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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글로벌 진출 불확실성 상당히 해결"

"녹십자 글로벌 진출 불확실성 상당히 해결"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7.01.1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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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②]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한국 대형제약사의 글로벌 진출 모델은 한미약품 모델과 녹십자 모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녹십자 모델과 한미약품 모델로 나누는 이유는 둘의 글로벌 진출 모습이 꽤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한미약품은 이른바 당뇨와 항암 치료제 즉, 주요 질환을 타깃으로 한 기술수출 전략을 글로벌 진출 전략의 뼈대로 삼는다.

거대 주요 질환 시장을 타깃으로 새로운 기전의 신약이나 반감기를 늘리는 등의 새로운 제조기술을 개발해 거대 파트너에게 기술수출한다.

녹십자는 한미약품과 달리 상대적으로 만성질환이나 항암제 시장보다 작은 혈액제제나 희소질환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다.

한미약품이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후 임상과 생산, 판매 등 후일을 현지 파트너에게 맡기는 것에 비해 녹십자는 직접 공장을 짓고 임상과 판매도 맡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한다.

상황에 따라 현지 파트너와 이런저런 협력을 맺을 수 있을지언정 임상과 생산, 판매를 도맡는 것이 기본 계획이다. 한미약품이 주로 개발과 초기임상에 전력을 집중하는 방식이라면 녹십자 모델은 틈새시장을 타깃으로 잡는 대신 모든 공정을 주도한다.

녹십자와 한미약품은 모두 국내 제약사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형 제약사이지만 글로벌 진출방식으로 보면 한미약품의 방식은 벤처 정신이 강한 태생이 연구중심인 암젠이나 길리어드의 성공 방식이 연상된다. 그에비해 녹십자는 전통적인 발전 방식이다.

크게 보면 두 모델 모두 후발주자이자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마이너일 수밖에 없는 한국 제약사가 가야할  '선택과 집중' 모델이다.

한미약품은 공정 중 개발 부분을 선택해 집중투자했고 녹십자는 모든 공정을 맡아 끌고 가되 특정 시장을 선택해 집중투자한다. 글로벌 진출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다른 한국 제약사들은 양극단에 있는 녹십자와 한미약품 모델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보면 된다.

녹십자의 글로벌 진출 노력과 그 결과는 그래서 녹십자라는 한 제약사만의 결과가 되지 않을 것이다. 녹십자가 녹십자 모델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는 순간 많은 국내 제약사는 녹십자 모델을 지향하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럼 녹십자는 왜 녹십자만의 글로벌 진출 모델을 확립했을까?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녹십자의 태생이 혈액제제와 백신 제제, 희소질환 개발이다보니 글로벌 진출도 그런 DNA를 바탕으로 한 연장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또 다른 이유로 "그게 제약사가 (본질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전통적인 거대 글로벌 제약사는 치료제 연구와 개발부터 임상과 제조, 판매 등을 모두 맡는다. 최근 들어서는 새로운 신약후보 물질을 기술수입해 판매하고 유망 기술집약적 제약사 등을 인수합병하는 등 약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투자전문회사 성격까지 띤다.

물론 이런 전통적인 방식보다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히트 의약품을 개발해 이를 기반으로 성공한 일부 글로벌 제약사도 있다.

허은철 녹십자 사장은 녹십자의 향후 발전모델을 전자로 보는 듯 하다. 벤처 모델보다 무리한 면이 적다는 면에서는 안정적인 방식이지만 그 모든 걸 안고가려다 보면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허 사장을 17일 만나 글로벌 녹십자로 가기 위한 고민과 계획을 들어봤다. 허 사장은 '글로벌 녹십자'를 사실상 기획하고 주도하는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문일답>

허은철 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미국 FDA가 녹십자가 제출한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 신청서를 검토한 끝에 최근 제조 공정 자료 보완을 요청하는 '검토완료공문(Complete Response Letter)'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미국 진출이 계획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미국 진출은 녹십자가 최근 가장 신경쓰는 일이다. 미국 FDA가 지난해 11월말 공정 자료 보완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아쉬운 일이지만 통상적인 절차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목표는 승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제출한 임상자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보완요청은 없다.

제조공정 보완을 요청한 정도라 멀지않아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청받은 보완사안은 추가자료를 보완하면 되는 정도다. 이번 승인절차를 밟으면서 미국 진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성과라면 성과다.

한번도 안가본 길이라 사실 어느정도 수준의 데이터와 자료를 만들어야 FDA 허가가 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이제 '아! 이 정도하면 미국 가는 구나'하고 감잡았다. 추가협상을 하고 상황에 따라 한국 오창공장에 대한 실사를 받을 수도 있지만 시판승인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다 보니 지난해 매출이 궁금하다.

2016년 실적은 공정공시 사항이라 외부 회계감사 후 정확하게 발표할 수 있다. 발표된 금융정보업체 통계를 보면 녹십자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6년 매출액은 1조1779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통계대로라면 두자릿수 성장을 한 셈이다. 국내 경영환경은 힘들었지만 수출이 힘을 보탰다. 매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올해는 연구개발비용을 20%이상 늘릴 계획이다.

한국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 모델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녹십자 모델과 한미약품 모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미약품 모델과 비교해 녹십자는 생산과 판매 등도 직접 맡고 현지 공장 건립 등에 적지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녹십자가 주력하는 혈액제제 시장은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다.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보다 경쟁이 덜하지만 진입장벽은 높아 기존에 진입한 곳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굉장히 오래된 약제지만 한 해 시장은 6%씩 성장하는 등 녹십자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혈액제제 시장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면역글로불린 제제의 미국 진출은 좋은 예이다. 한미약품은 신약을 개발해 기술수출하는 방식을 글로벌 진출 방식으로 삼고 있다. 나름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좋은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

우린 우리의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캐나다에 북미를 공략하기 위한 혈액제제 공장을 짓고 미국에는 혈액원 건립하고 있다. 올해에만 미국에 3, 4개의 혈액원을 더 지을 생각이다.

녹십자가 2012년부터 추진하던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 미국 임상을 중단하고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수정했다. 미국 진출이 쉽지않다는 방증같다.

미국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녹십자에게 보이지않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계획보다 임상시험이 더뎌지고 투자비용이 늘어나 미국 시장 진출을 고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회사 입장에서 적지않은 투자를 했는데 중간에 발을 뺀다는 결정은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지만 승인만을 목표로 할 순 없었다. 속쓰렸지만 마침 중국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미국보다 중국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의 정치적인 상황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에 진출하면서 20년 동안 온갖 일들을 겪었다. 불확실한 시장이라고 보고 있지만 헤쳐나가야 한다.

글로벌 진출이 후발주자로서 도전자 입장이라면 국내에서는 도전을 받는 선두 제약사에 속한다.

국내 영업 잘하고 있다. 녹십자 제품은 제품대로, 위탁판매를 맡은 제품은 그것대로 성장하고 있다. 독감백신에서는 1위를 계속 지키고 있다. 위탁판매 품목은 MSD의 대상포진 백신을 예로 들면 2015년보다 2016년 25%나 매출이 늘었다. 백신은 우리가 잘하는 부분이다.

백신을 포함해 녹십자의 영업노하우와 인프라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일반의약품은 약하다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말도 하고 싶다. 녹십자 일반의약품은 해마다 8∼9%씩 성장하고 있다. 아마 일반의약품 파트가 이 정도 성장하는 제약사는 녹십자 뿐이 없을 거다. 단지 대중매체 광고없이 영업사원 중심의 약국영업 위주로 하다보니 녹십자는 일반의약품이 없나보다 하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녹십자는 굉장히 잘하고 있다.

글로벌한 제약사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나? 녹십자는 그런 면에서 어느정도 글로벌화됐다고 생각하나?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는 수출에서 나와야 글로벌하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미국 진출해서 어느정도 제품이 출시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그렇다고 다된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계속 어려운 일이 있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생길 거다. 배우면서 성장할 거다.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은지 3년차다. 자신감이 붙은 듯 하다.

잘모르겠다. 첫 2년은 굉장히 분주했다. 영업조직 쪽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그러다보니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졌다. 고민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영부분을 본부장에게 맡기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보려고 노력한다. 글로벌 시장에 나가면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지 느끼게 된다. 그럴때마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십자의 장기적인 과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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