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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 보고 건수, 영국 11만건 한국 140건 왜?
환자안전 보고 건수, 영국 11만건 한국 140건 왜?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2.2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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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보고한 의료기관 '질책·비난'...은폐 불러
미국처럼 병의원·의료인에 대한 보호 장치 시급

▲ 시행 7개월째에 접어든 환자안전법의 활성화를 위한 포럼이 27일 열렸다 ⓒ의협신문 박소영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지 7개월째. 그러나 보고 건수는 월평균 140여건으로, 영국의 월평균 11만건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중대사건 보고의 의무화, 솔직하게 말한 것에 대한 법적 보호, 환자안전 사고를 겪은 의료진 등 제2의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사고를 보고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부의 질책과 비난은 보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발생시켜 의료기관의 은폐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상일 대한환자안전학회 부회장(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은 27일 열린 제1회 환자안전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7월 29일 환자안전법이 시행됐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보고건수는 500여건, 올해에도 500여건이 접수돼 지금까지 누적 접수건수는 총 1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부회장은 "보고 건수가 너무 적다. 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건수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며 "중대한 사고라면 의무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문책이나 비난이 뒤따르는 점에도 큰 우려를 표했다. 솔직하게 보고한 의료기관에 부담을 줘 향후 이를 은폐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예로 지난해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완과 암센터의 환자안전 사고가 매년 증가한다"며 질타한 점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보고는 실제 발생한 사고의 아주 일부다. 환자안전 사고가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잘못을 겉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라며 "NMC와 암센터의 내년도 보고 건수는 아주 현저하게 감소할 것이다. 국감에서 지적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기관장은 절대로 보고를 독려하지 않을 것"이라 비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보고에는 3가지 원칙이 있다. 경미한 사안의 자율보고, 비밀보장, 처벌이나 문책금지다. 국감 지적과 같은 방식은 환자안전에 악영향만 미칠 것"이라 일침했다.

환자안전 보고가 잘 이뤄지는 외국은 어떨까. 영국 의료기관들은 연간 130만건을 국가에 보고한다. 보고의 99%는 원내 수집자료를 국가에 통째로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또 병원들의 의료질을 국민들에게 공개, 환자안전 관련 자료를 많이 제출한 기관일수록 개방성과 투명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의료기관에 대한 보호도 철저하다. 이 부회장은 "2005년 미국은 의료기관 내부 활동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연방법을 제정했다. 환자안전 사건에 대한 원인분석이 이뤄져도 이를 대외적인 법적 증거자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다"며 "영국처럼 대대적인 보고가 이뤄지려면 의료기관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발적인 보고체계 및 원인분석, 개선활동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안전 사고를 지불제도와 연관시킬 필요성도 제시됐다. 2008년부터 미국 메디케어는 사전에 예방 가능한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는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2014년부터는 해당 사고의 범주도 대폭 늘어났다.

이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해도 진료비를 전액 지급한다. 미국은 진료비 지급 금지제도를 도입한 이후로 과거보다 환자안전 문제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며 "상징적인 측면에서라도 몇 가지 뚜렷하게 예방 가능한 사고에 대해서는 진료비 지급을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외 의료진에 대한 보호기전도 마련돼야 한다며 "고의로 환자에 해를 끼치려는 의사는 없다. 심각한 환자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료진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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