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 폐지의 대안인 전문진료의사제도가 시작부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도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이견이 벌어지는 가운데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도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20일 심평원은 '선택진료제 개편에 따른 전문진료의사가산제도 시행방안 개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결론은 당초 9월 도입을 유보하자는 것. 의사 전문성을 평가하기 어려워 제도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료질평가 지원금과 의사 전문성을 연결하는 대안도 구상해 봤지만, 종합병원 이상으로 평가대상이 한정돼 병원급이 배제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연구진은 선택진료의사를 선정하는 기준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문진료의사 기준을 설정했다. 환자 선택권 확대를 보장하자는 측면에서 전문진료의사 지정 상한률을 현 75%에서 50%로 하향조정했으며, 기관단위 평가를 위해 의료질평가 지원금 2∼3등급 이상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이 외 진료과목별 전문화지수와 전문병원 기준 확대적용으로 의사의 전문성 기준을 세워 총 9개의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대안에서 의사성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이 반영되지 않은 모델에서는 의료질 성과를 볼 수 없었고, 의료질평가를 반영하면 해당 평가가 종병 이상이므로, 병원급이 원천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현 의료질평가 체계 하에서는 기관단위 평가는 가능하나 개인단위 평가가 어렵고, 환자들이 원하는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연계한 의료성과는 더욱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 연구진이 제안한 9개 모델 중 어느 것도 의사성과를 평가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연구진은 도입을 유보하는 현실적인 결단을 내리거나, 단계적인 접근을 할 것을 주문했다. 여건이 되지 않는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기보다는 현 제도를 일정 기간 유지하다가 인프라가 구축되면 추후 적용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예정대로 선택진료제도를 폐지하되 전문진료의사 제도의 도입은 유보하고, 다만 별도로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전 기전으로는 의료질평가지원금에 선택진료제 폐지로 인한 추가 손실분을 반영해 보상수준을 확대하는 것, 혹은 고도의 전문적 수술 및 처치수가, 증증환자 의료서비스 수가에 대한 추가적인 인상을 제안했다.

전문진료의사의 단계적인 도입은 가장 마지막 대안으로 제안했다. ▲1단계(1∼2년)로 필수기준과 진료과목별 전문진료의사 지정율을 50% 상한하고 ▲2단계(2∼3년)로 1단계 접근에 전문과목과 전문분야를 고려한 전문성 기준을 추가 적용하며 ▲3단계로는 여기에 질 평가 기준 추가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연구보고서가 공개됐으나 결과는 신통치 못한 상황이다. 연구단계부터 발목을 잡았던 '의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턱을 결국 넘지 못한 셈이다.

더군다나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문기자협의회를 통해 본래 9월 도입 예정이던 전문진료의사제도의 전면 수정도 예고했다.

복지부가 "중소병원 등에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진료의사 제도의 기준 논의에 앞서 제도의 존속을 먼저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며 "협의체 논의를 통해 제도 폐지 혹은 전문진료의사제도로의 전환을 결정한 후 후속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 밝힌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