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존중 '연명의료법'..."의료현장은 쉽지 않네"
환자 존중 '연명의료법'..."의료현장은 쉽지 않네"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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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행정 절차·인력 배치 등 법 보완 필요성 대두
"시범사업·시뮬레이션 꼭 거쳐야...보상책 확충 필수"

▲ 31일 열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 시행규칙 입법예고에 대한 공청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제도 보완과 보상책 마련 요구가 쏟아졌다. 정부는 제도 보완 및 보상책 마련 요구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환자의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현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시범사업 시행 등을 통해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연명의료결정법이 환자의 인권 보호를 중점으로 구성되다 보니,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의 법적 책임, 행정 절차 수행에 대한 부담, 그리고 제대도 된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추가 인력 배치 및 그에 대한 보상책이 미흡하다는 의료현장의 우려가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31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하위법령(안) 공청회'를 열어, 앞서 입법 예고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법 실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우려를 쏟아 냈다.

먼저 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해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로 호스피스 대상을 규정했다.

'임종 과정'이라는 개념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했다.

대상 질환은 기존 암 외에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질환자로 확대했다.

또한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관련 정책을 심의할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관련 사항을 마련했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관리할 중앙호스피스센터, 권역별호스피스센터, 호스피스전문기관(입원형, 자문형, 가정형) 등의 관련 규정과 연명의료 관련 사항을 관리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 관련 사항을 심의할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및 공용의료기관윤리위원회 관련 규정도 마련했다

연명의료계획서 등 연명의료와 관련한 주요 기록과 신청서 등을 법정 서식으로 마련해 현장에서 독자적인 서식을 마련해야 하는 혼란을 없애고 관리의 효율성을 도모했으며, 관리기관 통보의 편의와 현장에서 모바일기기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해 전자문서로도 관련 서식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환자가족이 원할 경우 환자의 동의를 받아 연명의료 관련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으며, 환자의 의사능력이 없거나, 사망한 경우 동의 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이렇듯 보건복지부가 오랜 기간 관련 전문가와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시행규칙임에도 의료현장의 우려는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는 임종 과정에 대한 정의가 의학기술 발전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법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연명의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의학 발전으로 말기 환자의 생존율과 치유, 생존율 역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연명의료 결정 대상 환자를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연명의료 결정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료현장에서는 환자나 보호자가 연명의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수시로 바꾸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그런 경우를 대비한 확인 절차가 보완돼야 하며, 연명의료서 작성과 효력 발생 시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협은 내년 2월 법 시행에 앞서 의료현장에서 시범사업이나 시뮬레이션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 사전 점검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으며, 제도 시행에 따른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 등에 대한 보상책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에 환자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돼 있는데, 사실혼 배우자 같은 경우 상속권은 없고 재산분할권만 있다. 가족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손덕현 대한병원협회 이사는 연명의료결정법 위반 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손 이사는 "법에 담긴 많은 규제적 요소가 제도 시행의 거부감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연명의료 관련 의무 불이행에 대한 의료인 자격정지, 의료법인에 대한 벌금 등 처벌과 법정 서식 작성에 따른 행정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법 시행 전에 사전 보완이 불충분하면 법 시행 시기 조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또한 시범사업 개념에서 법 시행 대상을 국공립 의료기관으로 한정해 우선 시행하고 차후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

박명희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학술이사는 간호인력 기준 확충을 당부했다. 박 이사는 "현재 입원형 간호사 인력 기준은 10병상당 1명인데,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대로 하려면 2병상당 1명으로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간호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 제도에 관해서도 "평가가 의무기록 외 사전의향서 등 각종 서식을 작성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를 거듭 확인하는 것이 중점인데,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적 평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료현장의 우려와 지적에 보건복지부도 공감했다. 다만 이미 제정된 법을 재개정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이류로 향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우선 "연명의료결정법 제정 취지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함과 동시에 의료인에 대한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황 과장은 "공청회를 통해 법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공식적 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마련해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의료현장에서 해석이 모호한 부분에 대한 해석을 가능한 빨리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2월 법 시행 전에 시범사업 등 사전 점검 지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 법 시행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강민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이미 제정돼 시행 예정인 법률에 포함된 처벌 규정을 고치기는 어렵다. 제도를 시행해 가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말기 환자 판단 기준의 확실성은 대한의학회와의 추후 논의를 통해 확보할 것이며, 진료지침 마련도 준비하고 있다. 간호사 등 인력 기준 해결 방안도 고민하고 있고, 비용 증가에 대한 수가 반영 등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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