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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라벤의 지방육종 적응증 확대 의미 크다"
"할라벤의 지방육종 적응증 확대 의미 크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2.0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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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존스 박사(영국 로열 마스덴병원 종양학 고문)

로빈 존스 박사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유일한 단독제제 '할라벤(성분명: 에리불린메실산염)'이 이달 초 연부조직육종 중 지방육종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승인됐다. 연부조직육종은 암세포가 지방과 근육·신경·섬유상 조직·혈관 등에서 발병한 악성종양을 말한다.

지방육종은 가장 흔한 연부조직육종이다.

진행성인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치료제가 시급한 상황에서 할라벤의 적응증 확대는 지방육종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연부조직육종 연구와 치료 분야의 석학인 로빈 존스 박사(영국 로열 마스덴병원 종양학 고문)를 만나 지방육종 치료에 대한 할라벤의 임상연구 결과와 치료 사례 등을 들어봤다.

<일문일답>

희소질환인 연부조직육종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유방암을 연구하던 중 연부조직육종 치료의 한계를 느껴 연구를 시작했다. 연부조직육종은 암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각각의 특성이 다른데 치료 방식은 일률적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각 아형에 맞는 치료를 통해 치료 예후가 불량한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치료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치료제 할라벤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 연부조직육종 치료 사례를 보면 예후가 매우 불량했다. 생존기간 연장을 보인 단일제제도 없었다. 하지만 에리불린이 3상 임상연구를 통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해 연부조직육종 치료분야에 희망이 생겼다. 치료 예후가 불량한 전이성 지방육종 환자에게 할라벤의 등장은 등장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의 치료 방식은?

독소루비신 단일요법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의 표준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 독소루비신은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포스파마이드 등과 병용으로 쓰인다. 1차 치료 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으로는 젬시타빈·도세탁셀 단독 혹은 젬시타빈과 다카바진 등이 병용됐다. 최근에는 파조파닙과 트라벡테딘 그리고 할라벤이 있다. 파조파닙은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연장해 미국에서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트라벡테딘과 다카바진은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2차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전이성 지방육종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최초 치료제인 할라벤 역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최근 유럽에서도 전이성연부조직육종 치료제 적응증을 확보했다.

전이성 연부조직육종의 치료 트렌드는?

지난 10년간 연부조직육종을 연구한 내 데이터에 따르면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생존기간이 12개월에서 18개월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가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한 할라벤 3상 임상연구(Study 309)는 주목할 만하다.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평활근육종 및 지방육종 환자를 할라벤과 다카바진 치료군으로 나눠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전체 생존기간(OS)'이 달랐다. 할라벤 치료군의 생존기간 중간값이 다카바진 치료군보다 약 2개월 더 길었다. 지방육종 환자에 대한 하위분석에서는 다카바진 치료군보다 할라벤 치료군의 생존기간을 7.2개월 더 연장했다. 지방육종 환자의 치료에서 할라벤의 우월성이 확인된 것이다.

연부조직육종은 질환 자체가 희소할 뿐만 아니라 100여 개의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고 각 아형간 생물학적, 임상적 특징이 상당히 다르다. 각 치료제에 대한 전신치료 반응도 달라 연구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대부분 연부조직육종 환자를 한 집단으로 묶어 임상연구를 했지만 최근에는 특정 성분에 반응하지 않는 아형의 환자를 제외하거나, 특정 성분에 반응하는 아형의 환자만을 선택해 임상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할라벤이나 트라벡테딘은 약제가 반응하는 지방육종과 평활근육종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파조파닙은 2상 임상연구를 근거로 지방육종 환자를 제외한 채 임상을 하고 있다.

로빈 존스 박사
할라벤 임상 연구 중 지방육종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 분석에서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각 암종에 대한 약제의 활성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평활근육종과 지방육종은 큰 차이가 있다. 지방육종 환자가 할라벤에 더 좋은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지방육종은 3가지 하위 유형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세포가 분화된 유형인데 이 유형에서는 세포 주기에 관여하는 CDK4·MDM2  신호가 증폭돼 치료 예후가 불량하고 전이율이 높다. 두번째는 12·16번 염색체의 전사가 일어난 경우다. 육종이 하지에서 주로 발생하며 복막 등 이례적인 부위에도 전이된다. 세번째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형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악성 종양의 특성을 보인다.

할라벤은 이 세가지 유형의 지방육종 치료에서 모두 좋은 치료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같은 육종이라도 그 특성이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이라 연부조직육종은 임상시험을 하기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할라벤은 지방육종뿐 아니라 평활근육종 환자를 포함한 임상결과에서도 우수한 치료 성적을 보였다. 특히 지방육종 치료에서 7.2개월의 생존기간 향상은 큰 성과다.

연부조직육종 분야에서도 표적치료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가 되고 있나?

연부조직육종 중 위장관기질종양(GIST) 치료분야에서는 표적치료제(TKI)를 비롯해 획기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PDGFRα' 라는 수용체 변이가 발견되면서 진단키트를 통해 간편하게 진단하고 표적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이매티닙과 리고레파닙, 수니티닙 등 3종류의 TKI 치료제가 승인됐다. 드물게 피부섬유육종 등 일부 육종 치료에서는 이매티닙이나 다른 TKI가 사용되기는 하나, 연부조직육종 치료제로 승인 받은 TKI는 파조파닙이 유일하다.

육종 면역치료는 19세기경 뉴욕의 한 외과의사가 육종 환자에 활성 박테리아를 주입하면서 시작됐지만 논란이 있어 선호되지는 않았다. 이후 골육종 치료에 면역요법을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다른 암종보다 육종에 대한 최근 면역치료 연구는 더딘 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연부조직육종의 여러 아형에 'PD-1 억제제'를 사용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할라벤 적응증 확대와 관련해 한국 의료진에게 할 말이 있다면?

지방육종 치료분야에서 할라벤이 보여준 생존기간 연장 효과는 그동안 어떤 치료제 연구에서도 보지 못한 결과다. 생존기간 연장은 전이성 연부조직육종 환자가 원하는 것이다. 할라벤의 승인으로 한국의 연부조직육종 치료 전망도 밝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연부조직육종은 치료법이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치료 옵션과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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