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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고] 성분명 처방의 문제점
시론 [기고] 성분명 처방의 문제점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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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성분명 처방의 Pitfall(함정)은?


 Ⅰ. 서론
 보건복지부는 2000년 7월 1일 의약분업 강제실시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 및 의약분업 설명자료에 의한 정책목적(보건복지부 보도자료 1999년 9월 17일;의약분업 설명자료 1999년 11월 1일)으로 ①의약품 오,남용 방지 ②약화사고 예방 ③과잉투약방지 ④불필요한 의약품의 소비감소 ⑤국민의료비용의 대폭 절감을 일방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강제의약분업 시행 3년이 다 되어 가는 현재 올바른 제도로 자리매김을 하기도 전에 비용적인 측면이나 효과적인 측면에 있어 사회 각계 각층으로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현 노무현대통령은 후보시절 전국 여약사대회(2002년 11월 23일 부산)에서 성분명 처방유도 및 대체조제 확대(생물학적동등성 시험 완화)등을 은밀히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무리하게 의약분업을 졸속 시행하다가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자 국민건강도 도외시하고 현행 약사법도 무시하는 초 탈법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에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의 무리한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확대가 얼마나 국민건강에 해악(害惡)을 주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졸속하게 성분명 처방제도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생체이용률과 생물학적동등성
 대부분의 약물은 여러 가지 형태의 제제로 개발되며 동일한 제제일지라도 여러 제약회사에서 제조되어 시판되므로 의사는 동일한 생체이용률(Bioavailability)을 갖는 약을 선택하여 사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생체이용률은 약물의 유효성분이 체순환에 도달하는 속도(rate)와 양(extent 또는 amount)으로 표시되며 동일한 생체이용률을 갖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방법으로 생물학적동등성(Bioequivalence)시험을 실시한다. 즉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은 동일한 유효성분을 포함하는 2가지 이상의 제제를 동일량 투여시, 제제간에 생체이용률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이러한 생물학적동등성의 문제는 여러 제약회사가 동일 의약품을 경쟁적으로 생산 판매하고 있는 국제 실정에서 현실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 표준지침'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예규 제 91호(2003. 1. 28.)로 제정되었다.
 정부나 언론 보도에서 대체조제와 관련하여 용어들이 혼동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약효동등성시험(의약품동등성시험) 그리고 비교용출시험을 혼동하여 섞어 쓰면서 마치 같은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 생각된다.
 정부는 4,700여 이상의 품목이 의약품동등성시험을 마쳤다고 하면서 이를 근거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고 하나 이중 대부분이 비교용출시험과 같은 시험관검사에 의해 동등한 의약품으로 판정 받은 것이며, 실제 복제의약품(generic drug)으로 허가 받는데 필수 조건인 생체이용률시험으로 동등성이 증명된 품목은 2002년 4월 18일 현재 193개 품목에 불과하다(www.kfda.go.kr 참조).
 
 현행 약사법〈표1〉에서도 일반적으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야만 대체조제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동등성시험규정에는 약효동등성시험이라 함은 그 주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두 제제에 대한 약효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비교용출시험, 비교붕해 등 기타시험의 생체내외 시험으로 정의하고 있다. 외국의 규정에는 이 외에도 약력학 임상시험이나 임상연구 등도 약효동등성의 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 시험관에서 행해지는 비교용출 및 비교붕해시험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경우는 아주 제한적일 뿐이며 현 약사법에서도 그것을 반영하여생체를 이용한 시험을 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어서로 그런 경우를 기술하고 있다.
 따라서 200가지도 되지 않은 품목만이 대체가능 한 2003년 현재 성분명 처방을 법제화한다거나 강제적으로 확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분명 처방을 통해 대체조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전혀 없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외국에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조차도 복제약품의 질을 최소한으로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것이 대체조제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의약분업 시행 전에 이미 많이 논의된 바 데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체가 약품(상품) 사이에 80∼125%의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45%의 품목간 농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일부 약물에서는 그 차이가 치료의 실패나 독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 약사법에서 대체조제시 약사는 처방전을 소지한 환자에게 알리고 의사나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 내용을 통보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을 통한 대체조제의 확대가 싼 약을 조제하게 함으로써 보험재정의 악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있으나 이것도 실효가 없을 가능성이 많다. 다른 가능성을 모두 제쳐두고 약가만을 비교해 봐도 최근 비교적 많은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약물 중 독점판매권이 만료되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통과하여 복제약이 시판되는 경우를 보면 복제약의 가격이 그리 크게 저렴한 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2.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비교용출시험에 관한 해묵은 논쟁
 물질특허 기간이 만료된 원 개발사의 제품과 동일한 성분, 제형을 가진 복제 의약품을 생산하고자 할 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복제품의 품질에 대한 어떠한 공식적 확인 절차도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1988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관한 규정이 시행되면서 우리 나라도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체제를 따르게 되었다. 2000년 들어 의약분업을 내건 정부는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제약 기업들의 반발을 막고 의약분업의 한 축인 약사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체조제가 널리 행해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걸리는 것이 국내 시판 중인 복제의약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990년도 이전에 시판허가 받은 제품들(제조사별로 4,700여 가지에 육박하는)에게 어떻게 대체조제의 자격을 부여하는가에 관한 문제였다. 그 많은 복제품들을 하나하나 제대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하자니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므로 비교용출시험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게 된 것이다. 본래 용출시험(dissolution test)이란 의약품의 제조 과정에서 품질 관리를 위해 쓰이는 방법으로 유리 용기에 제품(알약)을 넣고 다양한 용매 조건하에서 약이 녹아 나오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음이 이미 약학대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교재에까지 언급되어 있다(Shargel L, Yu A. Applied Biopharmaceutics & Pharmacokinetics, 4th Ed. 1999:p145). 단지, 제약기업이 원 개발사의 제품을 복제코자 할 때 여러 용량의 제형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경우 가장 높은 용량의 제형만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하고 거기서 합격되면 그보다 낮은 용량의 제형은 용출시험만으로 허가하는 정도로 쓰이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그 회사의 제품이 생물학적동등성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후에 행해지는 절차이므로 우리 나라처럼 생물학적동등성을 아예 무시하고 나가려 하던 정책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당시 일부 인사들은 미국의 경우 전체 복제의약품 허가의 절반 이상을 용출시험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으나 이것은 단지 각 성분들마다 여러 용량의 제형들이 있을 때 가장 높은 용량의 제형들은 이미 빠짐없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쳤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서 전문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2000년도부터 미국의 경우 경구 흡수가 잘 되고 안전역이 넓고 위장관내에서 신속히 흡수되는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성분들에 대해 이례적으로 생동성시험을 면제하고 용출시험만으로 시판허가를 하고 있으나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성분 자체가 극히 적은 편이다. 용출시험으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전면 대체하겠다는 정부안은 이와 같은 비과학성에 대한 학계의 지적에 따라 의약정 합의를 통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필한 제품만을 대체조제의 대상으로 하도록 약사법 제23조의 2(대체조제)에 명시하게 되었다.

 〈표1〉현행 약사법의 대체조제 및 생물학적동등성시험 규정
 제23조의2(대체조제) ①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기재한 의약품을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여 조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②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약사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없이 대체조제할 수 있다.
 1.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생물학적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생체를 이용한 시험을 할 필요가 없거나 할 수 없어서 생체를 이용하지 아니하는 시험을 통하여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한 의약품을 포함한다)으로 대체하여 조제하는 경우. 다만,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대체조제불가의 표시를 하고 임상적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품목은 제외한다.
 2.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과 동일한 제조업자가 제조한 함량이 다른 동일성분,동일제형의 의약품으로 동일 처방용량을 대체조제하는 경우. 다만, 일반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전문의약품은 전문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에 한한다.
 3. 약국이 소재하는 시,군,구 외의 지역에 소재하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이 당해 약국의 지역처방의약품목록에 없는 경우 당해 약국의 지역처방의약품목록중 그 성분,함량 및 제형이 동일한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하는 경우로서 사전에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③약사는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경우에는 그 처방전을 소지한 자에게 즉시 대체조제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
 ④약사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경우에는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에게 대체조제한 내용을 1일(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3일)이내에 통보하여야 한다. 다만, 사전에 그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동의를 받아 대체조제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사전 동의없이 처방전에 기재된 의약품을 대체조제한 경우에는 그 대체조제한 의약품으로 인하여 발생한 약화사고에 대하여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⑥제1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동의와 통보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성분명 처방을 외치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마친 약물이면 어느 것이나 다 같으니 마음대로 골라 조제해도 된다는 착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착각이 무엇인지 다시 정리해 보자.

우선, 알려져 있듯이 생물학적동등성이란 젊고 건강한 자원자들에서 복제 의약품의 혈중 약물 농도가 대조약(오리지널)의 80~125% 사이에 있는지 만을 확인하는 시험이라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제약 선진국인 서유럽과 미국에서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으로 인한 독작용 사례나 부작용 발생 예가 상당수 보고되어 있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는 환자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의 대상이 된 소수의 젊고 건강한 자원자들과는 달리 약물을 흡수, 제거하는 소화관기능이나 신장기능, 연령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 원인인 것이다. 특히 약제 자체의 특성에 따라 작은 혈중농도 변화에도 그 효과나 독작용의 발현 정도가 민감하게 변화하는 안전역이 좁은 약물들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대체조제하지 않는 것이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다.

의료와 복지에 있어서 사회민주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의 정책 입안자들이 성분명 처방에 관해 모를 리가 없겠지만 의사 자율에 맡기거나 권장사항 정도로 하고 있는데는 다 이러한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즉,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란 것이 어느 선진국에서건 복제의약품의 시판허가를 위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그 자체가 대체조제의 자격증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복제의약품(Generic drug)이라는 이름을 얻기 위한 테스트가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인 것이며 이 개념대로라면 현재 우리 나라의 의약품시장의 상당수 품목들은 의약품이라고 불릴 수 조차도 없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약효동등성시험 완료제품이라고 분류되고 있는 복제의약품들 속에 실은 지난 3년간의 의약분업 논쟁의 과도기에 잘못된 정부방침에 따라 용출시험만을 통과한 품목들이 제대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마친 제품들과 구분 없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제라도 제대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한 제품과 용출시험만을 한 제품이 어느 것인지 명확히 국민과 의사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다.
 
애당초 정부 당국은 생동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에 대해 유예기간을 준 후 시판허가를 취소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슬그머니 뒷걸음질 쳐서 이제는 보험비급여 품목으로 전환시켜 놓았다. 이는 무엇을 하자는 의도인지 알 수가 없다.

당연히 병의원에서 처방을 하지 않을 터이니 시장에 발을 붙일 수 없을 터인데 그래도 제조와 시판 허가는 살아있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하도록 제도가 바뀐다면 제약기업들의 약국가를 대상으로 한 무자료 거래, 덤핑 등 각종 불법적 판촉활동의 1순위가 이들 보험비급여 약품들이 될 전망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두말할 나위 없이 끔찍스러울 것이다.

또, 정부 당국은 성분명 처방으로 보험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면 과연 국내의 복제의약품들의 보험약가가 오리지널보다 얼마나 더 낮은지 믿을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복제품들의 약값이 회사마다 천차만별인데 그렇다면 그 중에서도 값싼 것 우선으로 조제하라고 약사법을 개정할 의사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면 의사에 대한 제약회사의 판촉경쟁으로 인한 부패의 고리가 끊긴다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약사에 대한 판촉활동으로 포장만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다 알고있는 사실이다.

어리석은 정책 탓에 보험 재정은 파탄이 나고 국내 제약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잘못은 정부가 했지만 국내 제약회사를 죽이고 특허도 만료된 제품을 파는 다국적 제약기업에게 밥상만 차려준다는 눈총은 의사가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작금의 의약분업 구도가 빚어낸 현실이다.

이 모든 소란은 국내 제약산업의 판도가 새로 짜여지지 않고는 가라앉힐 수 없다. 수백개의 이름도 모르는 제약회사들이 한 회사 당 생물학적동등성도 없는 수십 가지의 복제품들을 만들어 온갖 음성적 로비력을 동원해 팔던 후진적 형태만큼은 벗어나야 한다.

신약개발의 능력이 있는 몇몇 회사와 복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품질관리를 할 능력이 있는 회사들만이 국내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기업들과 함께 경쟁하면서 살아 남는 구도로 가기 전에는 이 난장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제 정부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성분명 처방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의 진행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품목들에 대한 허가취소라는 당초의 약속을 굳게 밀고 나가는 정도를 걸어야만 할 것이다. 하나의 잘못를 덮기 위해 또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모습만큼은 이제 그만 지양되어야 한다.
 
현재 국내의 복제약품의 허가와 관련된 규정에서도 어떤 복제약품이 시판허가를 득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에는 미리 행하여진 비교용출시험의 결과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 시험관에서 행해지는 비교용출시험은 인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수행할 가치가 있는지를 미리 검색(스크리닝)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비교용출시험만으로 마치 생물학적동등성을 획득한양 성분명 처방을 강제한다면 이는 국가가 국민에게 의약분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꼴이다. 국민을 약해 사고로부터 막겠다는 명분으로 강제 의약분업을 시행하여 놓고서 이제 와서 재정파탄 때문에 성분명 처방 및 대체조제 운운한다면 국가는 도덕적 윤리적인 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며, 국민들에게 규탄 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소위 의료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 중 성분명 처방을 강제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는 대체조제 없이 상품명처방을 강제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에서도 법으로 정한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제한적으로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재정보다는 국민의 건강이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다.

약국의 재고약 해결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하여 성분명 처방을 해야한다는 억지 주장이 있다. 약국의 재고약이 약 500억원이라 하는데 약 3조원의 총의약품비에서 본다면 약 1.7%의 재고인 셈인데 이는 슈퍼연쇄점의 평균 재고율 5%의 약 1/3수준으로 오히려 타 업종에 비해 재고부담이 적은 편이다.

더구나 재고약 1.7%의 부담보다 환자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정부와 약사 모두가 공감하는 바로 성분명 처방에 대한 논의는 모든 약이 생물학적동등성이 확보될 때까지 한동안 접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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