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의사윤리강령·지침, 의사 '정체성' 확보 핵심

의사윤리강령·지침, 의사 '정체성' 확보 핵심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2.10 05:5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부 타율규제보다 의료계 자율규제 통해 '자긍심' 지켜야
9일 2차 공청회...현실 반영·내부 의견 수렴 상설 개정 추진

▲ 의협 의사윤리 지침 및 강령 개정 TF는 9일 오후 7시 의협 3층 대회의실에서 '제2차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소비자·언론·전공의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의료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11년 묵은 의사윤리강령·지침을 개정함으로써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회복하고, 의사의 긍지와 자존감을 지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의협 의사윤리 지침 및 강령 개정 TF는 9일 오후 7시 의협 3층 대회의실에서 '제2차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소비자·언론·전공의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사윤리 강령과 지침은 의사윤리의 근본이자 우리가 나아가야할 지향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면서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의협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개정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최선의 진료를 위한 회원들의 거듭된 고심에는 무엇보다 생명윤리적 가치를 기본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추 회장은 "의사윤리 강령과 지침 개정으로 의사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의사회원이 자기 가치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함으로써 의료의 가치와 의사의 자긍심을 함께 드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 박석건 의사윤리 지침 및 개정 TF 위원(단국의대 교수)이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 개정안 주요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 개정안 주요 내용'을 발표한 박석건 의사윤리 지침 및 개정 TF 위원(단국의대 교수)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음주진료·대리 수술·지나친 상업적 이익 추구·허위진단서 등으로 인해 의사집단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있지만 10년 전 개정한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은 이같은 문제를 다 커버하지 못하고 있고, 내부 정화기능 역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리 강령과 지침이 처벌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미 여론재판과 규제를 위한 법안이 계속 제안되고 있고, 의사의 전문성을 배제한 채 법 만능주의식의 거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박 위원은 "의사 사회가 전문적인 자율규제와 교과서적 진료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의사의 명예와 자긍심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가는 전략적 포지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의사윤리 지침은 단순히 규제만 피하자는 게 아니라, 학생·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 교육과 개원의·봉직의의 윤리의식을 고취함으로써 의사의 자존심이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만들자는 것"이라며 "규제 이상의 이상(理想)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를 대표해 지정토론에 나선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의료는 전문적인 분야이므로 의사윤리 강령과 지침은 꼭 필요하다"면서 "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의료인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환자와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환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의료정보를 제공하며,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지침에 보강해 달라"고 주문했다.

전공의를 대변해 참여한 고지원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는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 결과, 약 70% 가량이 진료현장에서 설명의무·연명의료 중단과 유보 등 윤리적인 문제를 경험한다고 답했지만 이론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2/3가량이 전문성이 없는 동료 전공의와 상의하거나 혼자서 끙끙 앓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사례 중심의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중한 진료업무 위주의 수련환경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윤리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힌 고 정책이사는 "설명의무 역시 강화됐지만 실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면서 "위해 사고나 폭력 등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식적이고, 믿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래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공의들이 제대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장락 의협 대의원회 정관개정특별위원회 위원(경남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현실적으로 일선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침과 강령이 필요하다. KMA Policy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면서 "보다 많은 회원들이 지침과 강령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더 알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위원은 백혈병 환자 치료를 위한 비급여 약제 사건과 낙태를 둘러싼 여성의 자기결정권 논란을 예로 들며 "진료 현장에서 법적·윤리적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 의사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중한 개정을 주문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윤리 강령과 지침에 대해 조언한 고종관 전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대표는 "의료의 상업화 첨단 과학과 정보의 발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윤리지침을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인공지능이 제시한 처방과 왜 다른 처방을 하냐고 환자가 따졌을 때 의료윤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료윤리 강령 및 지침 개정을 위한 상설기구를 둬서 계속 개정해 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를 담은 철학이자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지적한 고 대표는 "첨단과학과 의료를 접목해야 하는 진료현장에서 의사는 따뜻한 인간적인 진료를 중시할 때 더 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한병원협회 법제이사는 "윤리지침은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는 반면에 법은 일도양단적이고, 세밀하게 규정하는 차이가 있다"면서 TF 위원들의 고충에 공감을 표했다.

모 대학병원의 항암제 사건을 예로 든 김 법제이사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 환수나 삭감을 당하더라도 교과서적인 진료를 해야 할지, 치료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에 맞춰 진료해야 할지 갈등할 수 밖에 없다"면서 "윤리 지침은 교과서적인 진료와 건보공단의 기준과 심평원의 지침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사의 의무를 더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법제이사는 "응급상황인 경우 설명의무가 생략되기도 하지만 응급상황이 아니거나 다양한 방법이 있을수록 환자가 충분히 설명을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성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진찰할 때 환자가 원하는 경우 제3자를 입회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원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자가 입회하도록 해야 한다"며 샤프롱 제도의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2차 공청회 사회와 좌장을 맡은 주영숙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 개정 TF 위원(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의사가 자존감을 갖고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상시적으로 의료환경의 변화에 맞춰 법보다 먼저 강령과 지침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 개정 TF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상호 한양대 교수(의학교육학)는 "세부적인 내용은 이해하기 쉽도록 의사윤리 강령 및 지침 해설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이 제2차 의사윤리 지침 및 강령 개정안 공청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의협신문 김선경 기자

이날 공청회에는 김숙희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을 비롯해 의사윤리 강령 및 개정 작업에 관심이 있는 의료계 인사들이 참석, 다양한 의견을 냈다.

의사윤리 지침 및 강령 개정 TF는 지난해 12월 16일 제1차 공청회를 열어 초안을 공개했다.

새 의사윤리강령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진료 거부 조항을 폐기한 대신 ▲환자 안전과 의료 질 ▲의료자원의 적절한 사용 ▲법·제도 개선을 통한 바람직한 의료환경과 사회체계 확립 ▲의료정보의 객관성과 신뢰성 확보 ▲이해상충 관리 등을 추가했다.

의사윤리강령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의사윤리지침은 △총강 △제1장(의사의 일반적 윤리) △제2장(환자에 대한 윤리) △제3장(동료 보건의료인에 대한 윤리) △제4장(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 △제5장(개별 의료 분야 윤리) △제6장(윤리위원회) 등으로 구성했다. 전체적으로 2006년 개정안에서 분류한 30조를 시대적·사회적 변화상을 반영, 45조로 늘렸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