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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소송' 행정처분 취소 판결 이끌어낸 A원장

'나홀로 소송' 행정처분 취소 판결 이끌어낸 A원장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2.27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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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바위 치기 계속하면 세상이 바뀝니다"
재판부 "최고한도 처분 재량권 일탈·남용"...복지부, 개선안 착수

 

▲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을 통해 서울행정법원(2016구합 50877)과 서울고등법원(2016누55553)에서 93일 행정처분 취소 판결을 이끌어 낸 A원장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사기죄 및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93일 동안 문을 닫으라는 보건복지부의 업무정지 행정처분에 반발, 변호사의 도움없이 나 홀로 소송에 나선 A원장.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서울행정법원(2016구합 50877)은 "93일 업무정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보건복지부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2016누55553) 역시 항소 기각 판결로 A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사기죄 및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단순히 이 사건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뿐만 아니라 행정부처의 재량권 일탈·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처분 기준인 부당금액·부당비율 2개 외에 ▲기간 ▲사회적 비난 정도 ▲이익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업무정지 기간을 다시 산정하라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판결을 계기로 '요양기관 행정처분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작지 않은 변화의 물꼬를 튼 A원장은 의료전문지법원출입기자단의 인터뷰 요청에 "이름을 드러내기가 부담스럽다"며 서면을 통해 나 홀로 소송에 나선 이유와 현장실사와 행정처분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다.

"개원 초기에는 무슨 항목이 보험이 되는지, 아닌지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개원의라면 누구나 청구 과정에서 착오를 하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초보 개원의인 A원장도 흔한 실수를 했다. 보험급여에서 제외되는 항목인지 모른 채 급여비를 청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보건복지부는 총 요양급여비용(743만 8830원) 가운데 총부당금액(191만 3070원, 월 평균 23만 9133원)을 적용, 부당비율 25.71%에 해당하는 업무정지 93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개원 초기 환자가 하루 10명 미만으로 거의 없었을 때입니다. 총 요양급여비용이 적다보니 부당금액 비율이 25% 이상 높게 나왔고, 처분 기준을 부당비율에 따라 하다보니 93일 정지처분이 나왔습니다."

소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법률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개원의로서 법률 용어부터 서툴렀다.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은 물론 본격적인 행정소송을 위해 소송 서류를 작성하고, 유사한 판례와 증거를 수집해 답변서와 참고서류를 제출하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다.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부담이 됐다.

A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요양급여 비용이나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부당비율에 따라 가혹한 업무정지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5조 제1항 제1호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때에는 요양기관의 업무정지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부당한 방법'이라는 불명확한 용어에 의해 고의범법과 과실범법을 포괄한 형벌의 가벌적 구성요건을 규정하는 것은 헌법 및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A원장은 "'부당'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단순 착오 또는 과실도 업무정지 사유에 포함하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최고 5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 역시 형법상 다른 법률에 비해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형벌이 부여하는 불이익은 범죄행위가 지니는 반사회성에 상응하도록 질과 양을 결정하기 때문에 형벌을 부과함에 있어서는 죄질과 형량의 공평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은 죄질과 형량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판부도 A원장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99두5207. 2001년 3월 9일 선고)를 인용, "제재적 처분의 기준이 법규명령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에 비추어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그 규모·기간·사회적 비난 정도·위반 행위로 인해 다른 법률에 따라 처벌받은 사정·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및 위반행위로 얻은 불이익 규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에 따라 적정한 제재를 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처분 기준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최고 한도를 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재적 행정처분이 사회 통념상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했거나 남용했는지는 처분사유로 된 위반 행위의 내용과 처분 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및 이에 따르는 제반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해 공익 침해 정도와 그 처분으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해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5개월 동안만 이루어졌고, 이익도 총 190여만 원에 불과한 점, 개원 초기 요양급여대상 범위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안 후에는 비위 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점, 부당비율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것은 아닌 점 등을 지적한 뒤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되는 공익보다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훨씬 크다"면서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업무정지 기간을 초고한도인 93일로 정해 처분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부당청구와 달리 단순한 오류나 착오 청구에 대해서는 먼저 수정할 수 있도록 고지하고, 지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A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기준과 대상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관이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사회통합을 위해 국민 의료보험을 사회에서 보장해 주기 위한 기관"이라며 "이러한 본질적 의미를 망각한 채 스스로의 존재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처럼 공무를 집행하고, 무리한 삭감과 행정처분을 남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에 불만이 산처럼 쌓여 있지만 정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고 밝힌 A원장은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판례를 뒤지다 보니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동료의사들이 너무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A원장은 "불합리한 처분을 받아들이기 보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동료 의사가 많이 생기다보면 같은 판례나 유사한 사례가 쌓이게 될"이라며 "그러다보면 현실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 비고
1. 월평균 부당금액은 조사대상 기간 동안 부당한 방법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금액과 부당하게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본인부담액을 부담하게 한 금액을 합산한 금액을 조사대상 기간의 개월 수로 나눈 금액으로 한다.
2. 부당비율은 '(총부당금액/요양급여비용 총액)×100'으로 산출한다.
3.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조사대상 기간에 해당되는 심사결정 총요양급여비용의 합산금액으로 한다. 다만,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청구가 없어 심사결정 총요양급여비용을 산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총부당금액을 요양급여비용 총액으로 본다.
4. 부당비율이 5% 이상인 경우에는 초과 1%마다 업무정지기간을 3일씩 가산하되, 소수점 이하의 부당비율은 1%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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