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지난 3월 7일 보건복지부는 3월 13일부터 정신질환 의료급여 입원수가를 평균 4.4% 인상하고, 외래수가는 종전 정액수가제에서 행위별수가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종전 정신질환 의료급여환자들에 대한 진료수가는 입원환자든, 외래환자든 가리지 않고 정액수가를 적용해 왔다. 정신질환 입원수가는 의료기관의 진료인력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입원 1일당 평균 4만 3470원인데, 이는 2008년 10월부터 적용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보건복지부는 거의 9년만에 입원수가를 4.4% 인상하여 4만 5400원(G2 등급 기준)으로 인상한 것이다. 한편, 외래수가의 경우에는 2008년부터 외래 방문 1일당 2770원이었는데, 이번에 정액수가 대신 행위별수가로 전환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의료급여환자들이나 이들을 진료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 입원수가가 여전히 정액수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정액수가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하에서 진료수가(요양급여비용)는 진료에 소요된 약제 또는 재료비를 별도로 산정하고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마다 일정한 값을 정하여 의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행위별수가는 각 행위별 상대가치점수에다가 점수당 단가를 곱한 금액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점수당 단가는 매년 의료계와 건강보험공단의 협상에 의해 인상되기 때문에 적어도 그러한 인상분만큼은 진료수가가 매년 올라간다. 진료행위에 치료재료와 의약품을 포괄해서 수가를 정하는 포괄수가제 역시도 기본적으로는 상대가치점수제의 적용을 받는다. 의료급여도 이러한 건강보험수가체계를 따르고 있다. 

반면, 정액수가란 진료행위와 거기에 소요되는 치료재료와 약품 등을 일체로 묶어 일정한 금액으로 수가를 매기기 때문에 상대가치점수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에 따라 정부가 정액수가를 변경하지 아는 한, 몇 년이 지나도 정해진 수가만을 받아야 한다. 물가 인상, 새로운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등장 등과 같은 경제지표나 의료환경의 변화를 전혀 반영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정액수가제는 의료급여환자 중에서도 정신질환자와 혈액투석환자들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만 정액수가를 적용해야 할 합리적 근거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정액수가제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근거가 없이 보건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도입됐다는 점에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문제가 있다.

정신질환 입원수가는  거의 9년만에 인상됐지만, 혈액투석수가의 경우에는 2000년에 정액수가가 정해진지 14년만인 2014년에 한차례 인상됐을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정액수가가 언제 개정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정액수가를 인상해줄 때까지 계속 몇 년이고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번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수가를 정액수가에서 행위별수가로 전환한 배경에 관해 보건복지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동안 치료효과가 높은 다양한 치료법과 약품들이 개발되어 실제 치료에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정액수가체계에서는 그러한 치료행위에 대한 비용을 적절히 보상하지 못하고 있어 정신질환 의료급여 환자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적정 수준의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가 인식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비단 정신질환자에 대한 외래수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재정적 부담에 대한 고민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정액수가제는 법적인 근거도 없이 의료기관과 의료급여환자들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다. 이번 기회에 정액수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