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없는 동안 간호사 조제' 또 사기죄 적용
'약사 없는 동안 간호사 조제' 또 사기죄 적용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15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심 법원, 약사법 위반·사기죄 적용... 벌금 400만 원 선고
대법원 "약사 조제 포함·약식명령보다 중한 형량" 파기환송

▲ 대법원
대법원이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간호사에게 조제를 하도록 지시한 A원장에게 사기와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파기환송됐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도 사기와 약사법 위반 혐의를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는 사기와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입원환자 간호사 조제 사건(2016도19186)에서 원심(2015노7482. 수원지법 2016년 11월 4일 선고) 판결을 파기하고, 수원지법 합의부에 환송했다.

검찰은 A원장이 2010년 1월 1일∼2014년 2월 28일까지 간호사가 단독으로 입원 환자에 대해 의약품을 조제했음에도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한 것처럼 해 약제비·복약지도료 명목 등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삼성화재·LIG자동차손해보험사에 총 3278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며 사기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사의 약식명령에 따라 수원지검 평택지원은 2014년 12월 26일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원장은 정식재판을 청구, 1심 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의 항소 제기에 따라 열린 수원지법 항소심에서는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약사법 위반(무죄 무분 제외)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 공소사실의 편취금액에는 피고인이 약사를 고용해 1주일 중 월요일과 목요일에 약을 조제하도록 한 부분이 포함돼 있다"며 "개별 수급자와 수급자별 피해금액 조차 알 수 없어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겪게 되므로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을 위반한 점도 들었다.

"원심은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한 대법원 재판부는 "불이익 변경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며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파기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법원은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사 조제는 물론 의사의 직접조제와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에 대해서도 약사법 위반에 무게를 실어 병원계의 시름을 깊게 했다.

현행 약사법 제29조(의약품조제) 1항은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입원환자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 ▲응급환자 및 조현병(調絃病) 또는 조울증 등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조제하는 경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1군감염병환자 ▲감염병 예방접종약·진단용 의약품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약품을 투여하는 경우 ▲장애인복지 관련 법령에 따른 1급ㆍ2급 장애인 및 이에 준하는 장애인, 파킨슨병 환자 또는 한센병 환자에 대하여 조제하는 경우 ▲장기이식을 받은 자에 대해 관련된 치료 등은 직접 조제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문제는 이 번 사건처럼 의사가 간호사에게 조제를 하도록 한 경우 어느 정도까지를 직접조제로 볼 것인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2007년 10월 25일 선고한 판결(2006도4418)을 통해 "의사와 약사가 환자 치료를 위한 역할을 분담하여 처방 및 조제 내용을 서로 점검·협력함으로써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투약을 방지하고 의사의 처방전을 공개함으로써 환자에게 처방된 약의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려는 의약분업 제도의 목적 및 취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약사법의 관련 규정, 국민건강에 대한 침해 우려, 약화 사고의 발생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를 '의사 자신의 직접 조제행위'로 법률상 평가할 수 있으려면 의사가 실제로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에 대하여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지휘·감독을 하였거나 적어도 당해 의료기관의 규모와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사용되는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 등에 비추어 그러한 지휘·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하였던 것으로 인정되고, 또 의사의 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도 제대로 이루어진 경우라야만 할 것"이라고 밝혀 매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른 간호사의 조제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2015년 7월 30일 헌법소원 심판(2013헌바422) 사건에서 약사법 제23조 제4항(의약품조제)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자신이 직접'의 의미는 의약품 조제를 처방에서 교부까지 의사 자신이 손수 하거나 이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한정된다"며 "일반적으로 입원환자가 있는 병원에는 의사 외에도 진료활동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이 있고, 의사가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진료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의약품을 조제하는 것은 허용된다. 다만, 조제행위의 특성이나 간호사의 진료보조의 한계 때문에 의사의 간호사에 대한 일반적인 지도·감독에 의한 조제행위의 위임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고, 의사가 손수 의약품을 조제한 것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지휘·감독하에 이루어진 경우에만 의사의 지시에 의한 간호사의 조제행위를 의사의 조제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사가 손수 의약품을 조제한 것에 준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직접 조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의사의 직접조제 의미와 범위를 놓고 환수처분과 업무정지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16년 11월 3일 B병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2016구합68588)에서 "CCTV를 설치해 의사가 조제실 직원의 조제과정을 지켜봤다"는 직접조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11월 22일 확정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B병원장에게 입원환자 식대가산 부당청구(5억 1525만원)·무자격자가 제조한 약제비 부당청구(17억 7358만원)·응급의료 관리료 부당청구(1349만 원) 등 총 23억 232만원을 환수 조치한다고 통보했다.

B병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집행정지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2016년 10월 14일 대법원(2016무739)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환수처분이 진행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법원 판결을 근거로 B병원에 대해 108일(2016년 9월 7일∼12월 23일) 동안 요양기관 업무정지와 79일(2016년 9월 7일∼11월 24일) 동안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B병원장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부산지방법원은 2012년 1월 17일 벌금 2000만원을 선고(2011고단4199)했다. 항소심(부산지법 2012노367)·상고심(대법원 2012도10050) 모두 기각, 벌금형이 확정됐다.

'직접 조제'의 의미와 허용 범위를 둘러싼 환수 처분과 업무정지를 비롯해 법정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이 규정한 약사 정원은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1인 이상을, 100병상 이하 병원이나 200병상 이하 요양병원은 주당 16시간 시간제 근무약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 약사를 근무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병원은 대규모 종합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이 병원계의 입장이다. 24시간 365일 적법한 조제를 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최소 5∼6명 이상은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

국가통계포털이 집계한 2016년 말 현재 요양기관(약사 인력 3만 3946명 배치 현황)은 ▲상급종합병원 43곳(1664명) ▲종합병원 298곳(1419명) ▲병원 1414곳(1079명) ▲요양병원 1428곳(591명) ▲의원 3만 2924곳(32명) ▲치과병원 223곳(8명) ▲치과의원 1만 7023곳(0명) ▲한방병원 282곳(98명) ▲한방의원 1만 3868곳(19명) ▲조산원 28곳 ▲보건기관 3477곳(보건의료원 15곳 중 18명, 보건소 241곳 중 357명, 보건지소 1316곳 중 208명, 보건진료소 1905곳 중 0명) ▲약국 2만 1443곳(2만 8997명) 등 총 8만 9919곳이다.

병원약사회가 지난 3월 실시한 병원약제부서 실태조사 결과 응답한 34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정원이 미달된 병원은 25개에 달했다. 평균 충원율은 81.9%였다.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약사 인력이 더 부족한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공휴일이나 야간에 의사가 직접 조제하거나 의사 지도·감독 하에 간호사·간호조무사등이 조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병원이 약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병원 약국 조제료를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송영천 삼육대 교수(약학과)가 병원약사회지에 발표한 '수가체계 내에서의 병원약제 업무의 위치 및 가치평가' 연구보고서를 보면 병원약국의 조제료(2592원)는 원외약국 조제료(9434원)의 27.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계 관계자는 "200병상급 의료기관은 주 40시간 근무제·야간 조제·연월차·휴일 및 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최소 8명의 약사를 채용해야 정상적인 조제가 가능하다"면서 "상당수 중소병원이 1명의 약사를 채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입원환자에 대한 조제와 투약은 24시간 환자를 살피며 치료와 투약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언급한 이 관계자는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상당수 병원들이 약사법 위반과 사기죄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은 ▲의사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환자 수술 또는 처치 중인 경우 등 의사의 직접 조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한해 의사 지사 하에 간호사가 의약품 조제행위가 가능하도록 약사법 개정안을 준비했지만 약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약사가 근무하지 않는 공휴일이나 야간의 경우에는 당직의사가 직접 조제를 하던지 공휴일과 야간에 대비해 의사가 사전에 처방을 하고, 약사가 예비 조제를 해 놓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료현장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법으로 인해 원내조제가 이뤄지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약사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요양급여·의료급여 환수 처분과 함께 별도의 업무정지·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약사법 위반이라는 폭탄을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제2조에서 간호사 업무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 제80조의2(간호조무사 업무)에서는 간호조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현 변호사는 "간호사는 의료인으로서 진료행위와 함께 투약 및 주사행위를 보조할 수 있는데 그 준비단계에 해당하고 위험도는 더 낮은 조제는 보조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약사의 조제권과 간호사의 진료보조권과의 상충 문제를 제기했다.

"간호사가 보조하는 진찰·검사·처치·수술 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의약품 조제만 별도로 분리해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 현 변호사는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사법을 개정해 간호사에게 의약품 조제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