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마취제인 리도카인을 맞고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건에 대해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불법 주사제 투여는 살인행위와 다름없다는 비난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소재 모 한의원에서 목 주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리도카인을 주사 투여해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환자가 응급 이송된 아주대병원에 따르면, 한의사가 후두부 동통을 호소한 50세 여성 환자의 두부에 리도카인을 주사한 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해당 한의사는 소견서에 리도카인을 주사했다고 썼으며, 이 같은 사실을 A병원 응급실 측에 구두로 밝혔다.

환자는 현재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며, 사건 당시 촬영한 뇌 CT상 뇌실질의 광범위한 허혈성변화와 회백질 구분이 안 될 정도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도카인은 의료기관에서 수술용 마취제로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으로서 의료법상 의사면허가 없는 자는 사용할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무자격자인 한의사가 이러한 전문의약품을 주사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살인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납품한 의약품 공급업체 역시 약사법을 명백히 위반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및 식약처 등 보건당국은 한의사의 전문의약품 사용실태 및 전문의약품 공급현황 등에 대한 관리·감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전문의약품으로 불법 의료행위를 저지른 한의사,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업체, 이를 방조하고 제 역할을 못 한 정부의 안일한 행태가 맞물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앞서 의협은 22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해당 한의원과 약품 도매상을 고발하기로 의결하고 법무법인을 선임했다. 리도카인 약물을 사용한 한의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의약품 도매상(제약업체)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의협은 한의원의 전문의약품 불법 사용 실태에 대한 정확한 파악에 나설 것을 보건당국에 촉구하고 "한의원에 불법으로 전문의약품이 납품되는 경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전문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한의원과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을 공급하는 업체 또한 강력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