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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재활병상 늘리기, 지역기반 재활체계 역행"

"대학병원 재활병상 늘리기, 지역기반 재활체계 역행"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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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권역 재활병상 450병상 적정...현재 685병상 과잉 공급 우려
우봉식 재활병원협회장 "일본식 지역사회 재활시스템 구축해야"

▲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이 11일 충북도청 기자회견실에서 재활병원 확충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형 대학병원 위주의 재활병상 확충 정책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재활치료 서비스를 받는 '지역 기반 재활'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은 11일 충청북도청 기자회견실에서 보건복지부의 권역 재활병원 확충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형병원 중심의 급성기 치료와 입원 재활치료 이후에는 집 근처에 있는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회복기 재활의료와 외래 낮 병원 형태의 통원 재활치료를 통해 조속한 사회복귀를 돕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2000년 회복기 재활병동 제도를 도입해 현재 1600개가 넘는 지역 민간 의료기관에 회복기 재활병동을 설치했다"면서 "대도시 대형병원이 아닌 집 가까운 곳의 재활전문기관에서 재활치료 서비스를 받는 '지역 기반 재활(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을 통해 높은 재택 복귀율과 기능 호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병원협회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재활치료군 환자가 60만 명 가량 발생하지만 전문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는 뇌질환자 5만 9731명·척수질환자 1만 2005명 등 7만 320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활병원협회는 약 3만 병상 정도의 회복기 재활병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재활의학과 전문의·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 적정 전문인력을 갖춘 병원은 103곳(급성기 병원 68곳, 요양병원 35곳)에 1만 7728병상을 갖추고 있어 재활 전문인력과 병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재활난민 문제가 불거지자 2006년부터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 선정을 시작으로 호남·충청·강원·영남·제주·경북(2019년 개원 예정) 권역재활병원을 선정, 약 1000병상을 확보했다.

6곳의 권역재활병원 설립에 필요한 비용(270억 원)은 국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했다. 권역재활병원 대부분은 매년 지자체에서 수십억 원씩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 보건복지부는 2006년부터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 선정을 시작으로 호남·충청·강원·영남·제주·경북(2019년 개원 예정) 권역재활병원을 선정, 약 1000병상을 확보했다.

우 회장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기존에 민간 병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기능과 크게 차이가 없는 재활치료 서비스를 굳이 해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가면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게다가 대학병원에서 위탁 또는 직접 운영할 경우 환자의 부담도 민간병원에 비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권역재활병원 확충 과정에서 일부 지역의 경우 중복·과잉 투자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충북지역의 경우 이미 민간병원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인구 규모에 걸맞는 회복기 집중재활치료 병상을 확보하고 있어 권역재활병원을 추가로 선정할 경우 중복·과잉 투자로 인한 경쟁과 의료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우 회장은 "청주지역 83만 명 인구에 필요한 회복기 집중재활치료 병상은 약 450병상 규모지만 현재 민간 재활병상은 약 700병상에 달한다"면서 "여기에 충북 권역재활병원까지 설립하면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기존 민간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청주지역 68만 명 인구 대비 적정 재활병상은 약 450병상 규모지만 현재 민간 병원 재활병상은 685병상에 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1년간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실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재활병원 인증에 관한 세부 기준을 정하고, 재활수가를 비롯한 세부 시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회는 재활병원 종별을 신설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한의사도 재활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한 두 개의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된 상태다.

한의사 교차개설권은 2009년 1월 30일 의료법 개정에 따라 한의사에게 요양병원 개설권을 허용하고, 한방병원 내에 의과 진료 과목 개설 및 종합병원·병원 내 한의과 진료과목 개설을 허용하면서 경계가 무너졌다.

현재 282곳 한방병원 가운데 의과 재활의학과를 개설한 곳은 7곳이며, 1428곳 요양병원 가운데 의과 재활의학과를 개설한 곳은 19곳으로 집계됐다. 정신병원 36곳 가운데 한의사 개설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방병원 재활의학과는 2012년 8곳에서 2016년 7곳으로 1곳이 줄어든 반면, 요양병원 재활의학과는 2012년 2곳에서 2016년 19곳으로 대폭 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정신병원 개설자에 한의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정신병원 시설·인력 기준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정신보건요원 등 인력 기준이 의사 중심으로 돼 있어 한의사가 개설해 운영하기 힘들다"면서 "병동이나 진료과 단위로 수가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 단위로 인정하고 있어 의료기관 전체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사 개설 요양병원 내 재활의학과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병원계 관계자는 "일당정액제로 장기 입원에 따른 입원료 삭감이 거의 없고, 재활치료수가가 일당정액제 외에 별도로 인정되므로 수익성이 좋은 측면이 있다"면서 "의사의 진료 역량보다 경영진의 관리 역량이 수익성에 더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재활병원 종별 신설 대신 재활병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우 회장은 "재활병동제를 도입해 수가를 보전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방병원 내 재활병동이 급증할 것"이라며 "재활치료만 하는 의과 병원 대신 침·뜸·한약을 주면서 재활치료를 하는 한방병원이 재활치료의 주류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 회장은 "급성기병원은 입원 15일 이후부터 입원료를 10% 삭감하고, 30일 이후에는 5% 를 추가 삭감하며, 90일 이후에는 40%를 추가 삭감하고 있어 상당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한 재활치료 환자들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일당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는 요양병원은 재활치료를 열심히 해서 환자의 기능이 호전되면 오히려 수가가 깍이는 불합리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의 중간 형태 수가체계와 재활병원제도를 도입해 회복기 재활의료체계를 확립해야만 2∼3개월 마다 병원을 찾아 떠도는 재활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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