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19 21:53 (금)
연명의료 중단 발목잡는 '연명의료결정법'

연명의료 중단 발목잡는 '연명의료결정법'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23 12: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기환자·지속적 식물상태 법률 규정 미비...의료현장 혼란 초래
의료법학회 21일 학술발표회...기존 방식 활용 위한 재논의 필요

▲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가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에서 '김할머니 사례로 살펴본 가정적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오는 8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은 말기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길을 막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명의료결정법에는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에 대해 규정하지 않아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장한 울산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21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에서 '김할머니 사례로 살펴본 가정적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연구'를 통해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다"며 "여명이 수개월 이상 추정되는 말기 환자가 자기결정권 행사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는 길을 막아 놓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뇌사에 준하는 중증 뇌손상 환자나 상당기간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에 규정하지 못했다"면서 "또한 말기환자는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명시적 의사조차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못한 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종환자 개념은 죽음이 임박해 짧은 시간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모든 의료를 중단하고, 퇴원해 자식의 집과 같이 원하는 곳에서 마지막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힌 김 교수는 "연명의료중단에 관해 환자의 의사는 존중해야 하지만 환자가 과정 자체를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면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명의료결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명을 추정하기 곤란한 지속적 식물상태 역시 보건복지부령에 의해 기간을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9년 대한의사협회가 제정한 '연명의료 중지에 관한 지침'에서는 말기환자·지속적 식물 상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에 대해 특수연명치료(환자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심폐소생술·심장 마사지·강제제 및 승압제 투여·제세동기 적용·인공 호흡 등 생명유지를 위해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지식·의료 기술·특수한 장비가 필요한 치료)는 병원윤리위원회에서 결정이 가능하고, 일반연명치료(관을 이용한 영양 공급·수분 및 산소 공급·체온 유지·배변 및 배뇨 도움·진통제 투여·욕창 예방·일차 항생제 투여 등 생명유지에 필수적이지만 전문적인 의학지식이나 의료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치료)는 법원을 통한 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협 연명의료 중지에 관한 지침에서는 말기환자·지속적 식물 상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지 결정을 인정하고 있는 반면에 연명의료결정법은 이들 환자에 대한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연명의료 중단의 대상이 되는지, 어떻게 연명의료중단을 할지가 명확히 않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참석자들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 속 숱한 말기환자와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논쟁을 촉발한 2008년 김할머니 사건(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2009다17417)이 다시 벌어질 경우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김 교수는 "만약 김할머니가 연명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모든 가능한 치료를 해 달라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모든 치료를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병남 변호사는 "김할머니의 경우 인공호흡기제거 후 201일 만에 사망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였으므로 사망이 임박한 상태로 규정한 연명의료결정법의 연명의료 대상이 아니다"면서 "현행법에서는 연명의료중단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석자들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에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하거나 기존의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말기환자·중증 뇌손상·지속적 식물 상태는 기존 절차에 따라 환자의 의사·의사 추정·병원윤리위원회 논의·법원 판결을 통한 전통적인 갈등 해결 방식에 따라 해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 "말기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서는 선천성 복합심장기형이나 출산 과정에서 뇌손상을 입어 예후가 나쁜 소아 부모나 보호자가 수술이나 치료를 거부하는 의료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료법학회 임시총회에서는 상임 고문에 이윤성 서울의대 교수(법의학교실)·석희대 연세대 초빙교수(의료법윤리학과·교수신문 편집인)·추호경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초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를, 명예회장에 김천수 전임 회장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추대했다.    

▲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서울의대)이 전임 김천수 회장(성균관대)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