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개원의사, 베트남 의료봉사기
강진군 개원의사, 베트남 의료봉사기
  • 박금철 원장(전남 강진군·성모의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18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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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교류 4년째...믿고 따라준 봉사단원 큰 힘

▲ 박금철 원장(전남 강진군·성모의원)
"내일 진료 어떻게 해요?" 다들 긴장되는 표정이다. 전날 너무나 많은 환자가 한국 의료봉사단을 찾은 까닭에 준비한 의약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때문이다.

베트남 하우장성 봉센호텔 식당에서 의료봉사단 대책회의가 열렸다.

"그럴 줄 알고 이번 의료봉사는 약품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일종의 인해전술이죠.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됩니다."

자신 없게 얘기하면 생길 공황상태를 알기에 봉사단원들에게 "인심하라"고 얘기했다.

이번 의료봉사단은 예년보다 규모가 반으로 줄었다. 예년엔 공보의 두 명, 개원이 두 명을 비롯해 4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엔 의사는 개원의인 필자와 신동호 작천보건지소장 두 명, 간호사인 박지현 옴천영산진료소장과 김미애 작천 용상진료소장 등 4명으로 조촐하게 의료봉사단을 꾸렸다.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의 열악한 환경이 알려진 탓이다.

그런데도 4명의 의료진이 봉사하겠노라 참여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솔직히 필자도 이곳에 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매년 의료봉사단을 기다리고 있는 주민의 눈길이 선했다.

필자는 4년째 베트남 의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4년 전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흥분은 이미 사라졌다.

호지민에서 하우장성까지 5시간 동안 휴게실 식당의 분위기와 음식 메뉴, 메콩델타로 들어가면서 서서히 바뀌는 차창 밖 풍경, 구룡강을 지나는 엄청난 다리 등은 고향 풍경처럼 익숙하다.

하지만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든 게 새로울 것이다. 묘하게 브랜딩해 덜 숙성한 술처럼 약간의 불안감과 기대감 그리고 호기심이 그렇다.

신동호 작천보건지소장과 김미애 용상진료소장이 외래 진료와 처방을, 필자와 박지현 옴천영산진료소장은 신경차단술을 주로 하는 통증 치료와 자율신경 치료를 맡았다.

이곳 주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을 먹고, 낮잠도 잔다고 한다.

그러나 의료봉사단 진료실 앞에는 11시에도 수십 명의 환자가 줄을 섰다. 그들은 2시에 다시 진료를 시작할 때까지 복도나 마당의 대기의자에서 기다릴 터였다.

대기환자를 모두 진료한 후에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 박금철 원장(앞줄 왼쪽)이 의료봉사를 마무리한 후 혈압계를 기증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산 냉커피 한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진료를 시작해야 했다.

오후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찌감치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4시까지 진료를 마무리한 뒤 현지 종합병원을 들러보기로 했고, 관정 공사와 화장실  공사 등 건설봉사를 맡은 한국의 다른 사절단과 만나기로 했으며, 풍힙현 관공서가 주최하는 감사 만찬에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좌골신경을 비롯해 신경 이상으로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마비가 와 걷지 못하는 환자도 많았다.

처음 통증 치료를 접하는 환자들은 겁에 질려 불안한 눈망울과 의심에 찬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20∼30분 후 마비가 풀리고, 통증이 많이 좋아지자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 현지 의사는 대부분 전통의사(한의)다. 전통의학 치료에 익숙한 환자들의 대부분이 처음 현대 의학을 접하는 것이다. 현지 전통의사들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지금은 열심히 참관하고, 질문을 던진다. 새로운 세계를 처음 접하는 그들을 보면서 진정한 민간 교류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환자를 진료하니 4시가 임박해서야 의료봉사가 끝났다.

의료봉사단은 약 700만 원 정도의 약품을 처방했으며, 한국에서 공수한 리도카인과 생리식염수를 현지에서 희석해 400개 주사기로 약 3000cc를 시술했다.

무사히(?) 진료를 마치자 의료봉사팀은 물론 통역·군청 지원인력 모두가 매우 행복해했다.

누구도 지원하려 하지 않은 의료봉사팀에 기꺼이 참여한 신동호·박지현·김미애 소장을 비롯해 강진군청(김영란·정정)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 베트남 하우장성 의료봉사에는박 원장을 비롯해 신동호 작천보건지소장, 박지현 옴천영산진료소장, 김미애 작천 용상진료소장이 참여했다.

한국을 떠날 때 대통령 탄핵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렸다.

5일간 바쁘게 살며 잊고 산 현실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되풀이 되고 있다.

리더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앨빈 토플러가 아마도 제5의 물결을 제시했다면 '평판의 사회'일 것으로 생각한다. 평판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특히 리더는….

필자도 어떻게 의료봉사 활동을 해야 할까 겁이 났다. 리도카인 쇼크나 폐기흉·혈종·농양 등 시술 후유증 등이 생길까 무서웠다.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함이 있는 평범한 일개 강진 군민이다.

하지만 의료봉사단의 리더를 맡아 정확히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은 채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고 말았을 것이다.

부족한 필자를 믿고 일사불란하게 따라준 봉사단원이 없었다면 이번 의료봉사 활동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말도 전혀 안 통하고, 안 아픈 곳 없는 현지 환자들을 위해 힘을 합한 봉사단원에게 각별한 인사를 전한다.

2017년은 '강진 방문의 해'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유산인 다산의 정신과 고려청자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영랑의 시처럼 소박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녹아 있는 날씨보다 사람이 더 따뜻한 강진군에서 한정식을 비롯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음식 문화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 베트남 하우장성 주민이 한국에서 날아온 의료봉사팀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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