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익 변호사의 法과 법 사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배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및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했으며 바이오 및 헬스케어 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료소송에서 간과할 수 있는 각종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고 세심하게 짚어나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의사의 잘못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한다. 즉 환자가 의료진이나 의료진이 속한 의료기관 등에 대하여 의사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치료비, 치료를 받느라 일하지 못한 기간의 소득,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것이다.

▲ 배준익 변호사(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

법원은 의료진의 잘못이 없는 경우 환자의 청구를 기각하고, 잘못이 인정될 경우 그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정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커다란 함정이 숨어 있다. 3심제와 가집행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1심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4억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의사는 이에 승복할 수 없어 항소를 하기로 결정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1심이 판결이 있다고 하여 환자가 판결금액에 대한 가집행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환자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1심 판결금액에 대하여 가집행을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집행의 대상은 의사의 예금채권, 부동산 등도 가능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 월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공단부담금이 주가 된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은 환자가 판결금액 전액을 회수해 갈 때까지 공단부담금을 모두 환자에게 지급하게 되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물론 가집행은 말 그대로 임시집행일 뿐이다. 판결이 확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 또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집행에 대해 마냥 무관심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1심 판결 후부터는 판결금액에 대해 연 15%의 법정이자가 붙으며, 항소심에서도 법정이자의 비율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판결 확정 시점에서는 그 금액이 상당히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가집행을 막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원고와 합의하여 일정 금액을 미리 지급하고 가집행을 하지 않도록 선처를 호소하거나, 집행에 대해 이의(異議)를 제기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집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법원은 판결금액에 대해 공탁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100% 현금공탁결정이 내려진다. 4억원을 현금으로 법원이 지정하는 계좌에 공탁을 해야만 가집행을 막고 지연이자도 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런 큰 돈을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의사들이 많을까? 나아가 만일 가집행 후 항소심에서 손해배상액이 1억원으로 줄었다고 생각해 보자. 환자가 4억원 중 변호사 보수·치료비·생활비 등으로 소비해버린 부분은 어떻게 반환받을 것인가. 실제 이런 부분에 대해 반환을 청구하면 엄청한 사회적 비난에 몰리기 쉽다.

가집행 이의신청에 대한 담보로 보증보험증권이 활용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또한 항소심 판결에서조차 1심 판결 후부터 연 15%의 법정이자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도 이해하지만, 경영위기에 몰린 의사나 의료기관의 입장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사집행법이나 법원의 재량 하에서 의료기관의 과다한 법정이자나 1심 판결 금액의 전액 공탁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방법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법원의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희망한다.

<의사·법무법인 LK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