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부담 큰 파킨슨병, 정부는 거의 '방치'
질병부담 큰 파킨슨병, 정부는 거의 '방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3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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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급여비용 본인부담만 혜택...합병증·가족 간병비 지원 전무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사회적 지원책 마련 시급" 강조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는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파킨슨병 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의 필요성 및 치료를 위한 연구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킨슨병은 치매와 더불어 대표적인 2대 신경퇴행성 노인질환이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러나 우리나라는 요양급여비용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한 혜택만 줄 뿐 파킨슨병에 동반되는 다양한 합병증이나 비운동증상에 사용되는 약제와 기타 간병비 등은 보장이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의 경제활동 인구 비율은 치매와 비교해 9배가 높아, 환자의 생산성 저하가 가계부담과 가족 전체의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정책도 없어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31일 오후 1시 더플라자서울에서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책 관계자,  환자단체 및 언론계 등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의 질병 부담 완화와 기초연구 확대를 위한 정책적 관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진한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는 의료비 본인부담금 혜택이 전부인데, 사회적 지원체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은 1817년 학계에 처음 보고된 이래로 올해 200주년을 맞으며, 치매·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3만 9265명에서 2016년 9만 6499명으로 10년 사이 약 2.5배 증가하는 등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발병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학회는 올해 초 전국 주요 대학병원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 8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자 및 보호자들의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고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의 67%는 '간병에 대한 부담'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응답자의 62.9%는 자녀세대와 함께 병원 방문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보호자의 절반 가량(47%)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병원 방문 등 간병에 소요되는 시간을 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또 환자들이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 후 병원을 찾기까지 평균 9.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환자 4명 중 1명(26%)은 증상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나서 처음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 치매 및 파킨슨병의 환자 가족부담 비교
김희태 학회 회장은 "파킨슨병이 발견 된지 2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수 많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투병하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동일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해외와 비교해 아직까지 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파킨슨병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간담회가 국내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정책적 관심을 촉구하고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하는 데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진환 학회 정책이사(성균관의대)와 김중석 학회 총무이사(가톨릭의대)는 각각 '파킨슨병 환자의 가족을 위한 정책 지원체계의 현재와 미래', '파킨슨병, 최신 치료를 위한 연구 투자의 미래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조진환 교수는 "우리나라는 파킨슨병 환자에 산정특례제도와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을 통해 상당 부분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간병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며 "현 의료비 지원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높은 간병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2> 파킨슨병 및 치매의 정책적 지원 혜택 비교
또 "파킨슨병은 가계의 경제를 책임지는 40∼50대의 발병률이 치매 대비 약 9배 정도 높을 뿐 아니라, 중증의 경우 인지장애와 신체장애 등 복합적인 장애가 발생해 환자는 물론 가계의 부담이 극심해진다"며 "고령화의 영향으로 파킨슨병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센터 운영 및 가족휴가지원 제도 등 치매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김중석 교수는 "최근 3년 간 질병관리본부 학술연구 개발과제 연구비 중 뇌질환 관련 연구비는 전체 785억원 중 26억원으로 약 3%에 불과한데, 유병인구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호주의 연구지원금이 약 87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파킨슨병 관련 연구 역시 치료법 및 진단법에만 제한적으로 초점을 두고 있어, 국가 단위의 역학 연구 및 환자 삶의 질 등 기초 연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인 파킨슨병 질환 현황, 위험요인 및 발병 원인 등에 대한 기초연구와 맞춤형 첨단연구 간의 균형적인 연구투자가 필요하다"며 "파킨슨병 기초 연구는 치료법 개발과 정책 수립의 기반이자,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 마련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박건우 교수(고대안암병원) 좌장을 맡은 가운데 정부 관계자, 의료계, 의학전문기자 등이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실질적 정책 지원체계 구축 및 기초연구 활성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충헌 KBS 의학전문기자는 "방송이나 라디오 등 각종 매체를 통해 파킨슨병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 등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과장(질병관리본부 심혈관-희귀질환과)은 "오늘 나온 의견들을 보면 정부가 지원을 많이 안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앞으로 전문가단체에서 정확한 치료방법, 과학적 근거를 갖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파킨슨병에 대해서는 의료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될 것이고, R&D와 관련해서는 외국에서 연구를 많이 한다고 우리나라도 많이 해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정말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연구비 투자 요구를 하면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정부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부담을 낮추려고 노력해왔고, 파킨슨병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오늘 간담회에서는 치매와 비교되는 통계들이 많이 나오는데, 좋은 의견들을 적극 검토해 파킨슨병 치료와 관리에 대해 특별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건우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를들어 장애판단기준을 제대로 하고, 환자들이 장애인 주차장에만이라도 주차를 할 수 있고, 지하철을 탈 때 편의 제공이나 사회적 혜택 등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 실질적인 방법을 정부가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특별히 참여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파킨슨병은 현대의학으로 예방과 완치가 어렵지만,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치료를 하면 증상이 호전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며 "병을 키우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약물치료·재활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파킨슨병 환자와 환자 가족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 지원체계를 모색하고,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연구투자 전략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는 파킨슨병 200주년 및 세계 파킨슨병의 날(World Pakinson's Day)을 기념해 4월 8일 오후 1시부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 1층 마리아홀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초청해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대국민 강연회 - 파킨슨병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개최하는 등 파킨슨병에 대한 정책적 관심 및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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