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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전공의 특별법' 이후 당면 과제

청진기 '전공의 특별법' 이후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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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3.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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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 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2015년 12월 22일부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이른바 전공의 특별법이 신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전공의 교육 중 1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근무시간 제한, 연속 36시간 근무시간 제한 및 연속근무 후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 이행을 담고 있다.

필자가 일하는 가정의학과에서 전공의들이 달마다 제출하는 근무시간은 평균 80시간 가량인데, 대한 전공의협의회에서 2015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신경외과,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전공의들은 평균 120∼140시간의 근무 시간을 보인다. 근무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4시간 수면시간이 나오는 셈이다.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는 확실히 전공의의 의료사고를 많이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구 결과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가 많을수록 레지던트의 의료사고 및 오류가 7∼8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하였다(Barger, 2006). 미세침습적 수술이나 시술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Eastridge, 2003). 전공의 수련시간의 제한은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전공의 수련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이 실제로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었을까? 대부분의 연구 결과 꼭 그렇지는 않다. 인턴 업무의 부담이 전공의에게로, 저년차 전공의 업무가 고년차에게로, 그리고 펠로우 및 교수에게로 고스란히 떠넘겨진 실정이고, 더구나 환자 머릿수로 병원 수입이 결정되는 국내 의료환경의 특성상 환자 안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전공의 수련 시간의 제한은 필수불가결하지만 이에 따른 작용 및 부작용에 대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 중 미래의 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공의 교육프로그램 지원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 미국·호주·캐나다·영국 등의 OECD국가들은 전공의 수련시간 개정과 동시에 전공의 교육수련비용을 국가에서 부담 및 호스피탈리스트의 도입 등 대체인력을 적극적 도입 등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른바 미국의 전공의 특별법(the 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 ACGME) Common Program Requirement) 이후 1013명의 미국 외과 전공의에게 조사한 결과 외과 교육여건의 악화(50%), 고년차로서의 자격 상실(68.4%), 나빠진 근무일정(50%)을 호소하였다(Brian, 2013). 또한 고년차로 업무 전가(78.2%) 및 환자 책임 전가가 일어났다(68.7%).

그러면 비수술과 전공의들은 어떠할까? 미국의 가정의학과 전공의 또한 전공의 특별법에 불만이었는데 교육의 질에 대한 불만(43.4%), 고년차 업무를 배우기 어려움(53.0%) 및 인턴의 단순 업무가 레지던트로의 옮겨졌다고 하였다.

교수들은 어떨까? 미국의 외과 교수의 업무가 늘어나고 만족도가 감소했다고 한다(Darsy, 2007). 이는 현실적으로 외과 교수의 전공의 교육 감소로 이어져 미국 전공의들은 전공의 교육과정에 대한 요구를 하기 시작하였고, 전공의의 교육수련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면서 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전공의들의 교육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환자들의 요구로 전문의 이상의 진료가 늘어나면서 진료 기회에서 소외되고, 대학병원이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면서 간단한 수술이나 술기를 직접 시행해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진료 및 연구부담에 허덕이는 와중에 전공의 특별법의 펀치를 맞은 펠로우 및 교수들은 전공의를 교육하고 감독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 병원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전공의의 80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가급적 교육 목적의 집담회 등의 교육시간이 산정되지 않기를 바랄 수도 있을 것이다. 전공의 협의회의 주장에 따르면 일부 병원의 경우 외과 수련기간 동안 맹장수술을 집도하지 못하고 퇴국할 정도로 집도의 기회는 펠로우에게로, 주니어 교수에게 계속 올라간다고 한다.

전공의들은 단순 업무만 할 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점에 대하여 불만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전공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 의료진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국가에서 전공의 수련 비용을 부담해달라는 요구가 있으며 아직까지는 전공의, 병원을 포함한 의료계가 대부분 찬성하는 바이지만 단순한 비용부담 만으로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먼저, 수련환경이 좋은 병원 순서로 수련병원을 허가할 것인가? 올해 초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위원회의 분과가 구성되었고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질 높은 대형병원의 전공의의 수련 환경이 좋은 것은 당연한데, 이를 기준으로 미흡한 중소병원의 전공의 수련을 취소하여야 할까? 쉽지 않은 부분이다. 지방소도시의 중소병원은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한데도 채용이 쉽지 않을 것이며 분만취약지나 응급의료취약지 등에서는 지역주민의 의료인에 대한 요구도는 더 높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공의 수련의 효율성뿐 아니라 보건의료 인적 자원으로서의 형평성도 검토가 돼야 한다.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지도전문의의 질 관리도 중요한 부분이다. 대형병원에서의 고도화된 세부전문의 교육과정에 맞춰 전공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 것일까?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지 못해 불만인 분만, 맹장 수술, 백내장 수술은 지역병원에서 수련이 더 잘 이루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펠로우 이상 지도전문의가 지역사회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국가 중 하나로 교육자 인프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동기 부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지역사회 전공의 교육을 하는 프리셉터 병의원(외래교수 격)에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정기적 프리셉터 교육으로 질 관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부족한 전공의 교육을 보충하는 돌파구로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병원이 전공의 수련비를 100프로 부담한다면 부족한 인력난으로 인해 지역사회 파견에는 손사래를 칠 일이지만 국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부담한다면 여러 긍정적 효과를 가진 정책을 목적에 맞게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비용의 국가 부담론은 매우 매력적인 정책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만일 설치될 경우, 현재의 전공의 특별법을 보완하는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이고, 환자 및 의료계 모두가 수혜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이나, 단계적 도입 등 세부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의 기초 조사 및 효과 평가가 빈틈 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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