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약국 인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한 달 동안 다른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운영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환수한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는 A약사와 B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2016누59463)에서 피고(건보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약사는 2011년 7월 8일 J약국을 개설·운영했다.

A약사는 약사법에 따라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음에도 2015년 1월 5일 약사 면허를 갖고 있는 B약사의 면허를 대여받아 C약국을 개설했다.

원래 C약국은 E약사가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하자 A약사가 B약사의 면허를 대여받아 약국을 개설하면서 약사법을 위반하게 된 것.

A약사는 2015년 1월 5일부터 1월 29일경까지 C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업무를 했으며, B약사는 같은 기간 다른 약국에서 근무했다.

C약국은 2015년 2월 4일자로 폐업했으며, 그때까지 환자로부터 받은 현금은 A약사가, 건보공단에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은 B약사가 각각 관리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2015년 5월 29일 약사법 위반 피의 사실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으며, 부산사상경찰서장은 2015년 5월 10일 건보공단에 수사결과를 통보했다.

건보공단은 2015년 7월 14일 A약사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1억 5431만 원을, B약사에 대해 1억 9779만 원을 환수키로 결정한다고 통보하면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B약사는 A약사에게 일시적으로 관리 업무를 위임했다며 면허증 대여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A약사는 약국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짧은 기간 동안 불가피하게 약국에 근무했다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지 않고, 요양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고법 재판부는 A·B 약사는 인수자금을 일부씩 투자해 C약국을 인수한 점, C약국 개설 명의는 B약사로 돼 있으나 A약사가 인수과정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점, B약사가 A약사로부터 운영수익금으로 1000만 원을 받은 점, A약사는 C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전담한 반면 B약사는 다른 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한 점 등을 종합하면 B약사가 A약사에게 약국 운영을 일임했고, B약사가 A약사에게 약사면허를 대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B약사에 대한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량권 일탈 남용에 대해 재판부는 "B약사는 C약국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A약사에게 약국의 운영을 일임한 것으로 보이고, C약국을 인수할 당시 함께 운영하려고 했기 때문에 B약사의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A약사는 약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C약국에서 의약품 조제·판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B약사의 면허증 대여 행위로 인해 건보공단으로부터 본래 지급받아야 할 요양급여비용을 초과한 금액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B약사의 약사법 위반 행위의 동기·경위·내용에 비추어 볼 때 건보공단에서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의 전부를 징수해야 할 정도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1억 9779만 원의 환수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고법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14도7217 판결. 2014년 9월 25일 선고)를 인용,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제2호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약사 등의 면허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약국의 경우에는 해당 약국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해 제1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약사의 면허를 대여받아 요양기관인 약국을 개설한 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징수금의 연대 납부를 명하려면 약사의 면허를 대여받은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약사법 제20조 제1항에서 약사나 한약사가 아닌 자의 약국 개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취지는 약국 개설자격을 의약품의 조제 등에 전문성을 가진 약사나 한약사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약국 운영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 있다. 약사법 조항이 금지하는 약국 개설행위는 약사가 아닌 자가 약국의 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약국의 운영,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 같은 입법취지 및 금지되는 약국 개설행위의 의미에 비추어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약사가 약사법에 따라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자로부터 명의를 빌려 그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만으로는 약사법 제20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법 재판부는 "약사인 원고 A가 약사인 B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약국을 개설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약사법 제20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며 "약사법 제20조 제1항을 위반했음을 전제로 1억 5431만 원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한다고 결정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5구합76339. 2016년 7월 14일 선고) 재판부 역시 약사 A씨와 약사 B씨에 대한 환수 처분을 각각 취소했다. 1심은 A약사에 대한 환수 처분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B약사가 A약사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점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요양급여비용 전부를 징수해야 할 정도로 위법성의 정도가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재량권 일탈·남용을 위법하다고 봤다.

건보공단은 대법원에 상고(2017두38207),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