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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관리 취약한 '다인실' 정책 폐기해야

감염관리 취약한 '다인실' 정책 폐기해야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3.0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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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병실' 선진국 1∼2인 VS 한국 4∼6인...여전히 위험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 "병상수 감소 따른 재정 지원 필요"

▲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와 한수아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관리팀장

감염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인실 정책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엄중식 한림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와 한수하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관리팀장은 대한병원협회가 발행한 <병원>지 최근호에서 '감염관리 측면에서의 병실 및 병상 배치'를 통해 "의료기관의 병실과 병상 배치는 감염병의 전파 예방과 차단이라는 목적이 반영돼야 한다"면서 "모든 감염병원은 공기·비말·접촉 등에 의해 전파되므로 의료기관은 전파를 예방하기 위한 격리실을 갖추고, 병실과 병상을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인실이 의료기관의 경영 효율성이나 국가 재정 절약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감염관리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감염전파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 엄 교수는 "감염관리 외에도 진료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정보 노출이나 존엄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 등 근원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하루 빨리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가 한창인 2015년 9월 보건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일반병상(다인실)을 50%에서 70%까지 확보토록 의무화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발표, 시행했다.

당시 의료계는 "다인실 확대 정책이 감염병 관리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지만 병실이 없어 불가피하게 1∼2인실을 이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상급병실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의료계의 반대를 무마했다.

엄 교수는 메르스 유행 이후 정부가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물론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결핵이나 수두 등 공기전파 감염질환을 적절하게 진료하기 위해 음압격리실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엄 교수는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격리를 인정하는 질환이 매우 제한적이고, 급여 인정기간도 짧은데다 격리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원가를 보전하기에는 수가가 턱없이 낮다"며 "격리실 설치와 운영에 대한 재원을 확보해 건강보험급여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다인실 축소에 따른 병상수 감소에 대해 재정적 보전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며 "1∼2인실을 기본 병실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건강보험급여 수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시설기준 개정안 시행도 합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단기간에 변경이 어렵고, 병실과 병상수 조정은 의료기관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며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불편과 위험관리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들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의료기관이 격리실 설치와 병상 간격 유지를 위한 병실 조정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적어도 음압 및 접촉 격리실을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수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엄 교수는 "병상수 감소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야 기존 의료기관이 시설 기준 개선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메르스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실의 10%만 투자해도 당장 급한 감염관리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의료기관의 희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시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입원실 병상과 병상간 간격은 신축 병의원의 경우 1.5미터를, 기존 병의원은 2018년 12월 말까지 1미터를 떨어뜨려야 한다. 병상수는 신축 병의원의 경우 4개 병상이며, 요양병원은 6개 병상이다. 병원계는 약 20%의 병상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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