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거센 요구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원칙'을 고수했다. 현재로써는 현지확인 폐지 혹은 통합은 고려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건보공단 급여관리실 관계자는 "의료계 요구대로 현지확인을 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현지조사로의 통합도 마찬가지다. 이는 건보 제도를 뒤흔드는 것"이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확인은 절차적 단계다. 현지확인 후 드러난 부당청구가 현지조사 의뢰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체 환수해 종결한다. 일정 기준 이상으로 확인되면 현지조사를 의뢰한다. 의료계 주장처럼 같은 내용으로 같은 건을 또 조사하는 이중조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확인을 받은 요양기관은 900여개소. 이 중 78%인 700여개소가 부당청구 등의 혐의로 적발됐다. 총 환수금액은 250억원가량이다.

이 관계자는 "전체 8만 9000개 요양기관 중 현지확인 대상은 1%에 불과하다. 현지조사를 받는 곳은 0.4%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며 "현지확인을 통해 부당청구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재정누수와 더불어 보험료 상승이 발생할 것"이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에야말로 현지확인을 손보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상태다. 안 그래도 깊었던 반감은 최근 강릉 의사 자살로 폭발했다. 연일 각 의사회에서 반대 성명이 쏟아져나오는 건 물론 집단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잘못한 게 있으니 조사를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전국 모든 요양기관이 현지확인을 거부한다면, 인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현지조사를 나가게 될 것"이라 말했다.

다른 건보공단 관계자는 "재정관리 차원에서 현지확인을 나가는 건 당연하다"라며 "심지어 강릉 건은 환자로부터 민원이 먼저 들어왔다. 민원이 발생했는데 보험자로서 어떻게 병원에 자료요청을 안 하나. 현지확인을 나가지도 않았다. 고인의 일은 안타깝지만, 건보공단을 살인마 운운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