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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사 판단이 기준돼야"
의약품 '허가 외 사용'..."의사 판단이 기준돼야"
  • 이승우 기자 potato73@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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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의협 의무이사 "규제·처벌 위주 관리 문제" 지적
복지부·식약처 "제약사 책임 너무 없다...부작용 약품 퇴출"

▲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2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의약품 '허가 범위 외 사용'의 기준이 의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 판단이어야 한다며 규제, 처벌 위주 관리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의협신문 김선경
의약품 '허가 범위 외 사용(off label)' 결정은 원칙적으로 의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고 의학적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의원급 등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임상시험심사위원회) 미설치 의료기관에서도 의약품 허가 범위 외 사용(허가 초과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일보한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은 24일 국회에서 '의약품의 허가 범위 외 사용), 이대로 괜찮은가?' 정책간담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다가 제동이 걸린 의원급의 허용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게 펼쳐졌으며 허가 범위 외 사용을 허용하는 제도 자체에 대한 지지와 우려가 교차했다.

▲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허가 범위 외 사용 의약품(이하 오프라벨 약품)의 특징상 IRB를 골자로 한 현 시스템으로 잘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의사가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조 이사는 최근 오프라벨 약품 사용 의료기관 200곳에 대해 오프라벨 사용내역 보고 여부를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70여 곳만 사용내역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전하며 현재 시스템으로 오프라벨 약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원급에 오프라벨 처방을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추진한 것에 관해서도 "기존 시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벨 약품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에도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73%가 의학적 근거가 없다는 문헌고찰 결과가 있다"고 전제하고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개원의 200명을 대상으로 오프라벨 처방에 대해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개원의들은 부작용보다 법적 책임 우려 때문에 오프라벨을 더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보사연 조사에 참여한 개원의들 중 오프라벨 확대 찬성이 57% 반대가 43%로 나타났으며, 오프라벨 처방을 가급적 하지 말라는 것에 찬성하는 비율은 60% 이상으로 해석하기 복잡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오프라벨 처방을 꺼리는 이유는 법적 책임 우려 45.4%, 부작용 우려 27%로 나타나, 개원의들은 부작용 우려보다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로 오프라벨 처방을 꺼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 이사는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부작용 검증은 당연하지만, 부작용 우려로 무조건 '미사용'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미사용보다 '신중 사용' 내지는 '자제 권고'의 중간 단계를 설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행정부담 완화도 요청했다. 조 이사는 "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가장 큰 문제는 급여약품 오프라벨 처방이다. 처방 용량과 방법에 따라 부작용 우려가 있다. 부작용 위주로 간단하게 보고하면 되도록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지금은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보고사항이 너무 복잡하고 많아 거의 논문을 작성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규제와 처벌 위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사용내역 보고를 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규제하고 처벌하면 오프라벨 처방은 점점 음지로 숨게 된다. 처벌 위주보다는 부작용이 심한 약제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의약품 유통 투명화로 특정 의약품의 오프라벨 처방량 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처방량이 많은 약품부터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처벌 위주 관리는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완전히 깨버린다. 환자의 동의를 받아서 오프라벨 처방을 한 의사에게 환수하고 환자에게 환불을 해줌으로써 의사가 잘못한 것처럼 만들기 때문"이라면서 "법이라는 틀 하나로 모든 오프라벨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사진 좌)과 김춘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총괄관리과장(우).
보건복지부도 제도 개선을 위한 제언을 내놨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오프라벨 처방은 결국 이해당사자인 보험자, 환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의사 모두 일정 부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특히 의사는 비급여 인정이 안 되면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하며, 환자와의 갈등도 감수해야 한다. 식약처 역시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제약사에 대한 책임이 너무 없다. 오프라벨 처방은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해 제도권 내로 들어오도록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면서 "소아, 노인, 희귀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이 어렵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임상시험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품총괄관리과장도 "오프라벨 약품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해 허가 제도권에 진입시켜 사용을 보편화하는 것이 바람직다고 생각한다. 현재 오프라벨 처방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용내역 보고서, 이들에 대한 평가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지 검토 중"이라면서 "이미 이런 개선 내용이 담긴 약사법이 국회에 제출돼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오프라벨 약품에 대한 임상적 근거를 더 확보하기 위해 제약사와 식약처가 비용을 분담해 임상연구를 진행하거나, 임상연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시장에서 퇴출할 것"이라며 "허가 범위 내 처방과 오프라벨 처방 모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그 결과를 공개하면 환자와 의료인의 오프라벨 처방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프라벨 처방에 관련 현행 제도는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허가범위 외로 사용하려면 해당 의료기관의 IRB를 통해 의학적 타당성, 대체약제 등을 비교 검토한 후 심평원에 심사 신청하도록 돼 있다. 이때 심평원은 신청서를 접수받고 식약처에 안전성, 유효성 평가를 요청하고, 식약처는 안전성, 유효성 심사 후 심평원으로 결과를 송부한다.

식약처의 심사 결과에 따라 심평원은 승인 여부를 의료기관에 통보하고, 승인됐을 경우 의료기관은 해당 의약품을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일반약제의 경우 사후승인제도로 운용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IRB가 없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오프라벨 처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약제 비급여 사용 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견이 없는 경우 이르면 같은 해 10월경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개정안은 병원협회,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등 의료단체가 특정 약제를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공고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요청이 접수되면 심사평가원장은 충족요건에 해당하는지 검토한 뒤,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 공고하게 된다.

허가초과 비급여 사용승인 기관이 전체 의약품임상시험실시기관의 3분의 1 이상인 약제, 최근 1년간 3000례 이상 사용실적이 있는 약제, 그 밖에 식약처장이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거쳐 심평원장의 공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약제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식약처, 시민단체 등은 의약품의 오프라벨 처방 관련 규제 완화는 오프라벨 처방을 지나치게 확대시켜, 기존 의약품 허가 제도를 무력화시키며 비급여 의약품을 남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반발했고, 보건복지부는 결국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보완하겠다며 개정안 시행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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