장도 "보험 상한가의 지속적인 하향조정 때문에 한국시장을 철수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며 "우리나라에서 인조혈관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고어코리아·마퀘트코리아·바드코리아·테루모코리아) 4곳 중 고어코리아가 철수하면 다른 업체들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고어코리아가 철수해도 나머지 회사들이 공급하는 것으로 대부분 대체가 가능하지만 대체가 되지 않는 품목이 있다"며 "예를들어 소아심장수술 시 들어가는 인조혈관(폐혈류량 증가 및 영아의 대동맥 삽관을 목적으로 사용), 판막성형술에 들어가는 고어텍스봉합사(승모판 인공건삭을 만들어 판막성혈술에 사용), 중재시술에 들어가는 스텐트-그라프트(인조혈관에 싸여있는 스텐트)가 대체 불가능한 품목"이라고 지적했다.

신 회장은 최근 인조혈관을 공급하는 업체들과 간담회를 한 결과, 업체 대부분이 ▲원가조사로 인하된 인조혈관제품의 상한가 복구 ▲인조혈관 제품군을 '퇴장방지 치료재료 제품군'으로 지정해 안정적 공급 ▲수입원가 재평가(수입원가가 높으며 우수한 품질 제품의 보험상한가 인상)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정부 당국 및 관련업체는 현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조속히 파악해 수술이 필요한 국내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양질의 제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 당국은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치료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또 "고어코리아는 40년이상 의료사업에 종사한 기업윤리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며, 대체품목이 없는 제품의 국내 공급 중단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에서 소아심장수술을 많이 하고 있는 김웅한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흉부외과)도 "연간 소아심장수술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의 판매량이 약 300개 정도 되는데, 현재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고는 1년만 쓰면 없어질 것"이라며 "대체품목이 없어 수술이 불가능해 환자가 사망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들도 소아심장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유일하게 고어코리아에서 공급하는 인조혈관이 없어 소아심장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성보 이사장은 "학회에서 자주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얘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격만 인하하기보다는 정말 문제가 뭔지 이번 기회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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