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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인간의 생활과 미니멀리즘 현상

청진기 인간의 생활과 미니멀리즘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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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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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공공보건의료사업단)

▲ 김계형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공공보건의료사업단)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는 용어는 1937년 존 그래험에 의해 정의되고, 영국의 비평가 리처드 불하임이 <Art Magazine>지에 발표한 미니멀 아트(Minimal Art)라는 에세이를 통해서 일반화됐다고 한다.

미니멀리즘은 사물의 근본 즉 원소와 같은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해 현실과 작품과의 괴리를 최소화하려는 시도이다. 미니멀 아트는 단순성·반복성·물체성·전체성·단일성 등을 그 특성으로 한다. 최근에는 최소한의 디자인의 패션, 최소한의 주택 인테리어로 반영돼 최소한의 소유를 주장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오랜 역사 동안 인간은 최대의 소유를 지향하는 맥시멀리스트(maximalist)로서 지내왔다. 여러 학자들은 물건을 채집해 저장하는 인간의 행위가 인간의 생존을 크게 높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며, 인간 뿐 아니라 꿀벌·개미·다람쥐 등이 배가 부를 때도 음식을 저장하며 생존을 높이는 행태를 보인다.

농경사회에서는 곡식 및 식량의 저장, 가축의 확보가 중요했으며 이와 관련된 인간 행위는 중요한 하루 일과였다.

반면, 현대에는 물건을 채집하고 저장하는 행위가 인간의 생존여부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촘촘한 유통망, 인터넷, TV 등의 간편한 구매 방식의 발달로 어디서나 산지직배송인 신선한 식재료와 조리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다. 인간은 소유하고 저장하는 행위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의문을 품게 된 것 같다. 소유하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가족 구조의 변화도 미니멀리즘을 촉진하고 있다. 대가족 사회에서 핵가족화, 1인 가구화가 되면서 소형 평수에 거주하는 인구가 늘어났다. 이전 대가족 사회에서는 대저택에 화려하고 중후한 가구, 희귀 장식품, 여러 가지 책들로 가득 찬 책장들로 손님으로 하여금 경탄을 자아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물건이 곧 '나'라는 것은 착각이 아닐까?', '책이 많다고 지적인 내면의 가치가 생길까?'(사사키 후미오, 2015) 인간은 점차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 노력하게 됐으며 물건이 차지하는 공간의 기회비용을 중요시하기 시작했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에 따르면 1평을 정리하면 평당 2000만원을 절약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아파트 평수 10평을 늘리기보다 가구 두 세 개, 옷장을 간소히 정리하는 것이 보다 손쉽게 그리고 빠르게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단한 직장생활과 가사노동으로 인한 '저녁이 없는 삶'도 미니멀리즘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2014년 기준 맞벌이 가구의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3시간 14분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이 많을수록 그 물건들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며, 물건을 청소하는 것이 더 복잡하다.

극단적인 예로 빈 방을 청소하는 것은 매우 쉽다. 사람들은 소중한 휴식 시간을 가사 노동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가구와 저장품들을 최대한 간소화하며 그것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일부 정리가들은 물건을 버리는 것이 각종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집을 늘이기 위한 부채에 대한 스트레스, 공간 감소에 따른 스트레스, 유지 및 청소에 대한 스트레스,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 노동에 대한 스트레스, 가족간 가사부담에 대한 분쟁 스트레스를 줄이며 행복감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인구의 노령화 또한 미니멀리즘을 촉진하고 있다. 노인이 되면 시력감소·근력감소·각종 퇴행성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활동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리하여 노인의 주거지역은 쉽사리 정리가 되지 않고 쓰레기로 가득 차기 십상이다.

우울증이나 인지 장애가 동반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점점 쇠약해지는 신체에 맞춰서 꼭 필요한 물건을 남기고 모두 버리고,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해 자신의 주변을 하나씩 정돈해나가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 인구의 노령화, 고된 근무시간, 높은 주택가격, 편리한 식품 및 공산품 구매 방식으로 인해 앞으로도 한동안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리라고 예측된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 뿐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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