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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을 왜?" 대법원 '환수 취소' 비웃는 건보공단

"반환을 왜?" 대법원 '환수 취소' 비웃는 건보공단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7.0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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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 취소 판결했지만...조태욱 변호사 "미참여 기관도 환수금 반환해야"
의료계 "잘못된 환수 처분 요양기관 불신...반환 규정 신설 추진할 것"

▲ 대법원이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으나 환수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국민건강보험법에 환수 처분과 반환에 관한 절차를 신설, 법률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해 환수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지만 환수금 반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18일 안동의료원·홍성의료원 등 전국 11곳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환수처분 취소 소송(2015두57147)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건에 대해 더는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

본지 취재결과, 건보공단은 1월 4일 현재 14억 원 규모의 환수금 가운데 A대학병원(1억 3849만 원)을 비롯한 일부 의료기관에만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에 참여한 A병원장은 "막강한 권한이 있는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도 괜찮을까 반신반의하면서 참여했다"면서 "불이익을 무릅쓰고 소송에 참여했고, 승소했다는 소식을 지난해에 들었지만 아직 환수금액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B병원 원무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공단이 환수금을 반환하지 않아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까지 고려했다"면서 "최근에 환수금을 돌려받긴 했지만, 찍힐 것 같아 심적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말 공단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를 시행한 전국 병·의원에 대해 일제히 환수처분을 하면서 촉발됐다.

전국 병·의원은 2010년부터 C사가 제조·판매한 'HPV 유전형 판별용 PNA칩'을 이용, HPV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한 분자병리검사(인유두종바이러스 유전자형 검사, DNA microarray)의 상대가치점수를 적용, 요양급여비용을 받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3년 6월 7일 'PNA칩' 검사를 '인유두종바이러스 유전자형검사(PNA microarray)'로 칭하고 신의료기술로 고시한데 이어 2014년 5월 29일 급여대상으로 정했다.

공단은 'PNA칩' 검사를 신의료기술로 정한 장관 고시와 함께 심평원이 재심의를 결정하자 "'PNA칩'이 급여대상 행위로 지정되기 이전에 DNA칩 검사 항목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은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을 위배한 것"이라며 요양급여비를 환수처분했다.

환수처분 규모는 전국적으로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환수처분을 받은 110여 곳 이상 의료기관 중 11곳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환수처분 금액은 14억 원으로 집계됐다.

3∼4년 동안 아무런 이상 없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거쳐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은 병·의원들이 적게는 5만 원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환수당했다. 속임수나 부당한 검사를 한 의료기관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몇몇 요양기관들이 공단의 환수처분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3년여 동안 진행된 행정소송 결과, 6건이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고, 5건은 대법원 판결 직후 고등법원에서 공단이 항소를 취하했다.

법원은 "이 사건 진단행위는 명백히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수년간 수많은 요양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인유두종바이러스 검사에 사용되고 있다"면서 "목적·방법·염기서열을 이용한다는 검사원리가 동일함에도 이제 와서 검사원리와는 별개의 문제인 진단제품의 일부 구성부분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국민건강보험의 실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헌법은 모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천명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보건을 향상하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비급여 대상을 제외한 일체의 사항을 요양급여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명백히 비급여 대상으로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폭넓게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해 검사나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환자들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게 인정함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 조태욱 변호사(법무법인 담영)

1심에서 대법원까지 의료기관을 대리해 행정소송을 진행, 승소 판결을 끌어낸 조태욱 변호사(법무법인 담영)는 "의료기관의 요양급여를 평가·심사하는 심평원과 실사를 통해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는 권한을 가진 공단은 병원에 대해 속칭 '슈퍼 갑'의 지위를 가진다"면서 "상당수 병원이 부당한 환수처분을 당하고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공단이나 심평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위법한 처분을 하고도 단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단이 환수금을 꿀꺽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한 환수금도 반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해 공단 급여관리실 관계자는 "소송에 참여한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해당지사를 통해 환불한다는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고, 지난해 11∼12월 사이에 환수금 원금을 돌려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에 대법원이 판결이 나왔음에도 10개월이 지난 뒤에야 환불조치가 이뤄진데 대해 이 관계자는 "공단 환불금과 심평원의 재심 금액이 불일치해 전산 상계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심평원이 재심을 해서 발생한 사건인데 공단이 소송을 수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법에 환수금 반환에 관한 조항이 없고, 반환 기한이나 이자 지급에 대한 내부 규정도 따로 없다"며 환수금 반환 절차에 관한 법률 및 규정이 불비한 점은 인정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한 환수금 반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행정절차에 따라 이의신청을 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환수금을 반환하지만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반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공단의 잘못된 환수처분으로 의료기관은 속임수를 써서 급여비를 받아낸 불법기관이 됐다"면서 "요양기관의 명예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공단이 환수처분을 잘못한 경우 소송을 제기한 의료기관뿐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의료기관이 환수금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환수 처분과 환수금 반환 절차를 관련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되거나 의료법·약사법을 위반한 혐의를 입증하지 않은 경우 공단이 지급 보류한 요양급여비용은 지급 보류 기간 동안 이자를 가산해 요양기관에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공단의 부당한 횡포를 막고, 요양기관이 받은 불이익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환수금 반환과 이자 지급 조항까지 담은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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