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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젠은 암젠이고 길리어드는 길리어드다'

'암젠은 암젠이고 길리어드는 길리어드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3.0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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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⑥] 노상경 암젠코리아 사장

노상경 암젠코리아 사장
A제약사 사장과 B제약사 사장을 '헤드투헤드'로 비교임상할 순 없지만 노상경 암젠코리아 사장은 다른 사장들보다 여유로워 보인다.

2015년 11월 출범한 신생 암젠코리아의 첫 대표를 맡은 노상경 사장은 "조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암젠코리아가 한국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기반을 닦는 것이 눈앞의 영업성과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본사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자신의 이런 소신을 '어필'했다고 도 말했다. 5년 안에 흑자전환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원래 노 사장은 담당자나 알듯한 세부적인 마케팅 수치까지 기억해 잘못된 데이터를 잡아내는 능력으로 업계에서는 '디테일'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30년을 제약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자기만의 노하우다.

그런 노 사장이 최근에는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행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암젠코리아의 안착과 장기적인 인력개발을 고민하고 한국 제약업계에 대한 거시적인 분석도 내놓았다.

아무래도 신생 법인의 출범을 책임지다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관심의 전환인 듯 보였다.(물론 그는 여전히 디테일에도 강하다고는 한다.)

한국에서의 출범은 늦었지만 암젠은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으로 좋은 신약을 쏟아내며 성공한 글로벌 제약기업이다. 이제 갓 1년을 넘긴 60명 규모의 암젠코리아에 주목하는 이유다.

노상경 암젠코리아 대표를 3일 만나 암젠코리아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봤다.

<일문일답>

지난해 눈여겨 볼만한 성과가 있다면?

암젠코리아는 2015년 11월 설립됐다. 그해 1월 직원 한 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60명으로 성장했다. 임직원 60여명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능은 모두 갖췄다고 본다. 이처럼 법인을 설립하고 각 분야의 우수한 인력으로 조직의 형태를 갖춘 것이 최근 거둔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2016년 5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키프롤리스'를, 2016년 6월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 치료제 '블린사이토'를 출시했다. 같은 해 11월 표적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와 '엑스지바'까지 4개의 주요 제품을 한해에 성공적으로 발매했다는 점도 자랑할 만한 성과라고 자부한다.

그중 블린사이토는 허가받은지 9개월 만에 급여승인을 받았다. 만 9개월은 항암제 보험급여 등재 기간으로는 보기 드물게 짧은 기간이다.  그만큼 약효와 급여필요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프롤리아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암젠코리아의 약들은 보험 급여 적용여부가 특히 중요한 항암제가 많다. 이들 약의 급여승인 전략은 무엇이며 한국의 약가 제도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10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암젠코리아는 혁신적인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정부 관계자를 설득하고 있다. OECD 평균 약가와 비교해 한국의 약가는 43% 수준으로 매우 싼 편이다.

이전보다 정부도 한국의 약가가 낮은 편에 속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어 보여 긍정적이다. 아마 정부도 제약사가 신약 개발을 위해 R&D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제약사는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신약의 혁신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복돋을 수 있는 선순환 약가 구조가 필요하다. 약가제도를 검토하는 담당자에 따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급여제도가 많이 투명해져 예측 가능성도 커졌다.

건강보험재정을 토대로 제한된 예산의 범위 내에서 급여를 하다보니 4대 중증질환이나 우선순위가 높은 약들이 아닌 경우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쉽다.

그래서 희소질환이나 항암제의 경우 영국이나 일부 국가처럼 건강보험재정과는 다른 펀드를 만들어 지원하자는 얘기가 있다.

영국에서 운영되는 항암펀드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긍정적이다. 약가의 문제를 떠나 약을 필요로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논의할 의향이 있다.

노상경 암젠코리아 사장
결국 문제는 재원이다. 참여해서 논의한다는 말은 제약사가 재원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참여할 의향은 있다. 다만 전적으로 제약회사의 재원으로만 운영할 것인지 정부도 투자할 것인지 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에서 특허소송 중인 경쟁 PCSK9 억제제가 최근 한국에서 먼저 출시됐다. 암제코리아도 조만간 PCSK9 억제제를 출시할 것으로 안다. 혹시 한국에서도 관련 소송이 있을 수 있나?

미국 특허 소송이 아직 결론나지 않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일단 나라별로 특허제도가 달라서 개별 국가별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는 조심스럽게 지켜볼 따름이다. 암젠코리아 역시 PCSK9 억제제를 지난해 신청했고 지금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아직 이와 관련해 본사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은 없다.
 
노상경 대표의 경영스타일은 '디테일'에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추구하는 리더십 스타일은 무엇인가?

대표가 디테일에 너무 강하면 '노 대리'란 별명을 얻는 것 아닌가?(모두 웃음)

'대표가 뭐 저런 것까지 챙기나'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보다는 '현장업무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좋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일은 사람이 한다'고 생각한다. 제품이나 시스템, 자원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역량을 다해주면 좋겠다.

암젠코리아에서 나의 역할은 전체를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 디테일하게 집중하기보다는 각각의 부서가 어느 단계에서 연결돼야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본다. 특히 중요한 숫자에 대해선 일부러 기억해뒀다 지적하는 편이라 디테일에 강하다라는 말을 듣는 것 같다.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예로 암젠과 길리어드를 꼽는다. 암젠과 길리어드의 행보가 비슷하다고 보이는데, 암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암젠코리아와 길리어드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길리어드는 국내 회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제약사가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암젠코리아는 마케팅과 영업, 유통까지 모두 암젠코리아가 맡는다.

아웃소싱을 하기보다 (비용부담에도) 마케팅과 영업 등을 모두 맡는 이유는?

한국에 진출하기로 하고 계획을 세울 때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했던 부분이다. 암젠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하기 때문에 국내의 좋은 회사와 협업하는 방향도 고려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암젠코리아 직원이 직접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보다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

초기 투자는 늘어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올해 11월이면 제약업계에서 일한지 30년이 된다. 여러 다국적제약사를 경험하면서 제약업계가 전반적으로 발전하려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젠이 책임을 지고) 직접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제약업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했다.

설립 이후 한동안은 수익을 내기 어려울 듯 하다. 대표로서 영업 실적에 대한 부담이나 조급함은 없나?

대표들 역시 단기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매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하다. 일반적으로 암젠코리아가 이익을 내려면 몇년이 걸린다. 이제 막 제품을 출시했고 블린사이토를 제외하면 키프롤리스나 프롤리아는 급여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충분히 본사와 논의했고 예상한 정도다.

오히려 지난해 예상했던대로 비용이 지출됐고 목표보다는 조금 더 성과가 좋았다. 실제로 영업목표에 대해 얘기할 때 한 해만을 생각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려 한다. 미래를 위한 토대를 착실히 다지고 있으므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에 진출한지 일년 반 정도 됐다. 앞으로의 로드맵과 몇년 정도 후 수익이 발생할지 밝힐 수 있는지?

5년내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 시장에 진출했고 앞으로 나올 파이프라인을 고려했을 때 심혈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치료제가 있으므로 10년 뒤에는 암젠코리아의 포트폴리오가 지금보다 풍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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