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상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이사장·중앙대 명예교수

젊은 시절 어느 날, 스승 한분께 어떤 신문이 좋으시냐고 여쭤보니 뜻밖에도 새벽에 가장 일찍 배달해주는 신문이 제일 좋다고 하시던 기억이 새삼 새롭다.

나도 나이 들어 새벽잠이 없어지고 나니, 잠자는 식구들 깨울까 걱정돼 TV도 라디오도 켤 수 없는 시간에 소리 없이 세상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신문만한 게 더 있으랴 하는 것을 실감하고 또 실감한다.

다만 의료전문지들은 일간지가 아니어서 인쇄된 신문은 집으로 우송되는 날에만 한 번 씩 읽게 되므로, 새벽에 잠을 깨면서는 신문을 기다리는 대신 일어나자마자 얼른 컴퓨터를 켜서 즐겨찾기에 걸어둔 서너 종의 전문지를 차례로 섭렵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어쩌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 낯선 호텔에서 새벽에 잠을 깨면 정말 괴로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미리 준비해간 책이 좀 위안이 되지만 신문을 읽으면서 얻어지는 집중의 즐거움까지 쉽게 도달되지 않음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즐겨찾기에 1번으로 올라 있는 것은 물론 인터넷 의협신문 <Doctor's News>인데, 그것은 이 신문이 일반적으로 훌륭한 언론이 갖추어야할 품격·기능·역할을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겸비하고 있으면서 또 가장 기본적인 사항인 제공되는 정보의 전문성·다양성·정확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의협신문>에 여러 가지로 빚진 것이 많아서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들이 꽤 있다.

지난 2008년은 대한의사협회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마침 그해에 개최될 제32차 종합학술대회는 대한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학술대회로서 예년의 학술대회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 

따라서 필자가 맡은 이 대회의 조직위원장이라는 자리도 예년의 조직위원장 보다 더 큰 영예를 안게 되지만 그보다 더 큰 책임을 함께 떠안아야 하는 자리가 됐다.

백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백년을 내다보는 학술대회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로 많은 구상을 하고 또 실천 전략도 열심히 모색했으나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든 어느 날, 평소 가깝게 지내던 기자들에게 백주년기념학술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고민들을 털어놓으면서 실마리를 찾게 됐고, 서로 익숙해진 이후에는 조금 더 본격적으로 기획을 설명하고 더 큰 협조를 얻어내기도 하면서 어려운 국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승 작용이 주효해 우리 회원들 중에 본업인 의업은 물론 의외의 다른 전문분야에서도 국보급 존재가 된 회원들을 발굴해 학술대회 개막 1년 전부터 매호 한 분 씩 모두 88분을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의사의 자긍심을 드높인 연재물 <백인백색>(라틴·그리스·산스크리트어는 물론이고 고대 이집트나 수메르어에 이르기까지 전문가가 된 여인석 교수처럼 지적 활동의 영역을 넓혀 타 분야의 전문가가 된 분이나, 의사로서 미용사 자격을 최초로 획득한 유덕기 원장처럼 의업의 바탕인 봉사와 헌신의 영역을 넓혀 불우계층의 이발 봉사를 하다가 자격증까지 획득한 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료 백년 국민건강 백세'라는 학술대회 슬로건을 각 지회에서 추천한 의사 명필들을 찾아 글씨를 받고 이를 현판으로 제작해 학술대회 홍보를 겸해 각 시도 의사회를 순차적으로 찾아다닌 릴레이 현판식, 전국 의대생이 처음으로 종합학술대회에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한 의학 상식 퀴즈 프로그램 '골든 벨을 울려라'(부산대학교 의과대학생이 우승해 유럽 여행권을 획득했고, 차석들도 노트북 정도는 챙겨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일반인에게 구급소생술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다문화 가정주부들에게 간염 백신 1만 도즈를 접종한 일, 그리고 가정상비용 응급상황 대처 매뉴얼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 책자 무료 배포사업 등에 이르는 일반 국민대상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우리 회원들은 물론 의과대학생 그리고 일반인들도 현대의학 100년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축제에 참여하는 행사인 동시에 축제로서의 학술대회를 모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아이디어는 비록 조직위원회에서 나온 것이지만 실행이 가능하도록 전폭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던 <의협신문>이 없었다면 그 만큼의 성공은 이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침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얻게 되어 그 때의 고마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는 바이다.

<의협신문>의 기획으로는 개인적으로는 보령의료봉사상을 가장 사랑한다. 매달 게재되는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져서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감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의협신문 창립기념일 행사를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과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가 되신 분께 진심어린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최근에 이르러 문화행사를 소개하는 기사를 자주 읽게 되었는데 기사의 다양성과 시의적절함 그리고 기사를 쓰시는 분의 훌륭한 안목을 접하면서 얻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최근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의료 신기술을 다루는 고정 섹션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의협신문> 창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또 앞으로도 계속 정론정필의 언론으로 큰 역할을 기대하면서 졸필을 마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