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서울의대 교수들 입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서울의대 교수들 입열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07 14:34
  • 댓글 7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침묵과 무관심 일관 반성"..."권력과 돈에 길들여지지 않겠다"
서울의대 교수협, "지성인으로 부끄러워...병원장 인선 개선돼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고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논란과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병원장이 제도적으로 정부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병원에 대한 지원도 정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현 상황에서는 서울대병원장이 권력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권력과 돈에 길들여지기를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대병원이 정부와 권력의 부당한 의지에 휘둘리지 않도록 서울대병원장 인선 과정과 대학병원에 대한 지원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것을 호소했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는 3일 이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울대병원이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올바르고 정의롭게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수협의회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국정농단 논란 사태와 뒤이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로 국가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정농단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주변인들의 일탈 행위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서, 우리 국민은 놀라움과 함께 분노와 자괴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런 논란에 서울대병원이 관련된 사안이 포함돼 있어서 서울의대 교수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며 "서울의대 교수는 서울대병원이 관련된 논란이 제기되던 지난 수 개월 동안 편향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사태를 냉정하게 주시해 왔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가을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와 관련된 사회적인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진단서를 작성한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망진단서 작성의 일반 원칙에서 벗어난 오류를 지적해야 한다는 주장을 모두 존중할 가치가 있는 의견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이러한 사회적 논란을 해소시키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도 논란에 대한 전문가적 판단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써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전문가 집단이라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져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이렇게 판단을 미뤘던 서울대병원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대병원장이 권력과 유착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서,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사회에 모범이 돼야 할 우리 교수는 몸가짐을 더욱 조심해야 함을 절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는 "서울대병원에서 교육과 진료를 담당하는 의대 교수들은 서울대병원이 사회적인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번 사태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 전문가와 교육자를 자부하면서도, 정치적 성향이나 상황에 구애 받지 않고 학문적인 사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는데 주저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수협의회는 우리나라 대학과 의료계는 소위 '경쟁력 강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에 따라 정의로움과 사람 생명을 우선하려는 가치 보다는 무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차지하도록 권력과 정부에 의해 유도 당하고 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수협의회는 "대학과 병원은 정부 예산과 대형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 권력에 가까이 하려 애쓰고 있으며, 교수들은 발표논문 편수와 연구비 수혜 금액으로 서열화되면서 연구비를 더 받기 위해 무분별하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유혹에 노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런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정부와 권력은 대학의 '돈줄 조이기'로 대학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며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는 대학의 바람직한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의 희망찬 발전과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는 "우리 교수들이 학자로서의 양심과 독립성을 지키며 필요할 때 말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 살아왔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교수사회 전체가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길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때라고 믿는다"며 "이제 서울의대 교수들은 경쟁지상주의를 타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진리의 상아탑으로서의 대학과 국민 건강 증진과 생명 수호의 최종 보루로서의 대학병원이라는 본연의 존재 이유를 다시 찾고자 하며, 권력과 돈에 길들여지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천명했다.

이밖에 "서울대병원장이 정부와 권력의 부당한 의지에 휘둘리지 않도록 병원 구성원들이 적절한 병원장후보자를 선정하고, 이를 정부가 존중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대한민국 의료와 의학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서울대병원이 사회적 책무와 역할을 올바르고 정의롭게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