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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개정안 재개정 요구, 사실상 '묵살'
정신보건법 개정안 재개정 요구, 사실상 '묵살'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2.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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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시행 석 달 앞두고 국회 토론회 의견 대립 팽팽
복지부 "환자인권 보호 취지, 미흡한 점은 시행령 보완"

▲ 정신보건법 재재정 요구가 빗발쳤지만 사실상 재개정은 불가하다는 것이 확인된 16일 국회토론회 ⓒ의협신문 박소영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재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는 "곧 시행을 앞둔 만큼 시행규칙 등을 통해 미흡한 점을 추후 보완하겠다"며 재개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16일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은 '개정 정신보건법의 문제점과 재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국회도서관에서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 법은 단언컨대 정신장애인 복지 근거를 마련한 법"이라며 "의료계는 법이 시행되면 8만명의 입원환자 중 4만명의 퇴원하는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한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정신질환자가 위험하다'는 편견이 들어가 있지는 않나 걱정이 된다"고 운을 뗐다.

개정안은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입원 시점의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서류는 입원 3일 내 업로드, 심사 및 통보는 한 달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의료계는 "입원시점에서 판단해야 함에도 한 달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라며 조항의 비현실성을 지적해왔다.

차 과장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줄이고 싶지만 행정상 어쩔 수 없다. 더 많은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지금의 한계는 이것"이라며 "그래도 강제입원 여부 판별이 예전보다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강제입원 조항을 '입원할 만한 질환을 갖고 있으며,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미칠 경우'의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도록 강화한 점에 대해서도 "현재 우리나라 인권에 대해 조금 더 많이 고민을 한 결과다. 20년 전과 비교해 개선이 조금도 안 됐다"라며 "모든 사람이 개정안에 다 만족 못할 수도 있으나 이는 환자 인권보호를 위해 한 발자국을 떼는 것"이라 밝혔다.

이어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미치는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도 고민이 많다. 시행규칙으로 보완했다. 작년에 법 통과 이후로 의료계와 관련 협회, 인권단체 등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하위법령을 만들었다. 곧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입원 2주 후에 국·공립병원 전문의를 통해 치료입원을 진단토록 했으나 인력부족으로 인해 민간병원 의사를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기존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차 과장은 "인력확보를 위해 행정자치부와 긴밀히 노력 중이다. 국·공립병원에서 최대한 커버하는 게 목표이나 국·공립병원은 전체의 3%밖에 안 된다"라며 "단계적으로 늘려가겠지만 당장은 어렵다. 민간에 협조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치료입원 진단시 민간병원 의사들이 환자로부터 소송이나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 문제가 없도록 자문단 구성 등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의료계 "망상·환청 보여도 위해성 없다면 치료 못해"
오는 5월 30일 시행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의 골자는 강제입원 적합성을 판단하는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를 신설하고, 공정한 판단을 위해 입원 2주 후 국·공립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2명에게 치료입원 진단을 받도록 한 것이다. 강제입원 조항도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질환을 앓고 있으며 자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를 모두 충족해야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전국 국·공립의사가 140명으로 부족하자 정부가 민간병원의사를 동원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특히 반발해왔다.

이날 이명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이사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에서 정부는 국·공립병원 전문의에 의한 입원진단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의사 수가 부족할 것 같으니 민간의사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법 제도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자가당착"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 박성혁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봉직의협회 학술이사 ⓒ의협신문 박소영
박성혁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봉직의협회 학술이사는 "연간 약 23만건의 치료입원 진단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 6일 근무 기준으로 하루 740건을 진단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80∼100명의 정신과 전문의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현재 국·공립병원 전문의는 140명으로 이들이 각 병원에서 진료업무 외 2차 치료입원을 위해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란 현실을 꼬집었다.

특히 "복지부는 2차 진단의사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공보의에게 맡기려는 움직임이다. 로컬에서의 실전 경험이 없는 공보의들에게 중차대한 임무를 맡긴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며 "2차진단은 환자의 피해망상이나 환청, 검증력 유무 등을 의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업무"라고 비판했다.

현재 복지부는 민간병원 2차 치료입원 진단 수가를 책정하고, 진단업무 시 발생하는 책임에 법적 보호를 마련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민간병원에 수가를 지원할 예산이 있다면 국·공립병원 의사를 충원해 제대로 된 법 시행에 힘써달라"며 "사법부가 아닌 복지부가 법적 책임에 개입하거나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병원 전문의들은 1인당 평균 60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2차 치료입원 진단업무까지 더해진다면 치료 질 저하가 심각할 것"이라며 "정신과는 어느 과보다 환자와 치료자간 관계가 중요하다. 이런 특성상 진단업무에 시간을 뺏긴다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우려했다.

김창윤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강제입원 조항 강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환자 인권침해 및 치료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물론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망상이나 환청이 있고 이상한 행동을 해도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자타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치료할 방법이 없다"며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나 구급대는 긴급상황이 아니면 개입할 수 없어 보호자는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오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는 자타해 위험 기준이 오히려 불필요하고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며 "단지 '위험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치료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게 문제다. 치료 시작이 늦어지면 예후가 나빠지거나 자살, 난폭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위험기준을 없애고 '치료필요성' 기준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대안으로는 사법입원 도입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입원 전 사법부 판단에 의한 입원제도를 도입하면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 치료 거부 환자에 대한 개입이 쉬워지고, 입원 기준이나 해석을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며 "강제입원을 위한 보호자 요건도 까다롭게 할 이유가 없어지며, 강제입원 절차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해결될 것"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 개정안에 신설된 입원적합성 심사도 법원이나 준사법적 기능을 지닌 외부 입원적합성 심사로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국·공립의사 2인 판정을 없애는 대신 입원적합성 심사위원회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입원판정이 어려워 필요할 경우에만 외부 의사 소견을 구하도록 해야 한다"며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정신질환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는 의사가 하되, 입원 결정은 사법판단으로 하는 것이 옳으며 이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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