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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인용 사례금 논란...SCI 목매는 풍토 탓"
"학술지 인용 사례금 논란...SCI 목매는 풍토 탓"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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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들 알면서도 '쉬쉬했다'...출판윤리 교육 강화하면 사라질까?
최인홍 의편협 회장, "비윤리적 행위 통제 내부 자정노력이 최선"

대한통증학회를 비롯해 여러 학회들이 학술지 인용 장려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인용 횟수에 따라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학회가 회원 학회에 "비윤리적인 인용 장려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자정노력에 들어갔다.

특히 의학 학술지의 편집과 논문심사, 그리고 출판윤리 등에 관한 교육과 해당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판윤리의 중요성을 학술지 편집인들에게 더욱 더 강조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인용 장려 사례금 문제가 상당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대한의학회를 비롯해 회원 학회, 의편협은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쉬쉬했으나, 앞으로는 국제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례금을 주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적극 알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회의 자정노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의학회나 의편협에서는 학술지 출판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학술지를 평가하는 것 이외에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의편협 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최인홍 연세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를 만나 의편협의 역할과 학술지 출판과 관련된 비윤리적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들어봤다.<편집자>

 

▲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최인홍 연세의대 교수(미생물학교실) ⓒ의협신문 김선경

Q. 최근 대한통증학회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논문에 자신들의 학술지를 인용해주면 사례금을 최대 40만원까지 준 사실이 알려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학회 학술지를 인용해 달라는 장려정책을 써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통증학회의 경우는 이미 출판 승인된 논문에 자신들의 학술지를 인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사례금을 지급했다. 정말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것이다. 외국의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인용 사례금 문제는 정통적인 출판윤리 위반사항에는 포함되지는 않는다. 논문 중복게재, 이중투고, 논문표절, 저자됨, 이해관계 상충 등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돈을 주고 인용을 요청하는 것은 특수한 상황이다.

또 외국에서도 자신들의 학술지를 인용해달라는 얘기를 하기는 하는데, 이처럼 하지 않는다. 자신의 학술지 논문 중에서 관련 있는 논문을 제공하고 저자의 논문에 도움이 되면 추가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정도이다.

SCI(E) 등재를 담당하는 클라리배이트 애널리틱스(과거 톰슨로이터)나 Scopus 등재를 제공하는 엘서비어에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의학계 내에서도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얘기는 하지 않고 교육 워크숍 등에서 자제할 것을 요청해왔던 것이다. 다른 학술지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Q. 의편협이 그동안 출판윤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비윤리적인 인용지수 늘리기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게 아닌가?
지난 1996년 출범한 의편협은 편집인 아카데미, 윤리 관련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 논문작성 워크숍에서도 출판윤리에 대해 강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의편협 내에서 출판윤리위원회가 2006년 발족됐다. 출판윤리위는 중복게재, 이중투고, 논문표절 등 출판 및 연구윤리에 대한 교육을 활발히 해서 일반적인 비윤리적인 내용은 많이 줄었다.

그런데 인용지수(IF)와 관련된 윤리적인 문제는 비교적 적게 줄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의편협 워크숍과 심포지엄에서 최근의 문제와는 별개로 IF 관련 문제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의편협 총회에서도 학술지의 IF 늘리기에 연연하지 말고 콘텐츠에 집중하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의편협에서는 앞서 언급한 내용에 대해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회나 기관에서는 심각성을 아직 절실하게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학술지를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IF가 학술지 평가의 중요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의협신문>에 보도됐듯이 대부분의 학회가 통증학회처럼 장려 정책을 쓰지는 않는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있다.

인용 장려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회는 구두로 요청하고 장려금은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지금까지 살짝 용서가 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사례금을 주는 것은 비윤리적인 것이다.


▲ ⓒ의협신문 김선경

Q. SCI(E) 제일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느 학회에서 학술지를 인용해달라는 단체 메일을 보냈는데, 수신자에 연구재단도 포함시켜 연구재단측에서 실사를 나간 적도 있다. 공개적으로 인용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구두로 편집위원을 포함한 일부 회원에게 인용을 해달라고 하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번 경우는 SCI(E) 학술지에 게재 승인이 된 논문을 다시 고쳐서 인용을 하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구두로 인용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더 심하다. 학술지의 무리한 SCI(E) 등재 추진 또는 IF 상향에 대한 무리한 욕심이 이같은 일을 생기게 한 것이다.

연구재단과 각 대학측에서도 IF가 높은 SCI(E) 급의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것을 중요한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이번 통증학회의 일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연구재단은 SCI(E) 등재 학술지를 대상으로 하는 IF를 주로 평가항목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최근 엘서비어의 Scopus 유를 근거로 산출하는 SJR 등을 함께 참고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학술지나 연구자 논문 평가에 다양한 metrics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의학 학술지 편집장을 맡으면 IF를 높이는 것을 가장 큰 과제로 여기게 된다. IF든 SJR이든 영향력지수가 높은 학술지가 평판이 높은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심사하거나 임용, 승진 평가시에도 해당 연구자의 논문이 실린 잡지(학술지)의 IF만 보지 말고, 해당 논문이 얼마나 피인용됐는지 포함해 논문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IF는 학술지의 명성 때문에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업적을 평가할 때는 논문의 피인용지수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교수(연구자)들이 소속돼 있는 대학측(병원측)에서도 고려해볼 일이다.

Q. 의대 교수를 평가할 때 SCI(E) 논문 게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문제인것 같다. 의대 교수를 평가하는 방식이 다양해야 되지 않을까?
앞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대학에서는 교수(연구자)의 업적을 평가할 때 지표를 필요로 한다. 심사하는 과정에서 기준 지표를 SCI(E)급 학술지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러 연구자 및 학술지들이 SCI에 목메는 것이다.

IF가 낮은 학술지라고 해도 해당 논문이 피인용이 얼마나 됐는지를 중요한 평가수단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야 국내 학술지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투고할 것으로 생각한다.

Q.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문제가 있는 학술지가 계속 발행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재로서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자정노력밖에 없다.

윤리를 위반했다고 처벌(학술지 등재 취소 등)하는 규정은 없다.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문제를 출판윤리 측면에서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도 한 이유가 되며, 그러다보니 각 학회들에서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의편협 내에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논문 중복게재나 표절 등은 문제가 있을 때 의편협에서 그 사실을 대학측에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 알리고 처벌을 하는 것은 대학 등 기관의 문제가 된다. 중복게재나 표절 등은 연구자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측에서 해당 연구자에 대한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학술지는 대학측과는 무관한 학회의 것이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자정노력(자율정화)이 현실적인 대안이고 최선의 방법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인용 장려 사례금 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일부 학회에서 이번 <의협신문> 보도 이후 이같은 인용 장려 행위를 중단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만큼 파문이 컸다.

거듭 강조하지만 편집인들은 학회 학술지의 명예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고 지적받은 인용 장려 사례금을 주는 일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의편협에서는 이번 문제와 관련된 내용을 그동안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은 점도 인정한다. 앞으로 각 학술지 편집인들을 대상으로 출판윤리의 중요성, 그리고 비윤리적인 사례등을 많이 강조해 나갈 것이다.

실제로 학술지의 IF가 올라가면 좋은 논문들이 많이 투고된다. 외국에서도 좋은 논문을 투고하는 수가 많아진다. 이러한 선순환사이클도 편집인이나 학회 측에서 단기간에 IF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운영한 것의 한 요인이다.

Q. 국내 출판윤리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한 소개 및 앞으로 개정 계획이 있나?
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용 장려금 관련 내용이 없다. 그만큼 생각지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이드라인도 현재 개정작업을 진행중이다.

가이드라인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자세하게 다뤄지게 되면 외국에서도 알게 되고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이드라인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출판윤리와 관련해 의편협에서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또 이번 문제는 알고는 있었지만 정식 주제로 정해 다루질 못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책임감이 무겁다.

앞으로는 의학회 내에서도 의편협에서 하는 일에 더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의학회에서 이번에 산하 학회에 인용 장려 사례금 문제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고, 공문을 보낸 것은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의학회가 출판윤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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