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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희소질환·암 지원펀드 한국도 만들자"
"선진국의 희소질환·암 지원펀드 한국도 만들자"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2.2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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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⑤] 김옥연 한국얀센 사장

김옥연 한국얀센 사장
내부적으로 김옥연 한국얀센 사장은 '옥연 형님'·'옥연낭자'로 불린다. 잘챙기고 잘어울릴 줄 알면서도 밀어붙일 줄 아는 특유의 리더십이 김 사장을 '형님'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옥연낭자'는 들어봤는데 '옥연 형님'은 "처음"이라며 '충격적(?)'이라고 웃었다.

어쩌다 '형님 리더십'을 갖게 됐냐고 물었더니 "어느날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가 오류라는 걸 알게 됐다"며 선문답같은 대답을 했다.

"경력이 쌓이면서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관점과 사고, 경험과 방식이 있다는 걸 깨달았고 혼자 잘났다고 생각해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직감적으로 자신의 경험칙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사장은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이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2007년 얀센의 말레이시아 지사장이 됐는데 그때 나이가 39살이었다. 2012년 한국얀센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국내 제약업계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사상 첫 여성 부회장과 첫 여성 회장도 맡았다. 언뜻보면 꽃길이지만 순간순간 자신의 맘같지 않았던 적이 한두번이었겠는가? 그런 속앓이를 하고 지금은 거울 앞에 선 '형님'이 된 듯 보였다.

김옥연 사장을 17일 만나 한국얀센과 KRPIA 운영 계획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일문일답>

한국얀센의 2016년 성과와 올해 주목해야 할 치료제는?

2015년보다 10% 정도 성장했다.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7% 성장했는데 수치보다는 한국얀센이 의미를 두고 있는 부분이 전략적으로 성공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임브루비카, 트린자 발매와 콘서타 급여 확대 등을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바이오의약품도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서 얀센의 대표 치료제 레미케이드가 약가인하와 경쟁 심화라는 이중고에 빠질 수 있어 보인다.

바이오시밀러의 영향은 사실 레미케이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해 많은 바이오의약품이 쏟아지고 있다. 경쟁은 심해지겠지만 '어떻게 바이오시밀러와 싸워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바이오의약품 시장과 환자 접근성을 키우는 데에 더욱 집중하려 하고 있다. 레미케이드와 심퍼니 등 얀센의 바이오의약품은 적응증을 확대하고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 집계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최근 얀센의 실적이 정체인 것으로 집계된다.

외래처방액을 중심으로 통계를 잡는 방식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얀센의 주력 치료제는 대체로 병원 처방의약품으로 원외처방 치료제는 크지 않다. 유비스트 통계에 잡히는 치료제는 특허만료 이후 마케팅을 크게 하지 않는 제품이 많다. 정체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옥연 한국얀센 사장
올해 주목하는 치료제가 있다면?

뉴신타와 트린자, 임브루비카 등을 꼽을 수 있다. 뉴신타는 25년 만에 나온 새로운 기전의 마약성 진통제다.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큰 성과다. 빨리 의료진이 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현병 치료제 트린자는 최근 급여범위가 확대됐지만 아직 치료목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급한 증산만 없애기 보다는 근본적으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장기지속형 제제인 트린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로의 복귀를 도울 것이다.

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는 워낙 혁신적인 제품이라 환자에게 주는 혜택이 크다.

하지만 적응증이 확대되는 속도에 비해 급여범위 확대 속도는 더디다. 급여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얀센 차원에서 임상 데이터도 만들고 환자 목소리도 반영하겠다.

KRPIA 회장이기도 하지만 희소질환 치료제 등이 많은 얀센의 특성상 급여제도에 관심이 클 것 같다. 암과 희소질환에 대해 영국처럼 개별 펀드를 만들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찬성이다. KRPIA가 제기한 정책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추진했지만 통계적으로 환자접근성에는 변화가 없다. 혁신적 신약은 비용이 점점 올라가는데 급여속도는 더디다. 희소질환 치료제나 항암제같은 경우는 1년 투여비용이 1억원을 넘기기도 한다.

전체 재정측면에서 보면 이런 혁신적인 치료제에 급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보니 희소질환자 등은 급여혜택에서 제외된다. 이런 소외되는 환자를 위해 별도의 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은 대부분 이런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결국 재정이 문제인데 제약사도 이런 펀드에 지원할건가?

그건 (제약사간) 논의해봐야 한다.

KRPIA 회장으로 연임됐다. KRPIA가 한국제약협회 등 비슷한 협회와 비교했을때 개방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을 들었는데 좀 의아했다. 회원사들이 여러 논의과정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구조다.

총회를 비공개한다든지 협회 운영 자료 등을 공개하지 않는데서 그런 지적이 있는 것 같다.

정기총회 개방 여부 등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사실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뭐 굳이 숨길 내용이 없으므로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한번 논의해 보겠다.

다른 다국적 제약사와 달리 얀센은 한국에 생산공장을 가지고 있다. 고용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한국얀센은 자부심을 가질 것 같다.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이 없다고 해서 훌륭하지 않은 제약사는 아니라고 본다. 더이상 제약산업은 제조업이 아니다. 지식산업이다. 한미약품이나 대웅제약, 유한양행이나 종근당처럼 글로벌 제약사를 지향하는 제약사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성이 큰 곳에 공장을 지으면 된다. 굳이 한국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많은 글로벌 제약사는 이제 신제품 파이프라인의 절반 이상을 아웃소싱해서 개발하고 생산한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연구소와 대학, 벤처기업 등이 협업한다. 공장을 어디 짓느냐를 떠나 혁신성을 어떻게 연결해서 사회기여를 크게 할 것인지에 더욱 가치를 두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니 한국얀센이 공장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하하하) 그건 오해다. 한국얀센 사장은 공장을 철수하거나 이전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공장이 있으면 한국 사회에 더 기여하는 것이고 없으면 기여를 덜 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최초 허가 국가가 어디냐에 따라 약가혜택을 주는 방식은 당장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제약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단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고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용창출없이 한국이 약을 파는 시장으로만 전락할 수 있지 않겠나?

중요한 것은 성장 가능성이다. 성장만 하면 고용은 따라올 테지만 현재 한국은 성장 예측 가능성이 너무 없어 보인다. 벨기에나 아일랜드같은 나라를 보면 척박한 자원 여건이지만 정부가 투자 환경을 마련해주면서 많은 기업을 유치했다.

제약업계로 보자면 한국의 임상시험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분야에서 한국도 저력이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려야 한다. 한국법인 사장으로 이런 장점을 잘알리지 못해 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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