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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 전 식도정맥류 파열 환자, 치료 중 '사망'

내원 전 식도정맥류 파열 환자, 치료 중 '사망'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20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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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진료·처치 과정 과실 없어...손해배상 소송 기각
환자 상태, 내시경 결찰술·수술 불가능...의료진 책임 없어

▲ 서울고등법원 전경
내원 전 식도정맥류 파열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사망이라는 악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주의의무를 다한 의료진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A씨를 부인과 자녀 3명이 B대학병원 법인을 상대로 낸 1억 8406만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나2019368)을 모두 기각했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토록 했다.

A씨는 2010년 3월경 간경변증 및 식도정맥류로 인해 B대학병원에서 정맥류 결찰술(EVL)을 받은 뒤 주기적으로 소화기내과에서 추적진료를 받았다.

2011년 4월 9일 오전 8시 흑변을 본 후 B대학병원에 내원, 12시 25분경 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소화기내과 의료진은 내시경 검사에서 식도정맥류 출혈이 확인, 정맥류 결찰술을 시행했으나 A씨는 12시 42분경 갑자기 마우스피스를 빼내고, 내시경을 잡아 뽑으려 하는 등 과행동을 보여 시술을 중단했다.

의료진은 4월 9일 12시 50분경 응급실로 이실, 인공기도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실시하고, 식도정맥류 출혈을 지혈하기 위해 S-B 튜브를 이용한 풍선탐폰법을 시행했다.

4월 11일 오전 8시 9분경 A씨의 수축기 혈압이 89∼90mmHg로 저하되자 승압제(도파민)를 지속 정맥주사하고, 4월 12일 오전 9시 30분경 중환자실로 이실, 상태를 관찰했다.

A씨는 4월 12일 오후 6시경 S-B 튜브를 통해 1,050cc에 달하는 혈액이 배액됐으며, 오후 8시 520cc, 오후 10시 1,120cc에 달하는 다량의 식도정맥류 재출혈이 발생, 4월 13일 오전 10시 15분 사망했다.

A씨 가족은 내시경검사 직전 협압이 197/111mmHg까지 비정상적으로 극상승한 상태였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검사를 진행, 갑작스러운 경련·이상행동 증상이 나타나면서 식도정맥류 출혈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식도정맥류에 대한 내시경 시술 실패 시 출혈성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술 전 혈관 확보와 혈액교차시험·S-B 튜브·기관 삽관 등을 위한 응급카드 등을 준비하지 않은 점, 내시경 검사 도중 식도정맥류 출혈이 발생하고 급격한 토혈과 함께 산소포화도가 40%까지 저하됐으나 기관 삽관 등 응급조치를 제 때 시행하지 않아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점도 지적했다.

식도정맥류 재출혈을 예방하기 위한 내시경적 정맥류 결찰술이나 경정맥 간내문맥 전신단락술 등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은 점도 꼽았다.

A씨에게 내시경 검사의 내용·방법·부작용·합병증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고, 수술동의서에 A씨의 서명이 없고, 원고의 서명만 있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1년 4월 9일 B대학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이미 상부 위장관에 출혈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혈압 상승과 식도정맥류 출혈 위험성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의학계에 보고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출혈 가능성이 높은 식도정맥류 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일 뿐 내시경 검사 도중에 정맥류를 충격한 탓에 출혈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응급조치가 미흡했다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 "병원 의료진의 응급조치가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통상의 의료행위 수준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흡했다거나 A씨의 상태를 악화시킬 만큼 지체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내시경 검사실에서도 구강 및 비강 흡인, 산소마스크 산소 공급, 앱부 배깅 등 일차적인 응급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진 이상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면서 정맥류 출혈 발생에 대한 사전 대비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식도정맥류 재출혈 문제에 대해서도 응급실에서 풍선탐폰법에 의한 지혈을 시도함과 동시에 혈관수축제인 텔리프레신을 투약하는 등 지혈을 위한 적절한 보존적 처치를 실시한 점, 중환자실로 이실된 시점으로부터 8시간 30분이 경과한 2011년 4월 12일 오후 6시경까지 S-B 튜브를 통해 배액되는 출혈의 양이 많지 않았으며, 헤모글로빈 수치가 13.5-15.4g/dl로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등 출혈 의심 소견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식도정맥류 재출혈이 발생한 2011년 4월 12일 오후 6시경까지 의식저하 상태를 보여 환자의 협조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인 점, 경정맥 간내문맥 전신단락술 등 외과적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활력징후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며, 간경변증으로 전신마취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점, S-B 튜브 적용 이외에 A씨에게 시행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식도정맥류 재출혈을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사망원인이 된 식도정맥류 출혈은 이 사건 내시경 검사나 정맥류 결찰술 등 의료진이 행한 침습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내원 전에 발생할 식도정맥류 파열로 인한 것이므로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010년 3월경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정맥류 결찰술을 받았고, 이후 지속적을 추적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내시경검사의 방법·목적·합병증 등에 관해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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