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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개정안 "인권·건강권 침해"
정신보건법 개정안 "인권·건강권 침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4.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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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수렴없이 '졸속' 개정...치료 필요한 환자 방치
신경정신의학회 "2차 진단의사 확보 방안 밝혀 달라" 요구

▲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졸속 개정이라며 비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환자의 인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 정비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오히려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손질하지 않을 경우 치료가 필요한 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절반 가량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일 성명서를 통해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지난 19대 국회 회기 말에 졸속으로 심의·통과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졸속 입법이 됐다"면서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헌재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9월 29일 재판권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이 있으면 보호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과 제2항(비자의 입원 조항)이 헌법 제12조(신체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2014헌가9)을 내렸다. 또 기초정신보건심의위원회가 다수의 사례를 서류상으로만 심사하고 있어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제3자에 의한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둘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 이후 여야가 통과시킨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경우 조사원에 의한 일부 대면조사를 제외하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예전과 같이 서류상으로만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오로지 2차 진단 의사에게 지도록 하고 있다"면서 "2차 진단을 실시할 전담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민간의료기관 전문의들을 대거 동원하도록 해 민간의료기관의 진료공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해 각종 서류구비를 의무화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 조항을 두고 있다.

학계와 의료계는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립병원장의 공문으로 입원 통지가 결정되므로 2차 진단 의사는 법적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해 경기북부의 여러 병원 전문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는가 하며 최근 한 병원에서 발생한 자의 입원환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서식 미비를 들어 병원장과 주치의를 고발한 사실을 들어 2차 진단에 참여하는 전문의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월 25일 열린 정기대의원회에서 "현 상황에서의 2인 진단업무 참여를 전면적으로 거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신경정신학회 대의원회는 지부학회별 대의원 1인 참여를 통해 정신보건법 TFT 조직을 강화하고, TFT 활동 기금을 모금키로 하는 등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정면 대응키로 했다.

정한용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2차 진단 의사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실질적으로 소속해 활동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명시함으로써 공정하고 독립된 심사기구의 심의에 의해 비자의 입원 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신보건법 개정안 시행 후 최단기간에 2차 진단 의사를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안을 재개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사법 입원·준사법 입원을 골간으로 하는 법안의 전면 재개정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신보건의료정책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위원회'를 결성, 환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치료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지역사회 복귀를 위해 공동 노력할 것도 요구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복지법대책TFT위원장은 "환자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기본적인 생존에 피해를 입히는 법이 됐다"며 "현재 입원하고 있는 8만여 명의 환자 중 약 절반 정도인 4만명 이상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퇴원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입원 3일 내로 입원환자의 정보를 국립정신건강증진센터에 보고하고, 2주 내로 국공립병원(지정병원)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차 진단전문의)가 입원의 타당성을 평가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환자를 즉시 퇴원시키도록 했다.

권 TFT 위원장은 "연간 25만건 정도 발생하는 강제입원 평가를 국·공립기관의 의사만으로 시행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만성화로 가게 된다면 개인에게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상황으로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차 진단 전담 전문의를 최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있는 청사진과 이행계획을 밝혀 달라"면서 "진료 공백을 유발하는 2차 진단 실시지역의 무리한 확대 계획을 중지하고, 민간병원의 2차 진단 참여를 위한 부당한 압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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