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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가격 줄세우기, 환자 역선택 불러올 수도"
"비급여 가격 줄세우기, 환자 역선택 불러올 수도"
  • 박소영 기자 syp8038@daum.net
  • 승인 2017.02.02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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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 아냐, 단순 가격비교는 위험
과다한 가격경쟁, 서비스 하락과 민간보험사 반사이득 우려

 
단순 가격비교로 이뤄진 비급여 공개가 환자의 역선택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의료기관간 가격경쟁이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비급여 공개 항목은 지난해 52개에서 오는 4월 100개, 12월 총 200개로 확대되는데, 항목 공개는 고가의 항암제나 로봇치료 등 필수 비급여로 한정할 것, 향후 공개될 비급여 항목을 선택할 때 특정 이익단체의 이득이 고려되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1일, 전국 150병상 초과 병원급의 52개 비급여 진료비가 일제히 공개됐다.

비급여 표준화 및 공개를 담당했던 김형호 전 의료정보표준화사업단장(현 광주지원 지원장)은 최근 HIRA 정책동향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 공개는 긍정적 효과를 보이긴 하나 제공되는 정보가 많고 전문적이며, 진료비 계산이 복잡해 의료인 도움 없이는 정보 활용이 다소 어렵다"는 점을 한계로 들었다.

김 전 단장은 "총 진료비, 질환별 평균 진료비 등은 비급여 공개 제도 활용만으로 제공받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국민들은 비급여 진료비용에 한정된 정보 보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총 진료비용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라며 "향후 전체 진료비용 예측이 가능한 질환별 총 진료비용, 예를 들면 백내장이나 간암 수술비용, 뇌종양 검사 비용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공개가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는 점, 기관별 특수성을 배재한 채 단순 가격 공개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기능이 일어날 수도 있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소비자는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진료비용(2%)보다 의료서비스의 질(62.8%)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알 권리의 지나친 강화로 과다경쟁이 빚어져 의료서비스의 하향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 유형별 비급여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병원별 병실 규모, 시설 등 차이가 많이 나는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라며 "의료기관별 진료수준이 반영되고 진료에 포함된 의료기기, 병실 등의 주요 요소내용이 포함된 비급여 진료비 정보가 제공되면 좋을 것"이라 제안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서 이사는 "의료기관 상황에 따라 인력·시설·장비가 상이하고, 동일한 수술이라도 재료나 장비에 따라 원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비가격이나 재료 등 세부정보가 없어 국민들은 단순히 가격비교를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은 다양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박탈당하며,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할 수 밖에 없다. 의료는 표준화된 공정작업을 통해 똑같은 제품을 제작하는 공산품과 다르며,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과도 차이가 난다"며 "의료는 환자 생명과 직결돼 있을 뿐 아니라, 환자의 병력 기록, 증상, 연령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진단이나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한 의료행위를 가격비교를 통해 판단하는 것은 역선택 등 위험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통해 민간보험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이사는 "비급여 공개 등에 따른 진료비 인하는 민간보험사 영업이익으로 귀결된다. 최근 논란이 되는 도수치료가 그렇다"라며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올해는 지난해 발표된 100개 항목에 100개 항목을 추가로 선정, 총 200개 비급여 진료비 항목의 가격이 공개된다. 서 이사는 비급여 항목 공개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특정 단체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항목이 선택되서는 안 되며, 비급여 통제기전으로 악용되서도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행위정의와 분류 등의 세부적인 표준화가 이뤄져야 의료기관별 가격비교가 의미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단순한 가격공개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정보 왜곡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 비급여와 선택적 비급여를 구분해야 하며, 선택적 비급여의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게 맞다고 했다.

서 이사는 "로봇수술이나 고가 항암제 등 환자가 필수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비급여와 미용성형, 시술 등 환자 개인선택에 의한 비급여를 구분해야 한다"며 "필수적 비급여 행위에 대해 정부가 통제기전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급여화하되 변환지수 등이 적용되지 않은, 즉 의료기관에게 전혀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가를 책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환자의 개인 선택에 의한 비급여 행위는 정부가 별도의 관리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없으며 시장경제에 맞춰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밝혔다.

비급여 진료비 제출에 대한 보상기전 마련도 언급, "비급여 항목은 심사나 비용 청구를 위해 심평원에 청구하는 급여항목과는 별개이므로, 자료제출에 대한 보상 기전 마련의 검토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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